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연결점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수업이 끝나고 이동하며 친구와 간단한 소감을 나누는 순간. 정류장에 서서 가족과의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순간. 즐겁게 공연을 보고 나서 여운에 빠지는 순간. 길을 걷다가 바람에 나약하게 흔들리는 꽃에 시선이 가는 순간.

누군가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으로서 이러한 순간순간이 성장을 이끈다고 말하고 싶다. 배운 지식을 그대로 흡수하기보다 친구와 가볍게 토론을 하고, 가족과의 식사를 상상하며 나와 다른 하루를 살았을 그들을 새삼 떠올려본다. 창작물에 담긴 세계를 나의 세계에 대입해보기도, 공동체 내에서 쉽게 지나침을 당하던 조용한 구성원의 존재를 깨닫기도 한다. 의식하기 어렵지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사고의 확장이다. 하루를 이루는 큰 사건들 사이를 이러한 ‘작은 순간들’이 구석구석 채워주고 연결하는 과정은, 나의 가치관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충실하게 만들어 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런 순간들은 사라졌다. 노트북으로 시청하던 강의 동영상이 종료되면 배움도 끝이 난다. 집에서의 하루는 가족들과 나눌 만한 특별함이 없고, 공연은커녕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려진다. 무료하고 외로운 마음에 스마트폰에만 손이 간다. 분명히 이전과 같은 24시간인데도, 타인 또는 나 자신과 소통하며 삶을 풍성하게 하던 순간들이 시시콜콜한 가십거리를 찾아보거나 짧은 유튜브 클립을 시청하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차라리 책이라도 읽을걸, 후회하지만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이기 때문일까. 자투리 시간에 책을 조금씩 나누어 읽는 것보다 내용을 요약한 영상을 보는 게 더 쉬웠다. 점점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떠먹여주는’ 정보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졌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인간의 사고와 그에 따른 자유의지는 인간성을 대표한다. 그러나 요즘 나는 내가 인간답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전에는 앞서 서술한 순간들처럼 자연스러운 사고의 확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지금, 자신이 고립에 익숙해진 나머지 일상 속 경험과 감상을 종합하는 인간만의 주도적 사고를 멈추고, 접근성 좋은 정보에만 의존하며 퇴보하는 중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온라인 독서 토론 모임에 가입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시간을 갖고, 정기적으로 랜덤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비공개 블로그를 만들어 작게나마 발버둥을 쳐보기로 했다. 의도적으로라도 사고의 순간을 회복하여 나를 풍요롭게 할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지나간 시간만큼 성장한 모습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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