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맞이한 3월, 봄의 캠퍼스는 학생들의 발걸음으로 예년보다 활기가 넘친다.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2020학년도 1학기와 달리, 2021학년도 1학기는 50명 이하의 강의에 한해 대면으로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관C동 지하1층 체CHV 홀에서도 한혜주 교수(무용과)의 <춤과명상> 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기숙 교수(무용과)가 개설한 <춤과명상>은 2013년부터 시작된 무용과 교양 수업이다. 몸의 고유한 움직임을 탐구함으로써 자신의 기억, 감정, 정서 등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8년째 계속되던 <춤과명상>은 코로나19 이후 2020년도 1, 2학기에는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2021학년도 1학기 코로나19 완화로 일 년 만에 한 교수와 학생들이 홀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실습할 수 있게 됐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이화이언(ewhaian.com)에서 ‘부담 없는 이색 교양’, ‘힐링 교양’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던 <춤과명상>은 코로나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3월22일 체CHV 홀에서 진행된 수업에 직접 참여해 봤다.
22일 오전 9시30분, 체CHV 홀에 도착하자 체온계와 손 소독제가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장부에 학번과 이름, 체온을 적어야 참여가 가능했다. 환기를 위해 홀의 창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한 교수는 체온계로 학생들의 손목 체온을 측정했다. 기자는 정상 체온임을 확인한 뒤, 준비한 매트를 챙겨 홀 중앙으로 이동했다.
<춤과명상> 전체 수강생은 25일 기준 27명이다. 이 중 10명이 대면 수업을 듣고 있고, 17명은 녹화 영상을 보며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인원은 사전에 대면 수업 신청을 한 10명이었다.
10명의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서로를 마주봤다. 곧이어 “마음껏 누워도 된다”는 한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긴장을 푼 뒤 1m 간격으로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은 방역수칙을 지키며 둥근 원 형태로 널찍이 모였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라 더 긴장했을 거예요. 몸을 완전히 바닥에 내려놓고, 편안히 있어 봅시다”
22일 3주 차 수업 주제는 ‘나의 몸 쉬게 하기’다. 한 교수는 “과도한 정보와 할 일들 사이에서 몸과 마음을 혹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쉰다는 것의 의미와 잘 쉬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체험해봤으면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긴장을 풀고 몸의 휴식을 즐겼다. 한 교수는 바닥과 몸이 닿는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내려놓으라 조언했다. 학생들은 눈을 감고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배경에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한 교수는 “손을 맞대고 따뜻함을 느끼면서, 호흡을 불어넣어 보라”며 수업을 이어갔다. 기자 역시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했다. 손바닥을 비비고 몇 분 정도 가만히 있자 체온과 손의 감각이 온전히 느껴지는 듯했다.
장연수(사교·21)씨는 <춤과명상> 수업이 코로나19 상황 속의 여유라고 전했다. 그는 “입시 후 춤을 배우거나 공연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해 우울했다”며 “이번 학기 20학점에 동아리도 병행하면서 지쳐 있었는데, 명상이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또 장씨는 “가만히 누워 손끝만 쥐었다 폈는데,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껴본 것 같아 경이로운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수업에 참석한 이찬희(기독·21)씨 역시 <춤과명상>을 통해 월요일 아침에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누워 공간 안에서의 몸을 인식하고,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끼는 게 좋았다”는 후기를 남겼다.
비대면 수업의 경우 한 교수는 수업 영상을 재촬영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이예솔(작곡·17)씨는 코로나19 상황을 염려해 <춤과명상>을 비대면으로 수강하고 있다. 주로 방에서 매트를 깔고 동작을 따라 한다. 이씨는 “교수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혼자 강의를 들어도 동작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며 “강의도 한 시간 정도로 부담이 없어 비대면으로 듣는 것도 크게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정한 학습의 시간이 이뤄지는 순간”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몸 상태와 마음을 살피고 돌보며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