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현 직원들의 투기 혐의 의혹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경찰은 지난 2일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에 대한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국토교통부 LH 전수 조사에 착수했음을 밝혔다. 이때까지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을 정리해보면 정부는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땅을 사갈 때 보상금을 지불하는데, 그들은 이를 더 받기 위해 온갖 수법을 쓰고 있었다. 빈 땅에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는가 하면 여러 직원을 동원해 1000㎡씩 쪼개 대지를 사들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농부임을 거짓으로 증명했다. 그뿐인가, LH의 몇몇 직원은 유튜브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업무 정보를 활용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직원의 측근을 비롯해 추가 직원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은 지금까지 밝혀진 의혹이 그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식을 들은 국민은 분노했다. 그중에서도 2030 세대는 단순한 화를 넘어 허탈감을 표했다. 청년 세대는 코로나19 이후 일자리가 줄어 불안한 현실에 희망을 걸며 하루를 보낸다. 그들에게 ‘내 집 마련’은 판타지일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안부를 나눌 때 누군가 집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약속이라도 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높아지는 가격과는 반대로 집, 즉 개인 공간에 대한 필요와 열망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도저히 근미래에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없으니 사람들은 인테리어에 관심을 돌리곤 한다. 앱 ‘오늘의 집’이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인 것과, 그렇게 꾸민 방을 sns에 자랑하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방의 인테리어를 바꿔 집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도 하는데, 얼마 전 알게 된 한 사람은 계절마다 거실의 커튼을 바꾼다고 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싸다는 지하철 2호선, 이대신촌 부근에서 대학을 다니는 난 학교 앞의  ‘쉐어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 2년 전 기숙사에 떨어지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구한 방이다. 학교 기숙사보다 캠퍼스 건물과의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대학가 월세보다 훨씬 저렴해 인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방 이외의 화장실 및 부엌 등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점, 무엇보다 5명의 생활 패턴이 달라 불편한 점이 있었다. 밤 늦게 업무가 다 끝나야 집에 들어가거나 별일 없어도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 이유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꿈이 커져가는 나날이었다.

마침 올해 동생이 서울에 대학을 오게 돼 집세 부담을 줄일 겸 함께 살 집을 구하기로 했다. 새벽 6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아침부터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시골 남매의 집 구하기 대 여정’이었다. 새 학기 직전이라 집을 구하기엔 늦었다며 사장님은 보여줄 집이 많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걸 고려하더라도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집들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제시했다. 우선 보여주겠다며 데려간 1층 집엔 곰팡이로 가득 찬 습기와 함께 꾀죄죄한 냄새가 진동했다. 다음 집이라도 다를 것은 없었다. 술집 위층에 위치해 소음과 악취가 걱정되는 집부터 부자 동네 바로 뒤에 위치한 달동네까지. 남매는 아무래도 원하는 집에서 살기엔 틀렸다는 실망 가득한 표정을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다음날 찾아간 부동산 사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집을 살기 위해선 학교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신축 투룸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생전 처음 7호선을 타고 상봉까지 가서 어제 본 것과는 정반대인 고급 빌라를 둘러봤다. 가격과 거리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 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러 간 ‘웃픈 상황’이었다. 3일간의 여정이 실패로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너머로 보이는 우뚝 솟은 브랜드 아파트를 보며 동생이 말했다. ‘언젠가 우리도 저기 살 수 있을까.’ 난 열심히 해보겠다고, 그러면 언젠가 살 수 있을 것이라 진심을 다해 말했지만 과연 내 말이 동생의 마음에 닿았을까. 정부의 야심찬 부동산 대책에도 속수무책으로 높아지는 집값에 더해 들려오는 요즘의 소식들은 내 진심을 비웃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싱그러운 젊은 날을 함께 살아내고 있는 친구들아, 이 말이 무책임하다는 걸 잘 알지만 동생에게 보낸 내 진심을 똑같이 이 글의 끝에 덧붙이고 싶다. ‘그래, 이 정도가 내게 어울려’라는 생각에 체념하며 현실을 저버리지 말자. 판타지 같은 꿈이라도 꼭 붙잡고 있자. 닭장처럼 다 똑같은 모습인 공동 아파트 말고 각자의 취향이 가득 담긴 드림 하우스로 말이야. 초록 불빛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잃지 않던 개츠비처럼, 초록 지붕의 집을 보고 너무 행복해 조용한 목소리로 행복을 속삭이던 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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