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성 솔로 가수 현아가 ‘I’m Not Cool’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현아는 특유의 힘이 들어간 안무를 소화하며 시종일관 ‘나는 하나도 안 쿨해(I’m Not Cool)’라고 외친다. 유명한 여성 가수가 자신이 ‘쿨하지 않다’고 구구절절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쿨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쿨(Cool)’이란 영단어를 접했을 때 바로 연상되는 한국어 표현이 있다. 바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다. 차도녀는 남자 주인공과 연애하는 ‘커리어우먼’으로 흔히 등장한다. 나는 주로 차도녀 캐릭터를 보며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도시에 사는 커리어우먼이면서도 남자 주인공과 멋진 연애를 하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흥미롭게도 요즘에는 차도녀라는 표현이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여성을 표현하는 단어가 등장했다. 바로 ‘센 언니’와 ‘걸크러쉬’다. 이성애적 연애를 덜 하는 차도녀는 ‘걸크러쉬’하고 ‘센’ 언니를 뜻한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며, 자신이 맡은 일을 근사하게 해낸다.

다만 의문점이 있다. 매체에 재현되는 여성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발전했지만, 매체 속 여성들과 비슷한 사람이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쿨하고 차도녀 같은, 센 언니들은 모두 평온하게만 떠 있는 백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딘가에는 바로 옆에서 숨 쉴 것만 같은 동년배 여성 캐릭터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센 걸크러쉬 캐릭터’가 아닌, 크고 작은 일에 ‘호들갑’도 떨고, 때로는 실수도 하며 살아가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 말이다.

현아의 노래 ‘I’m Not Cool’로 돌아가 보자. ‘꾸민 듯 안 꾸민 채로, 사람들 관심에는 무심해야 한다’는 도입부 가사는 차도녀의 전형이다. 그러나 노래의 가장 중요한 구간이라 할 수 있는 후렴구에서 현아는 끊임없이 ‘나는 쿨하지 않다’고 외치며 “나는 내가 예쁜데/어쩌라고 예쁜데/나는 나를 예뻐해/너도 너를 예뻐해”라는 솔직하고 자아도취적인 브릿지 구간으로 다다른다. 그리고 ‘눈치 없이 나대고 염치없이 춤추는 내가 좋다’는 자기 긍정적인 가사로 노래는 끝이 난다.

노래의 후렴 가사인 ‘아임 낫 쿨(I’m Not Cool)‘은 도식화된 여성 이미지로 본인을 정의내리고 싶지 않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모습을 부정하며 자기긍정에 도달하는, ‘현아’라는 여성의 자아 탐구 과정이 노래에 담겨있다.

나와 내 동년배 친구들이 더 자아도취 하는 날을, 그리고 대중매체 속 여성들이 덜 ‘쿨’하고 덜 ‘완벽한’ 날이 오기를 남몰래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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