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제공동의, '온라인' 진행에 동의율 저조

총장 선거 정보제공동의(정제동) 학생 참여율이 26.8%에 그쳤다. 교원 94.5%, 직원 95.1%, 동창 100%인 다른 학내 구성원 단위 참여율에 비해 낮은 수치다. 정제동을 한 인원이 모두 투표해도 학생 10명 중 2명만 투표에 참여하는 셈이다.

정제동 참여율은 총장 선거 투표율을 예측해볼 수 있는 지표다. 사전에 정제동을 한 사람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52대 총학생회(총학) 이모션(Emotion)은 안정적인 온라인 선거 진행을 위해 정제동에 70%이상의 학생이 참여해야 한다고 했지만, 최종 정제동 참여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제17대 총장 선거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홍보, 참여 안내 등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위주의 선거 진행이 낮은 학생 참여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왔다.

 

‘온라인’ 투표로 인해 정보 접근성 하락

현장 투표에 비해 직접적인 정보 전달이 힘들어져 학생들의 관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김진유(경영⋅17)씨는 온라인 방식으로 인해 투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고, 선거 분위기도 느끼기 힘들다고 했다. 2017년 진행된 제16대 총장 선거는 ECC 다목적홀과 입학관홀에서 현장 투표로 진행됐다. 김씨는 “2017년 현장 투표 때는 학교를 오가다 홍보를 접하거나 총장 선거 정보를 계속 들었는데, 현재는 학교를 안 가니 계속 찾아보지 않는 이상 관심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카톡) 확인과 커뮤니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2017년도 총장 선거 당시 상황의 특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선거는 최경희 전(前) 총장이 사퇴한 후, 처음으로 진행된 학생 참여 직선제였다. 김씨는 “2017년도에는 전교생이 ‘우리가 투표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느껴 선거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현재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2017년 제16대 총장 선거에서는 학생 투표율이 1차에서 41.9%, 결선에서 43.9%를 기록했다.

온라인으로 여러 투표가 동시에 진행돼 혼란스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11일 기준 아직 정제동에 참여하지 않은 ㄱ(컴공⋅18)씨는 “학생총투표 정제동과 헷갈려 총장 선거 정제동에도 이미 참여한 줄 알았다”며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보 전달이 부족해 착각했다”고 말했다. 11월 둘째 주까지 두 개의 정제동이 동시 진행돼 혼선을 빚은 것이다.

총장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정제동은 제17대 총장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주관했다. 반면 총학이 주관한 정제동은 지난 10월 열린 학생총투표와 곧 있을 제53대 총학생회 선거에 필요한 절차였다.

 

총장 선거 정보 부족... 어려움 호소하는 유학생, 장애학생

학생 구성원 중에서도 특히 대학원생에게 정보 전달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장선거에서 투표 가능한 대학원 재학생은 5256명이다. 이는 학생 단위 전체 투표권자에서 약 26%에 이르는 수치다.

한소희(상담심리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대학원생에게 투표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동기에게 대학원생은 투표권이 없다고 전해 들었고, 카톡 공지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도 총장 투표 관련 공지사항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희정(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 전공 석사과정)씨 역시 “온라인 투표 일정과 절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며 “대학원 각 단과대학별 홈페이지 공지사항이나 사이버캠퍼스 내 배너 활용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면 대학원생들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제69대 일반대학원 학생회 ‘EWHAGU(이화구)’는 “대학원 학생회 차원에서 온라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유학생, 언어 장벽에 투표할 이유 못느껴

유학생 역시 총장 선거 정보를 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학년도 2학기 본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 수는 1418명이다. 이들은 전체 학생 유권자 2만74명 중 7%를 차지한다. 10일 오후5시 기준 유학생 선거권자 중 34명(2.39%)만이 동의를 완료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파리조드 유수포바(PARIZOD YUSUPOVA·커미·18)씨는 후보자 소개서와 소견서 모두 한글로 돼 있어 선거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는 “총장 후보자 공약을 살펴보려 했지만 한글로만 돼있고 단어도 어려워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며 “총장 선거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정제동을 하지 않았고 투표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투표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중국인 유학생 양문월(YANG WENYUE·커미·18)씨는 “총장 선거 정보를 접하지 못했고, 선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투표하고 싶지는 않다”며 “유학생에게 총장 선거의 중요성을 알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학생은 선거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유학생회장 타카라다 유카(TAKARADA YUKA⋅국문⋅16)씨는 “유학생들에게 총장 투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지가 없었다”며 “커뮤니티나 SNS를 이용하지 않는 유학생도 있어 다른 창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면 투표율이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총학은 “11일 열린 5차 선관위 회의에서 유학생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요청했다”며 “영어로 투표 참여 문자를 발송하고 정제동 안내문 역시 영어로 번역하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현재 선관위 홈페이지(my.ewha.ac.kr/election17)와 K-voting 투표 홈페이지는 한국어만 지원될 뿐 외국어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

 

투표 사각지대, 장애학생 배려 부족

장애 학생의 투표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각장애를 가진 이채은(국문⋅19)씨는 정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씨는 “컴퓨터 화면을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이 마이유레카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해 참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관위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후보자 정보도 접할 수 없었다. 후보자 소개와 공약이 모두 이미지로 돼 있어 스크린리더가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이트의 접근성이 좋지 않아 기본적인 ‘알 권리’와 ‘투표할 권리’가 침해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지원 센터는 “시각장애학생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카드뉴스, 포스터 속 글자 정보가 음성으로 호환되도록 텍스트로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토론회, 홍보 영상 등에 자막이 없는 경우 청각장애학생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며 청각장애학생을 위한 자막 제공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선관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후보자들의 소견발표동영상에는 자막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에 공개된 2020학년도 4월 기준 본교 장애학생은 40명이다. 선관위는 “현재 장애인 접근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및  K-voting 홈페이지는 별도로 준비돼 있지 않다”며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장애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지원이 가능하도록 협조 요청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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