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기로 해서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큰별쌤’으로 유명하신 줄은 알았지만, 이분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한능검 분야에서는 최태성 선생님의 교재가 유명하고 마침 강의도 무료여서 1강을 듣기 시작했다.

​1강의 제목은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뻔한 오리엔테이션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 강의는 한국사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주었다. 선생님은 한능검에 대해 설명하시며 “흔히들 역사는 팩트라고 생각해 암기에만 급급하고, 정작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남는 것 없이 휘발되어 버린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이어 학생들은 스스로를 성찰해야 하며,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특히 근현대사에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꿈과 소망이 현재 우리의 삶을 이루게 했고 그렇기에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을 마치 공기를 흡입하듯이 당연히 여기지 말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내가 평소에 고민했던 부분이 확 트여 눈을 반짝일 수밖에 없었다.

​최태성 선생님이 하신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들으며 역사를 즐겁게 공부했었던 이유를 단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최태성 선생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과거를 끊임없이 성찰해 무궁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은 미래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의 안식이 아닌, 미래세대의 평온을 위해 싸워 이긴 혹은 최선을 다한 나의 선조들을 생각하며 나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지금이 역사의 종착점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미 흘러가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이 시간에서 과거를 배워가고 있으므로 지금 이 시간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을 `현대`라고 명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국사나 세계사를 배우다 보면, 전쟁이 일어나고, 반란이 일어나고, 시위가 일어나고, 세계를 뒤흔들 기술이 발명되고,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구원당한다. `역사`란 본디 억겁의 시간 속 주요 사건들을 엮어 놓은 과목이기에 위와 같은 사건들이 일어난 건 과거 같고, 현재는 안정돼 더는 변할 것 같지 않은 착각 속에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런 지금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과거로 변모한다. 어쩌면 우리는 후대의 역사책 속 가장 중요하게 서술될(임진왜란이나, 6.25전쟁과 같은 종류의 것 말이다) 그런 장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양성 간 갈등이 팽팽하게 심화하고,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지도자의 무리나, 고일 대로 고여버려 사람들이 온통 아우성치는 취업난 혹은 입시현장를 보며 마치 큰 변혁이 일어나기 전을 보는 기분이다. 고려시대의 무신정변과 같이 발전은 늘 막대한 고통 뒤에 따라온다. 한국사를 예로 들자면, 고려 시대의 무신정변 같은 것 말이다. 요즘 나는 마치 고요한 태풍의 눈 속으로 서서히 잠식되어 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제 무언가 변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시대의 희생양 혹은 선구자는 우리 세대가 될 듯하다. 그럼 나는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희생되지 않고 이 시대를 구원할 선구자가 될 수 있느냐 말이다. 나는 지금 그 답을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절정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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