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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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재학생들의 마음속 곪아왔던 ‘수만휘 입시 카페 탈퇴 의혹’이 터졌다. 3일, 본교 재학생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입시 카페 S의 진실을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폭로글)이 게시됐다. 폭로글의 공감 수는 26일 기준 2300개를 훌쩍 넘었다.

그 의혹의 중심에는 2004년 개설돼 수험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 입시 카페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수만휘)가 있다. 수만휘에서 작성자가 본교생임이 드러나는 댓글과 게시글을 제재하는 한편, 본교에 대한 비방을 일삼는 이용자는 방관한다는 것이다. 본지는 폭로글에 제기된 의혹을 바탕으로, 수만휘 탈퇴 논란을 들여다봤다.

 

첫 번째 의혹, 신입생 카페 홍보 글 작성에 영구 탈퇴 조치

가입 후 몇 년 만에 찾은 수만휘에서 ㄱ(독문·16)씨는 본교 공식 새내기 카페 홍보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후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2017년 1월 초 수만휘에서 영구 탈퇴 처리됐다. 폭로글과 같이 ㄱ씨는 자신 또한 ‘본교생이기 때문에 탈퇴 조치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ㄱ씨는 “글 하나로 영구 탈퇴까지 당하는 건 편파적”이라고 말했다.

2014년 운영자가 게시한 수만휘 이용 규정에 따르면, 수만휘 내에서 타 사이트로의 유도는 금지돼왔다. 해당 규정을 둔 이유에 대해 수만휘 운영자(운영자)는 “타 사이트로의 유도가 주목적인 게시글을 처음부터 막지 않으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홍보 글만이 게시될 수 있다”며 “수만휘에서 활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ㄱ씨는 해당 게시물이 타대생도 작성해오던 형태의 홍보 글이라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수험생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은 수만휘에 신입생 카페 및 행사 홍보 글을 작성해왔다. ㄱ씨의 게시글도 총학생회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홍보 글이었다. 그는 “타대는 심지어 동아리에서조차 합격자 대상으로 홍보 글을 게재했다”며 “왜 본교 글만 삭제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수만휘는 주로 신고된 글에 한해서만 내용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수동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운영자는 “작성된 글이 많기 때문에 모든 글을 보지는 못한다”며 “학년별 게시판, 자유 게시판 등 커뮤니티성으로 이용되는 게시판을 위주로 모니터링한다”고 전했다. 또한, “어느 대학 출신인지 고려하지 않고 조치를 취하고 있어 이화여대 재학생, 졸업생들의 메일에 의아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고가 이뤄진 글에 대한 제재가 대학별로 차이가 있을까. 본지는 외부 사이트인 모 대학 유튜브로 유도하는 게시글을 직접 신고해봤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해당 글은 운영자에 의해 삭제됐다. 신고 글에 대해 수만휘 관계자는 “해당 글을 삭제 처리했다”며 “이후 작성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하기 위해 활동 내역을 살펴봤다”고 댓글로 알려왔다.

수만휘 관계자는 해당 댓글에 “해당 회원의 활동 내역 상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자주 올렸다”며 “우선 메일과 쪽지로 경고 조처를 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가 작성자의 활동 내역을 살펴본 결과, 실제로 수험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이 잦았음을 확인했다.

수만휘는 특정 아이디가 어느 대학 재학생인지 모르며, 특정 아이디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운영자는 “저는 고려대 졸업생이지만, 회원의 관리 및 탈퇴 업무를 맡는 스태프는 모두 서울대 재학생”이라며 “졸업을 준비하고 있어 대학 서열에 관여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의혹, 논란된 수만휘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면 영구 탈퇴 조치

ㄴ(화학신소재·19)씨는 최근 수만휘에서 본교생을 폄하하는 인기 게시글을 발견했다. 본교생이 블로그에 제기한 입시 카페 탈퇴 의혹은 ‘이대생들의 피해망상’이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 ㄴ씨는 “이 글이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보니 수만휘의 이대 검열이 아주 거짓이 아닐 수 있겠다”는 댓글을 달았고, 약 4시간 후 ‘좌표 찍고 여론 조작 시도’의 사유로 수만휘에서 영구 탈퇴됐다.

