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생활습관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스터디인 ‘생활 스터디’가 늘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일상 생활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사용자들 중 동일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달성을 돕는 플랫폼 ‘챌린저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루 30분 걷기’, ‘매일 영어단어 10개 외우기’ 등의 일과들을 수행하지 않으면 미리 낸 보증금이 차감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서비스는 출시 2년 4개월만에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본교생들 역시 코로나19 속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 내 스터디 모집 게시판 ‘스터디룸’의 게시글 수도 2020년 대비 약 두 배 늘었다. 1월1일부터 3월16일까지 게시글 수는 전년 대비 259개에서 471개로 증가했다. 공부 위주의 스터디 모집 글이 많았던 과거에 비해 기상, 운동 등 일상을 인증하는 스터디 모집 글이 크게 늘어났다.

 

일어나서 찰칵, 스터디로 만드는 습관

제공=임아람씨
제공=임아람씨

오전7시30분, 임아람(행정∙18)씨는 화장실에서 칫솔에 치약을 묻힌 뒤 사진을 찍는다. 본교생 5명과 함께 하는 기상 스터디 때문이다. 사진을 카카오톡(kakaotalk)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보내기 위해 들어가자, 스터디원들이 먼저 보낸 칫솔 사진이 보였다.

기상 스터디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목표 기상 시간인 오전7시30분 전까지 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는 것이다. 단, 사진은 ‘데이마인’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찍어야 한다. 데이마인은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과 날짜가 나타나는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이다. 다른 시간에 찍어놓은 사진을 보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스터디를 한 지 3개월, 임씨는 일찍 일어나 오전에 강의를 듣고 오후는 넉넉하게 시간을 보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들을 보면 승부욕이 생기기도 하고 아침 시간을 더 잘보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가 스터디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며 임씨가 지켜오던 생활패턴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학교에 가기 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집에만 있으면서 밤 늦게 자고 수업 10분 전에 일어나게 됐죠. 하루가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터디의 장점을 느낀 임씨는 “요즘에는 매일 운동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는 목표가 생겼다”며 “운동 스터디를 직접 개설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생활습관 개선과 동기 부여 동시에

제공=최세은씨
제공=최세은씨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초반 ◆MZ세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며 “불확실한 상황 속 적어도 일상만큼은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MZ세대는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작은 습관들을 만들어 일상을 관리한다는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습관을 함께 만들 동료를 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최세은(경영∙19)씨 역시 휴대폰 사용시간을 관리하는 스터디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며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2월부터 한 달 동안 친구 2명과 매일 밤 10시 스크린타임을 캡쳐해 공유했다.  스크린타임 기능은 사용자가 하루 동안 휴대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보여준다.

스터디 이후 최씨는 휴대폰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10시간이 찍히던 스크린타임이 4시간으로 줄기도 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단기간 진행한 스터디에서 효과를 느낀 최씨는 “지속성과 강제성 측면에서 스터디를 보완해 다시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제공=박도연씨
제공=박도연씨

코로나19로 헬스장을 이용하지 못하자 야외 운동을 인증하는 스터디에 참여한 재학생도 있었다. 야외 운동 스터디는 이화이언에서  만들어졌다.

‘야외에서 하루 30분 걷기’ 스터디에 참여한 박도연(교공∙18)씨는 “집에서 혼자 간단한 운동을 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매번 다른 계획에 밀려 운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터디 초반에는 느리게 걷기밖에 못했는데 나중에는 30분 동안 뛰고 인증하기도 했다”고 했다.

박씨는 주변인들에게 스터디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혼자서는 지키기 힘든 습관도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더 열심히 지키게 되는 효과를 느껴 추천했다”며  “운동 스터디를 하면서 체력도 늘었고 더 성실하게 살게됐다”고 덧붙였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책임연구원은 생활 스터디에 대해  “일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활 스터디는 코로나19 속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주며 무력감을 이겨내도록 한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MZ세대는 서로에게 동기 부여를 하며 느슨한 연대를 이어간다”고 분석했다.

 

◆M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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