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연구원은 단거리용 개인형 이동장치,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의 시장 규모가 2022년엔 20만 대까지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시장 규모가 확대된 뒤 전동킥보드 사고도 꾸준히 증가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서울 내 전동킥보드 사고가 2017년 73건, 2018년 57건, 2019년에는 117건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본교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총무처 총무팀은 “안전사고는 없었지만, 7월부터 11월 현재(9일)까지 킥보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교내 차량이나 보행자와의 충돌 우려, 인도 및 차로에 무분별하게 세워놓는 문제가 주된 민원”이라 답했다.

10일 오후6시30분 이화여대길. 오토바이, 승용차, 전동킥보드가 한데 모여 도로를 달린다. 보도 곳곳엔 여러 개의 전동킥보드가 질서 없이 주차돼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등장한 후 쉽게 볼 수 있는 도로 위 풍경이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 전동킥보드의 안전은 어떨까. 기자가 직접 전동킥보드에 몸을 실어봤다.

 

전동킥보드 탑승시 헬멧 착용이 필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12월10일부터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며 안전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이화여대길에서 기자가 직접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희윤 기자 hannah101142@ewhain.net

 

이용 편리했지만, 주행 시엔 ‘사고다발’

전동킥보드는 편리했다. 통행금지구역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나 주차가 가능하고, 사진을 찍어 바르게 주차한 것을 인증하면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됐다. 문제는 주행에서였다. 전동킥보드는 도로 위 ‘이방인’이었다. 차도 위를 주행하기도, 인도를 주행하기도 모호했다. 차도에는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있었고, 인도에는 사람이 있었다.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적용되기 전까지 전동킥보드는 차도 주행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화여대길에서 신촌기차역을 지날 때 차도를 이용하긴 무리였다. 도로의 폭이 좁을 뿐더러,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많아 전동킥보드가 이용할 수 있는 갓길은 거의 전무했다. 갓길이 좁다 보니 조금만 핸들을 돌려도 접촉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도로 위 수많은 굴곡도 위험 요소였다. 전동킥보드의 구조 상 지면과 닿는 표면적이 좁아 낮은 과속방지턱도 탑승자에게 큰 충격을 준다. 기자는 움푹 패인 도로를 지날 때 균형을 잃고 잠시 킥보드를 멈춰 세웠다.

‘전동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킥라니’,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의미로 지어진 별칭이다. 급발진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는 브레이크를 꼭 잡고 갓길을 달렸다. 엑셀 레버를 조금만 당겨도 전동킥보드는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기 때문에 주행 시 브레이크 조작은 필수다. 전동킥보드의 최고속도는 25km/h로 제한돼 있지만, 사방이 노출된 전동킥보드 위에서는 20km/h도 빠르게 느껴졌다.

 

유명무실한 ‘헬멧 착용’ 법률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이용 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어플 속 짤막한 안내만 있을 뿐,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헬멧 대여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기자는 헬멧 없이 킥보드를 탔다.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탑승하니 조금의 장애물도 신경 쓰였다. 이동장치를 탈 땐 머리부터 다치는 경우가 많아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10일 기자가 이대~신촌 거리를 주행했을 때 역시 헬멧을 쓰고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서진(동양화·16)씨는 “헬멧을 쓰라고 권고만 할 뿐, 같이 내장돼 있지 않아 사용자 입장에서는 결국 착용하지 않고 타게 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헬멧 없이 주행할 경우 위험하다며 입을 모았다. 명지대학교 교통공학과 김현명 교수는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기 때문에 도로 포장이나 요철, 보도와 도로의 단차 등에 영향을 쉽게 받아 타 교통수단에 비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 또한 “헬멧 미착용 시 인명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헬멧 미착용 벌금도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전성 확보 위한 대책은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 안전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 킥보드의 늘어난 수요에 따라 12월10일(목)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존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속해 오토바이에 준하는 취급을 받았다. 이 경우 차도로 다녀야 했을 뿐만 아니라 탑승 시 면허가 필요했다. 개정법 시행 이후엔 자전거와 같은 지위를 갖는다.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든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개정법 이후에도 헬멧 의무 착용 규정은 유지되나, 범칙금 2만 원을 낼 필요가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안전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정확한 모니터링을 통해 만 13~16세 사이 사고 발생률을 조사한 뒤, 해당 연령층 사고율이 타 연령대보다 높다면 면허 소지 없이 만 16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보행안전개선에 방점을 둘 계획이다. 서울시는 10일 ‘보행안전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보행자 배려 운행문화 정착과 보행안전문화 정착 관련 법률 정비가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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