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을 위해 3년 동안 달린다. 아니, 어찌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라는 마라톤을 위해 준비하니 장장 12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라톤을 하다가 지쳐서 잠시 쉬려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지금 네가 공부해야지 이런 짓을 할 때니?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그때 해” 대학을 가면 쉴 시간이 많으니 쉬지 말라는 말을 찰떡같이 믿고 대학에 오면 사람들의 말이 틀렸다는 것에 대해 강한 충격이 온다.

대학생의 로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배낭을 메고 유럽 여행을 갈 방학에 토익, 토플 학원에 다녀야 한다. 학기 중에는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하지 못하고 고등학교 때와 다름없이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취직을 위해 대외활동을 하려고 하면, 그를 위한 스펙으로 SNS, 블로그, 유튜브 등을 하면서 팔로워나 구독자 수가 많아야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을 하기 위해 휴학계를 내는 것을 남들보다 한참 뒤처지는 일로 치부하며, 휴학하면 패배자라는 인식이 있는 어른들도 있다. 쉬지 않고 달리며 남들보다 빠르거나 비슷한 속도로 달려야 우리는 패배자가 아닌 것이다. 쉬는 순간 우리는 패배자가 된다.

사회와 주변의 압박에 의한 레이스는 대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나가 직장을 다니면서도 더 많은 연봉과 더 좋은 집, 더 좋은 명예를 얻기 위해 우리는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결국 인생에서 쉴 타이밍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멈추고 거북이가 되지 않으면 인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나 또한 한동안 그렇게 앞만 바라보고 달렸다. 남들보다 느리게 가는 것은 죄악이라 생각했고,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 앞에서 패배자가 되어 손가락질받지 않기 위해서는 명문대를 나와 번듯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남들보다 더 뛰어나기 위해서 달렸다. 휴학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하지 못했다. 오직 내 미래를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만 했다.

그러나 결국 긴 장거리 레이스의 승자는 상대방을 의식하며 급하게 뛰어간 토끼가 아니라 천천히 간 거북이였다. 끊임없이 거북이를 의식하며 앞만 바라보고 달린 토끼는 방심했고 장거리 레이스에서 패하고 말았다. 느리지만 자신의 속도에 맞추며 레이스를 즐긴 거북이가 승리하게 된 것이다.

쉬어간다 해서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알고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즐기며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를 하다 보면 거북이처럼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부터 나를 재촉하게 만드는 것들을 집어던지고 스스로 이렇게 외치며 인생의 속도를 좀 줄여볼 예정이다. 거북이는 패배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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