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거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학생이 이화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2번째 직선제다. 이제 다음 주면 이화의 4년을 이끌 총장이 결정된다.

총장 선거 취재팀의 여정에도 곧 마침표가 찍힌다. 8월부터 온 힘을 쏟은 취재의 끝이 다가오는데도 왠지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다.

정보제공동의 마감날인 13일 오전 11시 기준 학생 참여율은 24.7%에 그쳤다. 교직원, 교수, 동창 참여율은 모두 90%를 넘겼다. 이제 정보제공동의를 하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투표에 뒤늦게 참여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정보제공동의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투표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기 위함이다.

온라인 투표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투표 분위기 조성이 부족했고, 정보제공동의 절차까지 추가돼 번거로움이 늘었다고 이유를 찾아봤다. 하지만 정보제공동의 기간 마감까지 거의 한 달간의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결과다.

그러다 총장 선거 취재팀에 합류하기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학보에서는 8월부터 총장 선거 취재팀을 꾸렸다. 당시 나는 2학기 총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또 어떤 절차를 거쳐 총장이 뽑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는 생각하지 않고, 총장 선거 취재가 막연하게 거창해 보여서 취재팀에 합류했다.

그렇게 학보 기자 4명이 모였다. 18학번 3명, 19학번 1명. 모두 총장 선거를 처음 경험하는 학번이었다. 총장 선거가 뭔지도 몰랐던 우리는 수많은 질문을 떠올렸다. 총장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구성원이 원하는 총장의 리더십은 무엇인지, 또 총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은 무엇인지. 이 질문에 답을 함께 찾아가자는 마음으로 매주 기사를 썼다.

이번 주까지 총 12개의 총장 선거 기획기사를 발행했다. 직선제 도입 배경을 돌아보는 기사로 시작을 끊었다. 총장 선거 취재 팀원들처럼 직선제가 도입된 배경을 잘 알지 못하는 구성원에게 당시 상황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2017년도 투표에 참여한 학생, 교직원,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보와 일간지 기사에 남아있는 기록들을 살피며 이화의 역사를 짚어갔다.

다음으로 대학 총장이 갖춰야 할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뤘다. 학생, 교수, 교직원, 동창, 학내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원하는 총장 상을 물었다. 원하는 총장상과 강조하는 현안은 제각각이었다. 구성원들과 학내 현안을 주제로 소통하며, 학교는 어느 누구만의 것도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임을 느꼈다.

입후보자 등록이 끝난 후에는 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총장 후보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수집했고, 각 후보자들에게 전했다. 답변 속에는 후보자 각각의 비전과, 그들이 그리는 이화의 미래가 담겨 있었다. 소견서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의 공약 분석도 시도했다. 구성원들이 제시한 학내 현안에 후보자들이 어떤 답을 제시했는지를 봤다.

매주 총장 선거 기사가 쌓일수록, 내가 행사할 한 표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 표가 결정지을 이화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기대되기도 했다. 학보에서 총장 선거 기사를 쓰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민을 했을까. 아마 이 한 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내게 주어진 건지 애써 찾아보지 않았을거다. 또 총장 투표가 이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숙고하지 않았을 터였다.

투표는 단순히 이화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교수, 교직원, 동창, 학생, 학내 노동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몸 담고 있는 이화의 미래를 결정하는게 총장 투표다. 표를 던지기 전 후보자들의 공약과 비전 등을 잘 살피고, 한 표 한 표에 의미를 담아야 하는 이유다.

학생 정보제공동의 결과에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이 무겁다. 구성원들에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 또한 대학 언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투표율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지만, 투표까지 남은 기간 동안 맡은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이 던질 한 표에 의미를 싣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총장 선거 레이스 끝까지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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