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어려움에 중국인 유학생들 울상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지 1년째다. 유학생들 역시 본국 또는 한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2021년 1학기 현재 본교에는 989명의 중국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온라인 강의 수강 시 이들이 겪는 고충을 중국인 유학생 객원기자가 들어봤다.

중국인 유학생 채팅방 캡처. 제공=심지훼씨
중국인 유학생 채팅방 캡처. 제공=심지훼씨

“수업 동영상을 다 봤는데 진도가 0%로 나와. 어떻게 해야 해?”

“30분 동안 영상 진도는 몇 초밖에 안 지났어.”

본교 중국인 유학생이 모인 위챗(Wechat) 단체 채팅방에서 이번 학기 초에 오간 대화다. 비대면 수업이 3학기째 지속되면서 유학생들은 각자 본국에 남거나 한국으로 돌아와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를 수강 중인 유학생 대부분은 인터넷 문제, 수업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약 500명이 모인 위챗 채팅방에서 9~16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1~4학년 총 123명 중에 74명(60.1%)이 현재 중국에서 온라인 수강 중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국을 자제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어차피 온라인 강의라 남았다’ ‘중국에서 인턴의 기회 또는 일이 생겨서’ 등의 이유도 있었다.

문제는 중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들의 경우 인터넷 장애 때문에 온라인 강의 수강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중 양국의 인터넷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에서 한국 사이트를 접속할 때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연결이 자주 끊겨 수업을 제대로 듣기가 힘들다고 입 모아 말했다.

 

속도 늦고 접속 끊겨... VPN 이용은 불가피한 모험

류유어(刘粤·커미·17)씨는 지난 학기 중국에 머물며 40분 분량의 녹화 강의를 보려다 거의 하루를 영상 시청과 씨름하며 보낸 기억이 있다. 특히 정해진 수업 시간이나 하루 내에 영상을 시청해야만 하는 수업에선, 인터넷 문제로 출석 인정을 받지 못한 적도 있다. 그는 “해외 네트워크로 접속해서 속도가 느린 건지, 녹화 강의라 해도 동영상을 열었을 때부터 인터넷이 끊기거나 영상이 오래 멈출 때도 많다”며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거나 학습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함께 공부도 같이 끊기는 상황이다. 중국인 유학생의 위챗 채팅방에는 인터넷 때문에 영상을 보기 힘들거나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수시로 올라온다. ‘접속 기기를 바꿔봐라’ ‘브라우저를 바꿔봐라’ 등의 조언이 오가지만 답답함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만리방화벽’(인터넷 검열 시스템)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해외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나 사이버캠퍼스는 여기에 해당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접속이 안 되거나 심한 렉(lag)이 걸리는 경우가 잦다는 게 유학생들의 말이다.

이 때문에 적잖은 유학생이 선택하는 방법이 월 30~50위안(약 5000~8000원) 정도를 내고 사설업체의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사설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VPN으로 다른 나라의 IP주소를 할당받아 접속하면 인터넷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접속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VPN 이용은 온라인 시험에선 ‘모험’과도 같다. VPN을 쓰는 동안 인터넷이 불안정하면 네트워크 노드가 자동으로 다른 국가의 IP로 변경될 수 있고, 사이트 이용 도중 IP가 변경되면 자동으로 로그아웃이 되거나 지금까지 적은 서술형 답안이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부정행위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까닭에 사이버캠퍼스 상의 ‘시험 관련 주의사항 안내’에선 VPN 사용금지를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학생은 VPN 이용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VPN 없이는 사이트 접속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 ㄱ(심리∙17)씨는 “VPN을 쓰고 시험을 몇 번 봤는데 다행히 잠깐 멈추고 새로고침을 해도 썼던 내용이 날아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불안정이 ‘확률’ 문제라면, 시험을 못 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모험을 선택하는 것이다.

유학생 종구이슈(钟桂秀∙의류산업∙18)씨는 “방역 조치를 준수하고 오프라인 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앞으로도 온라인 수업이 지속된다면 기술적 문제를 개선해서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해 안 된다’ 눈빛 보내도...

이 밖에도 유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수업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17학번인 유학생 ㄴ씨는 지난 학기 전공수업 실시간 온라인 강의에서 교수의 강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카메라를 켜고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봤지만 잘 전달되지 않았다. 그는 “오프라인 수업에선 교수님이 학생의 표정을 보고 속도를 낮추거나 반복해 설명해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온라인 수업에선 그런 과정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했다. 또 “‘강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채팅창에 알려달라’고 하는데 사실 교수님이 수업 진행에 집중하다 보면 채팅창에 의견을 말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강의를 녹화한 영상이 사이버캠퍼스에 올라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반복해서 다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구간을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단어와 문장을 이해해보지만, 필기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ㄴ씨는 “점점 지쳐간다”며 “후반부는 강의내용보다는 PPT 자료를 보며 시험 공부를 한다”고 했다.

온라인 시험으로 바뀐 환경도 유학생에겐 고역이다. 온라인 시험은 오프라인 시험과 달리 부정행위를 감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픈북’으로 시험을 치르는 대신 시험시간을 단축하는 경우가 있다. 교재를 베끼는 게 아니라 지식을 제대로 습득한 상태에서 시험에 임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읽기와 타이핑 속도가 떨어지는 유학생에겐 곱절의 부담이다.

유학생 ㄷ(커미∙17)씨는 지난 학기에 객관식 문제 45개를 25분 동안 풀어야 하는 교양 수업 시험을 본 적이 있다. 한 문제당 약 30초 안에 풀어야 했다. 그는 “문제를 읽는 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10개 문제는 대충 써냈다”면서 “그마저도 인터넷이 끊길까봐 내내 초조한 마음에 시험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유학생은 온라인 수업을 한 이래로 학습 성취도와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잃은 것’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유학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유학 중인지 체감이 되지 않는다’거나 ‘공부 효율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쉽지 않은 유학 생활에 숨통을 틔워줬던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없는 것도 이들의 학업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해피아워’ 프로그램이나 유학생 간담회, 대동제 등 유학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기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거나,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현지 학생들과의 교류와 문화적 체험도 언감생심이다.

류유어씨는 “예전엔 수업에 아무리 지쳐도 캠퍼스 생활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풀며 유학 생활을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면서 “가능하면 오프라인 활동도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학생과 학교’, ‘학생과 학생’의 소통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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