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 3학년이 됐다. 1학년 때부터 해온 진로 고민이 당면 문제가 된 이상 이제는 유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주위 어른들은 “이제 곧 졸업이네, 졸업하면 뭐 할 거니?”라며 안 그래도 조급한 마음을 폭풍우 속으로 밀어 넣는다. 최근, 진로에 대해 다양한 세대 어른들께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Z세대인 나는 또 폭풍우의 중심 속으로 내던져졌다.

한국 사회 전반의 고용 위축, 청년 취업난과 더불어 고시나 공시 선발 인원 또한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Z세대 청년들은 이제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최소 몇 년씩 준비 기간을 가져야 하는 등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 바늘구멍을 뚫을 수 있을까?’, ‘영영 캥거루족으로 살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혼자만의 생각과 고민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 관심 있는 직종에 종사하고 계신 X세대 어른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들은 “네 나이에 못 할 게 뭐가 있냐?”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했다. 분명 일리 있는 말이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하는 일침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증대된,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Z세대인 우리가 실패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 않은가? 전 세계적으로 변화한 시대적 환경 차원에서 우리가 이토록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 절약적 기술의 등장, 고령화, 코로나19 등 다양한 원인이 고용 불안정을 낳고 있다.

한국 사회에 초점을 맞춰 보면, 고등교육 보편화, 학교 교육 팽창 등의 이유로 학력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며 학력을 통해 경쟁적 우위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워 휴학해 ‘스펙’을 쌓는 것이 보편적인 시대를 X세대가 살아온 시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은 학벌 이상의 무언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학점은 물론, 각종 자격증, 어학 성적, 인턴 경험 등을 통해 자신을 차별화하고 상품화해야 한다.

또한 우리 세대에는 부모 세대의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더욱 심해져 사회 계층 상승의 가능성도 매우 희박해졌다. 몇 년 전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등장하며 이미 가지고 태어난 것에 의해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를 두고 부모 탓을 하는 것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무색해져 버린 냉혹한 현실을 이제는 모두가 인정해야만 한다.

몇몇 기성세대 어른들이 종종 Z세대를 향해 ‘헝그리 정신’이 없고 게으르며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지탄을 할 때, 기성세대와 우리 Z세대의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개인이 노동하지 않는 것을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청년 집단의 불성실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가 말했듯 개인이 여러 특수한 환경에서 경험하는 것은 구조적 변동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많은 개인적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범위를 넘어서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Z세대는 누구보다 ‘노오력’했고, ‘노오력’ 하고 있다. 더이상 우리 세대의 삶이 타자에 의해 ‘노오력’ 부족으로 폄하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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