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강의 재사용은 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일부 온라인 강의에서 교수와 학생 간 불통, 잦은 휴강, 강의 재사용으로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강의가 시행된 지 벌써 두 학기째지만, 이유 모를 휴강이 계속되는가 하면 2020학년도 1학기와 같은 강의 영상을 활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학생들은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는 입장이다. 

 

공지 늦어 줌에서 하염없이 대기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 <뉴미디어테크놀로지입문> 강의실에 입장해 교수를 기다린 지 1시간. 융합콘텐츠학 전공인 ㄱ씨는 줌에서 교수를 약 1시간 기다리고 나서야 당일 수업이 없음을 알았다. ㄱ씨는 “휴강이 잦은데 사전에 공지하는 날이 드물다”며 “수업 20분 전에 공지하거나 아예 공지가 없을 때도 있어 수업 여부를 알려면 줌이나 사이버캠퍼스(사캠)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강 공지 후 보강 없이 자료만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료를 약속한 기한보다 늦게 올리거나 올리지 않기도 했다. ㄱ씨는 “10월19일~29일 약 2주간 연이어 휴강했고 10월30일 교수가 올려준 웹 프레젠테이션 자료 하나로 공부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해당 수업을 듣는 19학번 ㄴ씨도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ㄴ씨는 평소처럼 수업 시간에 줌 강의실 입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줌에는 로딩 화면이 뜰 뿐이었다. 그는 “혼자 수업이나 공지를 놓치고 있는 건가 싶었다”며 “커뮤니티를 확인해보니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결국 수업 시간 약 5~10분이 지나고 나서야 사캠 주제별 학습 활동(주차별 학습 활동)란에 공지가 떴다.

<뉴미디어테크놀로지입문>과 <콘텐츠데이터분석>을 가르치는 곽미라 강사(융합콘텐츠학과)는 “악화한 몸 상태와 개인적인 고난 상황이 수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곽 강사는 건강 악화로 녹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며 애를 먹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며 예정된 시간에 강의 영상을 게시하지 못했다. 곽 강사는 “건강 악화가 변명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해결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휴강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수업 공지에 대해, 곽 강사는 “사캠 주제별 학습 활동란에 공지했고, 알림이 가지 않아 학생들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자료는 웹 프레젠테이션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업로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곽 강사는 “좋은 수업을 만들려는 마음이 크다”며 “약속한 교과 내용을 전달하고 교과 목표를 이뤄 남은 동안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후 그는 4일 실시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건강상의 이유로 그동안 수업 진행에 차질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그는 앞으로 수업을 제때 진행하고 휴강한 수업을 보강하는 등 개선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ㄴ씨는 “그날 수업에서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교수의 마음이 느껴져 그간의 불만이 조금 해소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일을 계기로 소통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강의 중간평가 외에도 학생들이 기본적인 수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나 규칙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외에도 양희동 교수(경영학과)의 <전자상거래학원론>과 <경영정보시스템>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등으로 학생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1학기 강의 영상을 2학기에 또? 강의 ‘재탕’ 논란

일부 온라인 강의는 2020학년도 1학기 강의 영상을 2학기에 재사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교수들은 학교의 지침을 따랐고, 학교는 교육부의 지침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20학번 ㄷ씨는 <서양미술의이해> 강의를 듣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교수가 ‘곧 있으면 부활절’이라고 말했어요. 그때 1학기 강의 영상을 사용한 걸 알았죠.” ㄷ씨는 아무리 녹화 강의지만 수업 중 그런 말을 들으면 몰입도가 떨어지고 교수와 단절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는 “1학기는 처음 하는 온라인 강의로 시행착오가 있을 때”라며 “2학기는 잘 정비해 새롭게 수업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하게 등록금을 납부하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미학과미술> 강의를 듣는 19학번 ㄹ씨도 “수업은 녹화된 강의를 듣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모두 지난 1학기 영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교수가 추운 겨울에 여름 반팔을 입고 있고, 강의 속 교수의 노트북 날짜 역시 4월인 것을 확인했다. ㄹ씨는 “9월 첫 수업에서 ‘필요한 부분은 녹화 강의를 사용하겠다’는 말은 들었는데 전부 그럴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험과 과제 제출 일자 공지 등에 있어서 학생과 원활하게 소통하길 바랐다.

박일호 교수(조형예술학부)는 <미학과미술> 강의 재사용을 인정했다. 박 교수는 “녹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고 녹화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첫 수업 때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답했다. “수업을 진행해보니 전 시간 내용과 맞혀 녹화하기 어려웠고, 스스로 태만해진 점도 있다”며 후반부는 다시 녹화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은진 강사(미술사학과)는 “일부 강의만 재사용한 것”이며 “지난 학기 강의 사용은 학교의 안내에 따랐다”고 밝혔다. 그는 1학기 초 ‘같은 교수자가 같은 강의를 진행할 시 직접 촬영한 강의 영상을 1년간 사용할 수 있다’는 학교의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1학기에 앞으로 두 학기(1년) 동안 사용할 것을 고려해 <서양미술의이해> 강의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 강사의 입장이다. 그는 “지난 학기 보통 두세 번씩 영상을 찍었다”며 “이번 학기에는 영상을 새로 찍은 후 지난 학기 영상과 비교해 더 나은 영상을 올린다”고 말했다.

 

수업지원팀, 강의 재사용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른 것

교무처 수업지원팀(수업지원팀)에 따르면, 교수자가 직접 촬영한 동영상 강의자료는 1년간 사용할 수 있고, 매년 최소 30% 이상 수정보완 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본교 ‘원격수업 운영 규정’을 바탕으로 ‘비대면 수업 운영 관련 교수자 매뉴얼’로 안내됐다. ‘원격수업 운영 규정’은 교육부의 지침을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격수업 운영 규정’ 제4조 6항에 따르면, 3년이 경과한 학습 내용 동영상 콘텐츠는 교수학습개발위원회의 평가를 반영해 유지폐기수정한다. ‘교수자 매뉴얼’은 3년을 1년씩 나눠 매년 최소 30% 이상 수정보완 후 활용하도록 안내되었다.

ㄷ씨는 “학교에서 규칙상 문제가 없다고 하면 더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수업에 대한 애정과 수업에 임하는 태도 차원에서 문제인 건 여전하다”며 실망감을 전했다.

ㄹ씨는 “지침상 문제는 없겠지만 성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도 본인 수업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 텐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수업 태만 등 민원에 대해, 수업지원팀은 “다양한 창구(이화에바란다, 이메일, 유선 등)로 접수한 후 사실 확인을 거쳐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해당 대학(학과)과 협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선이 필요한 경우 해당 수업 개설 대학에서 담당 교수에게 전달해 개선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수업지원팀은 10월12일~23일 진행된 2020학년도 2학기 중간강의평가의 학생(학부 및 일반/전문/특수대학원) 참여율이 약 11%로 저조한 상황임을 전했다. “교수자가 수강생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중간강의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본교는 10월26일 ‘이화에바란다’ 정책제안 게시판에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비대면 수업 건의사항’ 게시판을 신설했다. 추후 개설 대학(학과) 차원의 온라인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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