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관 B117호 관현악실 전경. 김지원 사진기자
음악관 B117호 관현악실 전경. 김지원 사진기자

본교 음악대학(음대) 시설 및 연습실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3월22일 음악관 연습실 예약 서버가 마비되며 음대 연습실 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음악관 연습실 수가 부족하고 공용 악기 및 시설이 낙후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습실 예약 사이트 먹통에 터져 나온 불만

김민주(한국음악·19)씨는 3월22일 연습실을 예약하려 했으나 예약 사이트 서버 마비로 실패했다. 본교 음악관 연습실을 이용하려면 3일 전 자정에 음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김씨는 1시간이 넘도록 서버가 정상화되길 기다렸지만, 접속이 가능해졌을 땐 이미 예약이 다 찬 상태였다.

그는 “서버 마비로 연습실을 예약하지 못해 실기 수업 전 대충 복도에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며 “서버가 마비된 건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음대 게시판에도 ‘서버 때문에 한 시간 째 기다리고 있다’, ‘예약마저 제대로 못 하니 속상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언제 서버가 복구될지 몰라 학생들은 계속 화면을 새로고침 하며 기다려야 했다.

이온유(관현·21)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지 못하면 연습실을 사용하기조차 힘들다”며 “예약하기도 힘든데 시스템까지 마비되니 학생들의 인내심이 바닥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버 문제는 1일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자정이 되자마자 예약 페이지에 들어가면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매우 불안정하다”며 “서버가 꼭 개선됐으면 좋다”고 전했다.

 

턱없이 부족한 연습실

예약 서버에 이어 음대 시설에 관한 불만도 속출했다. 서버가 마비된 3월22일 에브리타임 음대 게시판에 작성된 항의 게시글만 약 50개에 달했다. 학생 수에 비해 부족한 연습실 수가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2021년 1학기 기준 본교 음대 재학생은 약 1100명이다. 음악관 내 연습실은 본지 추산 3층부터 5층까지 약 60개다. 학생 수 대비 연습실 이용을 위한 경쟁률이 18:1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서울대 음대는 재학생 약 900명이 약 60개의 연습실을 이용하고 있다. 연세대 역시 음대 재학생 약 850명이 79개의 연습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본교 음대 연습실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연습실을 예약하더라도 하루에 3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 김민주(한국음악·19)씨는 “연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연습실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음대 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강의실을 연습실로 개조해서라도 연습실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관현악과 ㄱ씨 역시 “음악관 3층, 6층에 사용하지 않는 레슨실과 강의실을 개방해주길 바란다”며 “음악관 외부에라도 연습실을 추가로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기, 비품 상태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학생들 불만 폭주

음대 측 “지속적으로 관리에 힘쓰겠다”

음악관 시설 중 일부는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사진은 노후돼 내려앉은 관현악과 연습실의 피아노 건반. 김지원 사진기자
음악관 시설 중 일부는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사진은 노후돼 내려앉은 관현악과 연습실의 피아노 건반. 김지원 사진기자

음악관의 낙후된 시설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본지는 3월30일 음악관에 방문해 연습실 환경을 살펴봤다.   

5층 연습실의 피아노 건반은 깨져있거나 깊이가 조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보면대는 대부분 녹슬고 흔들려 고정되지 않았다. 음악관 지하1층 타악기실의 비브라폰은 다리가 고정되지 않아 줄로 묶어둔 상태였다. 악기를 올려두는 스탠드 바퀴도 빠져 스탠드가 구석에 방치돼 있거나, 임시로 테이프를 감아 사용 중이었다.

김민주(한국음악·19)씨는 “우선 보면대나 악기 받침대같이 교체가 쉬운 비품부터 얼른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온유(관현·21)씨도 “피아노를 자주 조율해 관리를 더 철저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현악실의 방음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소연(관현·19)씨는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위층에서 연주가 있으면 아래층의 큰 소리가 나는 악기들은 연습을 못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서울대와 연세대, 한예종 학생들은 음대 내부 시설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대 임승현(성악·19)씨는 “연습실 유리가 가려져 있지 않은 점 외에는 전반적으로 시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예종 홍유니스(음악·19)씨는 “연습실이 지하에 있어 환기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악기 상태가 좋고 방음이 잘 돼 만족한다”고 답했다. 연세대 이다빈(성악·19)씨 역시 “음대 시설에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악대학 행정실 관계자는 “최근 시설에 관해 접수된 민원은 피아노와 의자 파손 2건이며 모두 학생들의 사용 부주의에 의한 파손”이라고 말했다. 시설 보수와 교체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었다. 관계자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그랜드 피아노 3대, 업라이트 피아노 14대를 교체했고 보면대는 수시 구입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서울대는 음대 시설 리모델링도 앞두고 있다.

 

음대, 재정지원 지속적 요청중

음대 연습실 수 부족과 열악한 시설에 대한 불만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민주(한국음악·19)씨는 “예전부터 연습실 관련 불만이 자주 나왔지만, 학교 측에 건의해도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에 예약 서버까지 마비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음대 제53대 학생회 ‘모티브’(Motive) 서현진 공동대표는 “음대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권, 연습실 사용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설문을 바탕으로 요구안을 설정해 지속적으로 행정실과 학장에게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음대 행정실에서는 “연습실 예약 서버 다운은 행정실에서 인지 후 정보통신처에 통보했으며, 정보통신처에서 어떻게 보완할 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시설 및 비품 관리의 경우 하자를 발견한 학생이 신고를 하면 즉시 시설 관리 부처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외부 전문가가 필요한 악기 등의 수리는 방학기간을 활용한다”며 “즉시 수리가 되지 않는 점은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아노 조율의 경우  “방학과 입시 전 정기점검은 물론 상시점검도 수행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음대 행정실은 “악기 손상 방지를 위해 연습실 내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음료를 건반에 쏟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연습실 환경에 대해 “상호간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음대 특성상 악기라는 고가의 자재를 다루다 보니 설비 교체에 사용돼야 할 예산이 부족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습실 수 부족, 시설 낙후에 관해 음대는 지속적으로 관리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음대 강영근 학장은 “배정된 예산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중”이라며 “방음시설 보수, 음악관 재건축, 첨단화된 연습실 건축 등을 학교본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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