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A동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 개최된 패션디자인과 졸업전시회 전경. 사진=민경민 기자minquaintmin@ewhain.net
조형A동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 개최된 패션디자인과 졸업전시회 전경. 사진=민경민 기자minquaintmin@ewhain.net

“정상 체온입니다.”

조형예술관(조형관) A동 1층 로비. 체온 측정을 알리는 안내음이 울려 퍼진다. 체온 측정을 마치면 바로 옆 조소과의 작품이 보인다. 사과가 쏟아진 듯한 모습, 물의 굴절을 생생하게 표현한 수영장. 두 설치물은 입구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람객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작품을 응시하고 있다.

본교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졸업전시(졸전)가 조형관 A동(이화아트센터, 이화아트갤러리 포함), B동에서 24일~ 29일까지 열렸다. A동 1층에서는 조소과, 2층에서는 동양화과,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 패션디자인과, 3층에서는 서양화과, 4층에서는 섬유예술과의 전시가 개최됐다. B동 도예홀에서는 도자예술학과의 전시가 열렸다.

 

‘코로나19 시국’, 작품에 담기다

동양화의 대표적인 재료인 ‘먹’. 까만 먹을 덧칠해 섬세한 붓터치로 표현해낸 형상이 보인다. 스며들어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캔버스 천을 여백 없이 꽉 채운 모습 때문일까. 어딘가 위압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영진(동양화·16)씨의 작품은 코로나19로 바뀐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영감으로 삼아 작업했다. 원래 서씨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모든 일상을 방에서 보내게 되면서 편했던 공간은 답답해졌다. 집에 갇혀 있을 때 느꼈던 불편함은 작품의 원천이 돼 거칠지만 세밀한 느낌의 먹으로 표현됐다.

“코로나19에 지배된 온 세계. 우리들은 얽매이고, 해체된다.”

패션디자인전공(패디)의 작품 ‘DYSTOPIA: 암흑세계의 환상’의 설명이다. 눈과 입, 팔을 형상화한 장식이 옷에 매달려 있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고, 해체시키는 과정을 나타낸 강현주(패디·17)씨의 작품이다.

강씨는 조그만 크기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비정상적으로 결합돼 있는 신체 부위와  화려한 원색의 사용은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인간의 상황을 표현했다. 망가지고 해체된 얼굴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미치는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편 조형관 4층은 집처럼 변모했다. 벽에는 커튼을, 바닥엔 구름을 연상케 하는 검정 러그를 배치했다. 보라색, 분홍색, 주황색이 섞인 다채로운 색감의 의자는 안락함을 더한다.

섬유예술과(섬예과)는 독일어로 ‘집으로, 집으로부터’를 뜻하는 ‘HEIM(하임)’을 테마로 전시를 풀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던 2020년의 상황을 포괄하는 주제다. 이수인 교수(섬유예술과)는 “예년에는 작업 환경이 학교였지만, 이번 졸전은 특수 상황으로 인해 학생들이 집에서 주로 작업해야 했다”며 “집이라는 단어를 통해 관람객에게 안식처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패션쇼로의 변신, 위기를 기회로

“2019년에 인상깊게 봐서 2020년도 기대했는데, 역시나 명불허전이네요!”

24일 정오, 본교 유튜브(Youtube) 공식 채널에 업로드된 패디 졸업 패션쇼 영상의 댓글이다. 패디 졸업 패션쇼 ‘2020 프리미어 이화 패션 컬렉션’은 조회수 3354회(26일 오전11시30분 기준)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20년 패디 졸업 패션쇼는 ECC Valley 대신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 디자이너의 워킹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손 안에서 핸드폰으로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다.

패디 졸전은 오프라인으로도 진행됐다. 전시장인 조형관 A동 이화아트센터엔 36벌의 작품과 큰 스크린을 통해 패션쇼를 같이 상영하면서 몰입감을 높였다.

패디 이윤하 공동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말했다. 디지털 런웨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패션쇼를 쉽게 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6벌의 의상을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내는 것도 색다른 도전이었다. 각각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촬영감독과 많은 회의를 거쳤다. 그 결과 8분 8초 안에 36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

패디과 졸업준비위원회 홍보팀장을 맡은 김채영(패디·17)씨 역시 “디지털 런웨이를 처음 준비하면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좋은 방향으로 간 것 같아 뿌듯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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