국내 유일 대학 여자야구동아리를 만나다

국내 유일 대학여자야구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의 부감독 이윤주씨, 감독 성아정씨, 총무 채혜민씨(왼쪽부터). 민경민 사진기자
국내 유일 대학여자야구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의 부감독 이윤주씨, 감독 성아정씨, 총무 채혜민씨(왼쪽부터). 민경민 사진기자

토요일 오전9시, 해가 쨍쨍하게 떠오르면 본교 운동장에는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든 학생들이 모인다. 모두 가슴팍에 플레이걸스(Playgirls)라는 초록색 글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2년 창단된 국내 유일 대학여자야구동아리 ‘이화 플레이걸스(이플)’다. 이플의 성아정(컴공·19) 감독, 이윤주(체육·19) 부감독, 채혜민(전자전기·19) 총무를 3월30일 ECC B215호에서 만났다.

“이플은 이기는 것보다 즐겁게 야구 경기하는 게 더 중요한 동아리예요. 다들 야구에 진심이죠.”

이플 선수들이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야구를 향한 열정으로 뭉친 이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간절한 자세로 훈련에 임한다. 매주 토요일, 훈련을 위해 모이면 가벼운 준비 운동부터 시작한다. 공 대신 수건을 잡고 던지는 자세를 연습하며 어깨를 풀고, 서로 거리를 넓혀 가며 캐치볼을 한다. 서로를 북돋우며 연습에 임하지만 누구랄 것 없이 진지한 얼굴이다.

이플은 33명의 동아리원으로 구성돼있다. 고정된 포지션은 없다. 각자가 희망하는 역할을 맡아 연습에 임할 수 있다. 때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 오늘의 포수가 내일의 투수가 되기도 한다.

훈훈한 분위기 속 진행되는 훈련에서는 크고 작은 실수도 웃음의 소재가 된다. 성 감독은 “다들 친해서 실수하더라도 지적하기보다는 재미있게 별명을 지어 웃어넘긴다”며 “결정적인 상황에서 잘 해내면 몇 년 동안 우려먹을 수 있을지 대신 점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부감독도 “평범한 뜬공도 잡아내면 팀원들이 모두 환호해준다”고 전했다.

2012년 이플은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이플의 구성원이 아니던 성 감독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들었던 창단 과정을 설명했다. “동아리 만든 분이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께서 야구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팀 만드는 걸 도와주겠다고 하셨대요. 팀원을 모아오면 돕겠다는 말에 야구 좋아하는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뭘 시작하든지 초기 비용이 문제인데 사장님이 다 해결해주셨다고 들었어요.”

창단 8년 후인 2019년 8월31일, 이플은 서울시민리그에서 1승을 거뒀다. 다른 일정으로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던 성 감독은 “환경도 열악하고 학교생활과 병행해야 하다 보니 여자야구팀 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며 “오랜 기다림과 고생 끝에 얻은 첫 승에 다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1승을 거두기까지 야구를 마냥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기초 장비를 사는 것부터 훈련 장소를 정하는 것까지 모두 재정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본교 운동장에서 주로 연습하지만, 실제 야구장과 크기도 다르고 땅도 평평하지 않아 훈련에 마땅한 장소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환경이 열악해 훈련이 힘들어요. 그래도 ‘나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져요.”

2020년에는 여자야구 페스티벌을 제외한 모든 경기가 취소됐다. 이 부감독은 “경기 취소로 목표가 사라지니 정처 없이 헤매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성 감독은 “신입 부원이 늘고 여자야구에 관심이 많아지는 게 눈에 보였기에 경기 취소가 더 아쉬웠다”며 “그래도 이론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고 전했다.

아쉬움 가득했던 2020년을 뒤로하고 이플은 2021년 리그를 준비한다. 채 총무는 “올해 목표는 우승”이라며 “개인적인 목표로는 경기에 나가 안타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감독은 “투수는 경기를 전반적으로 책임져야 해서 심적 부담이 컸다”며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투수로 경기에 나가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국내 대학 여자야구동아리는 이플이 유일하다. 이들은 ‘유일무이’하다는 수식어가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성 감독은 “다른 여성 대학 야구팀이 없어 사회인 야구팀과 겨뤄야 한다”며 “또래 여자야구팀과 경기를 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들에게 야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성 감독은 “스포츠를 통해 연대가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며 “상대적으로 야구를 직접 할 기회가 적은 여성들에게 장벽이 낮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이화에 있어서 비교적 쉽게 야구를 할 수 있으니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여자야구에 불어올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며 훈련을 재개한 이화 플레이걸스. 이들은 학생들에게 기대감 섞인 말을 전했다.

“우리 같이 야구합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