수만휘 규정에 따르면, 카카오톡 및 본인 대학 에브리타임(everytime.kr) 등에서 공유된 주소로 들어와 여론을 단체로 조작하는 행위는 금지한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활동 이유를 불문하고 재가입을 차단한다. 수만휘 측은 당시 ㄴ씨의 댓글이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ㄴ씨는 “개인적으로 댓글을 작성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표했다. ㄴ씨는 “과거엔 본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정보를 주기도 했다”며 “몇 달 만에 카페 활동을 하자마자 생긴 일”이라 말했다. 그는 “사실상, 이 글이 본교생 사이에서 어느 정도 화제이기도 했지만, 논란이 있기 전에 글을 발견한 것이라 탈퇴 사유에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 제보했다.

그렇다면 ‘좌표를 찍는’ 행위의 판단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수만휘 운영자는 “몇 개월 만에 처음 쓰는 댓글이 분쟁 글의 참여라면 ‘좌표를 찍는’ 경우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자는 “분쟁이 커진 후 사람들이 몰려 분쟁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어디선가 링크가 공유됐다고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전했다.

 

세 번째 의혹, 대학 간 비교 글에 댓글을 남기면 탈퇴 조치

수만휘 게시물 중 타대와 본교를 비교하는 게시글 및 댓글은 학내 커뮤니티에서 주로 논란이 되곤 했다. 수만휘에서는 대학 비교 활동 자체를 주목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다. 회원들의 활동 내역 상 절반 이상의 활동이 대학 비교일 때 그러하다.

ㄷ(호크마대·20)씨는 수만휘에서 논란이 된 대학 간 비교 글을 보게 됐다. 해당 글에는 ‘역겹다’는 단어를 사용해 본교를 비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ㄷ씨는 대학 간 비교로 응수하며 본교를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했다.

이후 수만휘의 규정에 따라, ㄷ씨는 ‘3개월 동안 활동이 대학 비교 활동뿐’의 사유로 수만휘에서 탈퇴 처리됐다. ㄷ씨는 해당 사유에 대해 “수만휘에 처음 단 댓글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활동 내역이 대학 비교 활동밖에 없었다”며 “지속해서 대학 비교 활동을 해온 것이라면 덜 억울했을 것”이라 토로했다.

운영자는 “대학생의 경우, 평소 활동이 많은데 비교 글에 한두 번 참여한다고 제재하지 않는다”며 “대학생으로 보이는 회원이 평소 활동이 없는데 비교 글 하나에만 참여했다면 재가입 차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대학과 이화여대를 비교하는 글이 올라오면, 비교 글에만 참여하는 회원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ㄷ씨는 본교를 비방한 게시글의 작성자가 여전히 회원임을 문제로 지적했다. 해당 게시글에 대해 삭제 조처가 내려졌고 주의를 주는 쪽지가 글 작성자에게 보내졌지만, 댓글 하나에 탈퇴된 자신에 비해 경미한 조치라는 것이다. 본지가 해당 회원의 활동을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글 작성자는 기존 활동 내역이 많았으며 탈퇴 처리되지 않았다.

수만휘 운영자는 규정에 어긋나 신고된 회원이 수험생인지의 여부에 따라 제재 강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의 경우, 기존 활동 내역이 제재 수준 결정의 기준이 됐다. 평소 활동이 없는 경우 제재를 가하고, 활동 내용의 질, 의도,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는 정도를 판단해 종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ㄷ씨는 “제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개별적인 활동 내역을 파악하고 제재를 적용할 때, 해당 기준이 일관성 있고 공정하게 적용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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