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된 ‘내비로’의 모습 제공=팀 프로시에고
제작된 ‘내비로’의 모습 제공=팀 프로시에고

“2미터 앞 사람, 3미터 앞 의자”

“15미터 앞으로 가세요, 좌회전하세요”

쇼핑몰과 같은 대형 실내 공간에서 시각장애인이 유모차 형태의 로봇을 잡고 걷는다. 로봇은 근방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해 알려주고 경로를 안내한다. 본교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휴먼바이오) 3학년 학생들이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안내 로봇 ‘내비로’(Navi-Ro)다.

내비로를 개발한 팀 ‘프로시에고’의 김가연(휴먼바이오·18)씨, 박지은(휴먼바이오·18)씨, 오지영(휴먼바이오·18)씨, 황시은(휴먼바이오씨·18)를 2월20일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서 만났다.

황시은씨, 오지영씨, 김가연씨, 박지은씨(왼쪽부터). 제공=홍보실
황시은씨, 오지영씨, 김가연씨, 박지은씨(왼쪽부터). 제공=홍보실

이들은 지난 학기 본교 도전학기제를 통해 내비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오씨는 “사회적 약자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문제의식을 가졌다”며 “첨단기술을 이용해 노약자나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팀원들은 실내 공간에서 GPS(위치기반서비스)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건물 밖에서는 GPS가 탑재된 내비게이션(Navigation) 서비스로 경로를 파악할 수 있으나 실내 공간에서는 길 찾기에 한계가 있다. 내비로는 실내에서도 시각장애인이 목적지를 잘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 인공지능 기술로 장애물을 인식해 사용자가 피할 수 있게 한다.

내비로의 주요 기능은 경로 안내와 장애물 알림이다. 대형 병원과 쇼핑몰 등 대형 공간의 내부 지도를 이용해 내비로 내 지도 데이터를 구축했다. 내비로는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로봇에 설치된 카메라로 간판 이미지를 추적한다. 카메라는 간판의 문자 정보를 읽어 지도 데이터와 비교해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이후 사용자가 음성으로 입력한 목적지와 비교해 경로를 안내한다.

장애물 알림을 통해서는 장애물 종류와 거리를 동시에 알린다. 카메라로 장애물을 찍으면 장애물의 종류와 장애물과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두 정보는 이들이 개발한 센서 퓨전(sensor fusion) 알고리즘을 통해 동시에 알려진다. 김씨는 “장애물 종류와 이름을 하나하나 매칭하는 게 어려웠다”며 “결괏값이 잘못 나오는 경우가 많아 한 달이 넘는 과정 동안 오류만 수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내비게이션은 로봇이 직접 돌아다니며 얻은 데이터로 지도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방식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박씨는 “내비로는 기존에 존재하는 지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취득하는 데 드는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또 내비로는 백화점에서 유모차를 빌리는 것과 같은 대여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씨는 “개인이 소유하는 것보다 유지보수비용이 줄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내비로 개발 과정에 전공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했다.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는 융합기계공학, 바이오데이터공학, 의생명공학의 세 가지 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오씨는 “수업에서 배운 기계공학 기술을 통해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바이오데이터공학 기술로 소프트웨어를 다뤘다”며 “또 내비로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의생명공학의 정신이 녹아있다”고 전했다.

2020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이들은 내비로로 동상을 수상했다. 팀 지도를 맡은 SKT 현창호 멘토는 “프로시에고 팀은 서로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팀워크를 보였다”며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프로시에고 팀의 수상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시각장애인에게 지형과 장애물 정보를 전달하는 신발 ‘아이슈’를 개발한 바 있다. 오씨는 “아이슈 개발 이후 장애물의 종류와 거리까지 안내하고, 길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미국 샌디에이고대(University of San Diego)에서 주최하는 GSIC(Global Social Innovation Challenge)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GSIC 프로그램에서는 유엔(UN嗹nited Nations)이 제시하는 17가지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 해결한다. 오씨는 “다른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 취약층에 대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고 싶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도 전공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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