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4학점 다시 듣나 봐라”

“24학점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서 ‘24학점’을 검색하면 보이는 글이다. 6월3일, 본교는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금학기 수강가능학점을 3학점 늘렸다. 의과대학(의대) 및 약학대학(약대)의 <기독교와세계>를 듣지 않은 신입생을 제외하고 이월학점이 3학점이거나 직전학기 3.75를 넘은 학생들은 최대 24학점까지 수강가능했다. 24학점을 들으며 한 학기를 ‘뜨겁게’ 보내고 있는 이화인들을 만났다.

 

24학점을 신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희진(정외·20): 지난 학기 19학점을 비교적 수월하게 끝마쳤던 기억으로 이번엔 24학점을 신청했다. 저학년인 지금 24학점을 들으면 고학년에 인턴 등의 활동을 병행하기도 쉬울 거라 판단했다. 또 장학금 이수 시 성적이 같으면 2차적으로 수강한 학점을 고려하므로 24학점을 선택한 것도 있다.

하지은(과교·18): 편입할 때 전적대의 교양 과목을 다 듣고 왔지만, 인정받은 교양 과목은 한 개 뿐이었다. 현재 들어야 할 학점은 140학점 정도다. 이번 학기에 최대한 많은 학점을 듣고 5학년 때 임용시험을 병행하기 위해 신청했다.

이채린(약학·17): ‘희석 효과’를 노렸다. 이번 학기 학점을 잘 받고, 졸업까지 최대한 많은 학점을 수강한다면 학점이 좋지 않았던 학기가 누적평점에 차지하는 비율이 적어지면서 말 그대로 ‘희석’되니까.

박혜령(경영·18): 현재 주전공에 복수전공 두 개까지 총 세 개의 전공을 이수 중이다. 졸업하려면 추가학기가 필수인 상황이었다. 최대한 많은 학점을 들어 추가학기를 줄이기 위해 선택했다.

 

제일 힘든 점이 무엇인가

박혜원(커미·15): 챙겨야 할 과제가 많다. 비대면 강의다 보니 출결을 확인하기 위한 과제, 연습문제 풀이 등 자잘한 과제를 직접 공지를 보며 일일이 확인해야 하니 불편하다.

조예진(화학·17): 현재 대학원 연구실 인턴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연구에 집중하는 일도, 매번 출석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부족해 운동을 하지 못하면서 건강도 나빠졌다.

이채린(약학·17): 수강 과목이 많다 보니 하루에 두 과목씩 시험을 보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리 공부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꽉 채워진 사이버캠퍼스 화면과 강의시간표를 보면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마저 든다.

한희진(정외·20): 당연한 얘기지만 강의를 밀리지 않고 챙겨 듣는 것이다. 19학점을 들었던 지난 1학기엔 강의를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24학점을 들으니 강의를 해치우는 것도 힘들 뿐더러, 강의가 올라온 줄 모르고 결석한 적도 있다.

 

시험일정 때문에 곤란하진 않았나

박혜원(커미15): 중간시험을 한 달 동안 봤다. 한 달 간 시험과 수업을 병행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시험이 끝난 과목은 바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야 하고,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은 과목은 시험공부에 매진해야 하니 한 달 내내 정신없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은(과교·18): 일주일에 전공시험 7개를 봤다. 왕복 3시간을 통학하며 대면시험을 보다 보니 부담감이 심했다. 지하철에서 쓰러진 적도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럽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면서 버텼다.

이신영(교공·19): 오픈북 시험이 많아져서 부담감은 덜했다. 하지만 일정이 몰려 2주 동안 시험 5개와 과제 7개를 해치워야 했다. 체력도 나빠지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했던 것 같다.

양하람(불문·19): 하루에 시험 3개를 연달아 보기도 했다. 각 과목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니 3~4시간 정도만 자면서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학기에 비해 학습의 깊이도 얕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24학점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박혜령(경영·18): 이전과 같은 등록금을 내지만 더 많은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추가 학기에 들을 학점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좋다.

서예희(건반·18): 졸업학점을 빨리 채울 수 있다. 덕분에 4학년에 조금 여유있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하지은(과교·18): 공부에 집중하는 습관이 생겼다. 임용시험을 생각하는 만큼 향후 몇 년간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데, 이번 학기 수업을 들으며 스터디 카페도 다니고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다.

이신영(교공·19): 심리적인 만족감이다. 이번 학기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24학점을 들으며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양하람(불문·19): 규칙적인 생활과 정신건강 유지에 신경 쓴다.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또 시간이 나면 오카리나를 불거나, 차를 우려 마시는 등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있다.

하지은(과교·18):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니 늘어지기 쉬웠다. 지금은 기상 인증 채팅방을 직접 운영하며 일정을 관리하는 중이다. 오전9시까지 기상 인증을 하고, 자정까지 공부 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자기관리하는 습관이 잡힌 것 같아 뿌듯하다.

전민경(중문·18): 스케줄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매일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야 하는데 여러 수업을 듣다 보면 놓치는 경우가 있다. 작은 실수들이 쌓여 성적에 영향을 미치니 메모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조예진(화학·17):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온/오프’를 구분하려 한다. 압박감 때문에 오전3~4시에 일과를 끝내곤 했는데 건강도, 정신도 피폐해지더라. 쉴 때는 완전히 쉬려고 노력한다. 내 시간을 가지는 게 정신건강에도 중요한 것 같다.

 

다시 24학점을 들을 수 있다면

이신영(교공·19): 무리다. 통학을 하면서 현재 일정을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비대면인 지금도 주중에는 수업을 듣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아르바이트, 일요일에는 종교 생활까지 하고 있다.

이채린(약학·17): 학점을 잘 받지 못하더라도 듣고 싶은 강의가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서예희(건반·18): 들을 의향이 있다. 등록금이 만만치 않으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서주혜(화학·17): 비대면 수업이니까 23학점을 신청한 것이지, 모두 대면 수업이었다면 21학점도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과목을 비대면으로 수강한다는 전제 하에 한 번 더 들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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