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언론정보·17년졸) 스마트뉴스 콘텐츠팀
박주영(언론정보·17년졸) 스마트뉴스 콘텐츠팀

27세.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유학을 떠나는 건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때 선택에 후회는 없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이곳에서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다양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기사 작성법을 열심히 공부하던 학부 때도, 한편으론 어떻게 하면 그 뉴스를 잘 포장해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기사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소용없으니 말이다.

궁금증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더 커졌다. 모든 기자라면 본인이 애써 쓴 기사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바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취재에 들인 공과 조회 수가 항상 비례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기사에 어떤 영상을 넣었는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어떻게 홍보됐는지, 네이버 뉴스 어디에 어떻게 노출이 됐는지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조회 수가 오르락내리락했다.

당시엔 대부분 언론사마다 온라인 뉴스팀이 따로 있었고, 팀들은 각자 나름대로 전략에 따라 기사를 포장, 홍보했다. 그 전략들엔 “이렇게만 하면 된다!” 하는 성공 철칙도 없었고, “이것만은 하지 말자!” 하는 가이드라인도 딱히 없었다. 급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환경 탓에 모두가 변화를 따라가기에만 바빠 보였다.

기자로 일하며 느꼈던 온라인 기사 유통의 문제점

美 메딜저널리즘스쿨 진학해 인턴십, 취업에 이르기까지

이런 혼돈 속에서, 긴 호흡의 좋은 기사는 정작 빛을 못 보고 낚시성 기사들만 판을 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인기 뉴스 위주의 포털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극히 일부 기사만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고, 대신 다양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많은 기사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플랫폼 문제일까, 콘텐츠 문제일까, 혹은 재미만 좇는 사람 본성 문제일까? 원인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건강한 뉴스 생태계를 회복할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단지 그때는 이런 고민을 공유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국내에서는 이런 논의가 지금처럼 활발히 진행되기 전이었고, 뉴스룸 간 정보 교류도 많지 않았다. 문득 디지털 뉴스 업계가 빠르게 발전한 미국은 어떤 상황일지 궁금해졌다. 검색 끝에 운명처럼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스쿨의 ‘Media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이란 석사 과정을 찾게 됐다.

커리큘럼을 처음 본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혁신적인 기사 유통 방식"을 중심으로 구성된 수업들 속엔 독자 분석, 콘텐츠 전략, 플랫폼 연구 등 내가 알고 싶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이 꽉꽉 차 있었다. 그동안의 궁금증을 가득 담은 에세이, 그리고 감사한 분들께 받은 추천서를 잘 정리해 시카고로 보냈고, 몇 달 뒤 합격 소식을 듣게 됐다.

한창 사회부에서 활발히 일하던 때라, 매력 넘치는 기자직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동료 기자들이 현장을 누비며 좋은 기사들을 쓸 동안, 나는 그 기사들이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쉽게 정할 수 있었다.

메딜에서 1년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독자들을 파악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를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는지, 또 어떤 새로운 기술에 저널리즘을 접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치열하게 배우고 고민할 수 있었다. 어떤 학기는 코딩을 배워 직접 뉴스 플랫폼을 만들기도 하고, 친구들과 앱을 만들어 창업해보기도 했다.

커리큘럼도 알찼지만, 무엇보다 같은 고민을 공유할 사람들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우리 과 동기들은 광고 마케팅, 프로그래밍, 잡지 기자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온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미디어 산업에 관해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수업 마치고 함께 몰려다니며 언론사 탐방도 하고, 매주 학교 앞 식당에 모여서 미디어 업계 동향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가끔은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일하는 선배들과 점심을 먹으며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가을 학기도 여러 업계 사람들을 알게 될 좋은 기회였다. 주 중엔 실리콘밸리가 있는 베이 에이리어를 돌아다니며 많은 스타트업 회사나 미디어 관련 테크 회사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 이틀은 직접 회사에 출근해 인턴십을 하며 창의적인 업무 문화를 느껴볼 수도 있었다.

많은 경험 중 하이라이트는 ONA라는 온라인 뉴스 협회 콘퍼런스에 참여한 때였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선 디지털 저널리즘을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되는데, 미국 수많은 언론사에서 온라인 뉴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축제와도 같은 자리다. 아직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9월,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로비에 가득 찬 2000여 명의 참석자를 보고 느낀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갈증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이만큼이나 있다는 게 마음 벅차게 느껴졌다.

석사 과정을 모두 마친 지금은 ‘스마트뉴스’라는 뉴스앱 회사에서 머신러닝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팔로알토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다양한 뉴스를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전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성향이 다른 언론사 기사들을 조절해 보여주기도 하고, 작은 지방 주민들에게 지역 뉴스를 보기 쉽게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속한 콘텐츠 팀은 앱이 좀 더 정확히 기사를 인지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나와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회사에서 마음 맞는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매일 출근이 즐겁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다양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1년이란 시간은 해결책을 찾기에 턱없이 짧았지만, 어렴풋한 실마리를 잡고 커리어 방향을 과감히 틀어버릴 결정을 내리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독자들이 더 많은 좋은 기사를 접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씩 모여가고 있는 힌트를 벗 삼아 답을 찾는 모험을 계속해보려 한다.

박주영· 美 스마트뉴스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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