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입학식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인 남성교수중창단이희윤 기자 hannah101142@ewhain.net
2월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입학식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인 남성교수중창단이희윤 기자 hannah101142@ewhain.net

'이대 엑소’, 올해도 그들이 떴다. 매년 풍성한 볼거리로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본교 남성교수중창단(중창단)이 입학식 공연 준비를 위해 모였다.

마음만은 20대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화음을 맞추던 중창단원 김인한 교수(정치외교학과), 유영민 교수(화학신소재공학과), 이상돈 교수(환경공학과), 이형준 교수(컴퓨터공학과), 채기준 교수(컴퓨터공학과), 박신화 교수(성악과), 원영석 교수(한국음악과), 황규호 교수(교육학과), 고광석 교수(식품영양학과)를 1월28일 음악관 504호에서 만났다.

인터뷰 당시 두 번째 연습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창단의 공연 준비는 순조로웠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덕일까. 음악관 전체에 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퍼졌다.

 

두 번째 랜선 공연을 준비하며

매년 입학식마다 대강당을 채우던 중창단의 공연이 2020년에 이어 2021년 입학식에서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연속 입학식이 녹화로 진행되며 이들의 공연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온라인 공연의 특징은 학생들의 반응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테너를 맡고 있는 이형준 교수는 “녹화할 때는 관객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반대로 학생들과 같이 있을 때는 과분한 환호 덕에 역량에 비해 더 잘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답했다.

학생들과의 즉각적인 소통은 어렵지만 온라인 공연만의 장점도 있다. 2020년, 기존 정장차림에서 새로 바뀐 본교 학위복과 트로트에 어울리는 반짝이 옷을 입으며 처음으로 의상에 변화를 줬다. 박신화 교수는 “온라인 공연인 만큼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영상으로는 옷을 갈아입는 부분을 편집할 수 있어 곡마다 의상을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2월26일, 중창단의 2021년 입학식 공연 영상이 본교 공식 유튜브(Youtube) 계정에 게시됐다. 이번 공연 관람 시 주목할 점을 묻자, 황규호 교수는 “주목을 하지 말고 즐겨달라”고 말했다. 그의 답변에 인터뷰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관객이 있을 때는 환호 소리에 묻혀 틀린 게 잘 티 나지 않지만, 녹화를 하면 실수가 모두 보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답변이다. 황 교수는  “교수들과 같이 흐름 타며 즐긴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 입시를 치른 신입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 공연 밖에 없다”며 “이 공연이 이화인이 됐음을 축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탄생 비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중창단은 1997년 교수성가대에서 만난 교수들의 사모임에서 시작됐다. 성가곡에 구애받지 않고 팝송, 가요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자 모인 것이다. 검증된 실력 덕에 창단 초부터 채플, 입학식 등 학교 행사의 단골 손님으로 활동했다.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알린 건 2014년이다. 엄숙한 분위기 속 진행되는 입학식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보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2013년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을 ‘이대스타일’로 바꿔 부른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엑소의 ‘으르렁’(2013)을 편곡해 선보인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30만뷰를 달성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이대 엑소’라는 별명을 얻은 중창단은 매번 색다른 공연으로 신입생을 맞이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중창단 구성에는 단장 채기준 교수의 역할이 컸다. 공대 교수들이 많은 것도 그의 영향이다. 초기에는 채 교수가 교수 워크숍 장기자랑에서 두각을 나타낸 교수들을 스카우트했다. 최근에는 자발적 의사나 지인의 추천으로 영입하고 있다. 채 교수만의 영입 기준은 노래실력과 끼다. 그는 “단원들 성격이 참 좋고, 끼가 넘친다”며 “끼를 발산할 곳이 없는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데려온다”고 전했다.

최근 멤버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신입 부원으로 김인한 교수가 들어왔다. 김인한 교수는 중창단에서 ‘솔선수범’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그 자리에 있을 꼭 필요한 사람, 중창단의 박지성이 되고 싶다”며 “어떤 노래나 파트가 주어지더라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활동 다짐을 전했다.

중창단의 마스코트를 묻자 채 교수는 고광석, 원영석 교수를 꼽았다. 채 교수는 “두 사람이 나이도 같고, 생긴 것도 동글동글한데다 성격도 쾌활해서 중창단의 분위기메이커”라며 “두 사람이 없으면 심심하다”고 말했다.

 

출구 없는 중창단의 매력

파격적인 선곡은 중창단 공연의 묘미다. 엑소의 ‘으르렁’(2013)을 시작으로 모모랜드 ‘뿜뿜’(2018), 지코의 ‘아무노래’(2020) 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중창단은 일명 ’히트곡 감별사‘로 불린다. 작년 한해 히트곡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듬해 중창단의 무대를 보면 알 수 있다.

최신 유행곡만 선곡하는 것은 아니다. 원영석 교수는 주로 전년도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음악이나 아이돌 노래, 혹은 신입생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곡을 선곡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에 맞게 이번 공연곡은 BTS의 ‘Dynamite’(2020), 영탁의 ‘찐이야’(2020), 박상철의 ‘무조건’(2005),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불렀던 ‘그래 우리 함께’(2013)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자 한 중창단의 노력이 담긴 선곡이다.

중창단의 가장 큰 매력은 학생을 향한 애정 어린 모습이다. 시간을 내 익숙지 않은 노래와 안무를 연습하는 것은 노래에 대한 단순 흥미만으로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중창단 활동을 하는 이유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일체감 때문이다. 그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매개로 동료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이화인 전체가 일체감을 갖는 것이 궁극적인 소망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공연을 통해 이화인이 진정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교수들의 마음이 영상에도 전해져서일까. 중창단의 공연 영상은 본교 학생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화제다. 영상에는 “저런 교수님이 있으면 나도 이대에 입학하고 싶어”라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본 고광석 교수는 “중고등학생들도 이 영상을 많이 본다는 게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런 감사한 댓글이 무대에서의 창피함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중창단의 목표를 묻자 채 교수는 역대 단원을 모아 단독 공연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행사의 초대 손님이 아닌, 중창단 이름을 걸고 공연한 건 1999년 중강당에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채 교수는 은퇴 전 원년 단원을 포함해 중창단의 순수한 공연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하게 된다면 단체 군무도 준비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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