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과 영상작업으로 건축학과의 새로운 가능성 발견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건축물부터 푸르른 자연 속 건축물, 직선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다양한 색을 활용해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축물까지.이번 건축학전공 졸업작품전(졸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작은 실물 모형으로 볼 수 있었던 기존의 건축학 전공 졸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제24회 건축학전공 졸전 ‘새로이花’(새로이화)가 7월15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컴퓨터 그래픽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본교 엘택공과대학과 조형예술대학에서는 언택트 시대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전시회를 택했다.

입체적인 그래픽 이미지와 여러 각도에서 그린 도면들은 관람자에게 시각적인 재미와 새로움을 제공한다. 이번 졸전에 참여한 학생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가상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도면과 설계자료를 통해 대지 위에 건축물이 놓이는 과정을 상상할 수 있다. 영상을 통해 마치 그 곳에 있는 듯한 생생한 체험도 가능하다.

천호성 교수(건축학전공)는 “예기치 않은 환경에서도 빛날수 있는 아이디어와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작업 프로그램에 대한 탐구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이화는 익숙했던 모든 상식을 무너뜨리고 ‘새로이 건축한다’는 의미다. ‘10 New Insertions for the Change’(지도교수: 이윤희), 'RE_architecturing'(지도교수: 장기욱), 'VISION in 20x20'(지도교수: 천호성)의 세부 주제로 구성됐으며, 33명의 건축학 전공 학생들이 참여했다.

건축학과에서는 전시회를 2학기로 연기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으나 여러 번의 회의와 설문조사를 거쳐 온라인 졸전을 결정했다. 전시 기획은 졸업준비위원회(졸준위) 학생들이 원격회의를 통해 진행했고, 교수와 학생들은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졸준위 황규리(건축·15) 씨는 “오프라인 전시였으면 전시 구성, 배치 등 신경 쓸 부분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온라인 졸전은 기존의 포트폴리오 형식의 홈페이지들과 비슷해 크게 낯설거나 어려운 부분 없이 진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온라인 전시는 오프라인 전시와 달리 모형 작업이 불가능하다. 모니터에서의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드로잉 내공을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장기욱 교수(건축학전공)가 지도한 2분반 학생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현실 공간을 구축해 실제적 공간 경험을 유발하는 발표 동영상 제작에 도전했다.

장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르는 '디지털 전시'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끈끈한 '아날로그적 관계'를 회복하는 효과적 공간 표현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박지우(건축·15)씨는 작품명 <Living Dock>을 통해 탈산업화로 텅 빈 공업부지와 산업유산을 재조명했다. 부산시의 영도조선소를 배경으로 공간을 변화시켰다. 박 씨는 부력을 이용해 커다란 선박을 이동시키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선소 프로그램이 빠져나간 자리에, 선박 대신 공간, 즉 방을 움직이는 도크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출처=박지우씨 작품 캡쳐
출처=박지우씨 작품 캡쳐

부두(Dock, 도크)는 선박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장소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선박을 이동하기 위해 물의 힘을 이용한다. 박씨는 이러한 도크 내부에 움직이는 공간을 설계했다. 

수위를 이용해 물이 차고 빠질 수 있는 공간을 나눈 뒤, 각 영역에 물을 주입하거나 빼내면 테트리스 같은 형태가 만들어진다. 각각의 블럭은 수위의 변화에 따라 상하로 움직인다.

공간 사용자는 공간 자체를 필요에 맞게 쓸 수 있다. 용도를 규정하지 않고 시스템만 제공해 어떤 이벤트나 행위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하에 위치한 도크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천창을 뚫고 유리박스를 설치해 빛을 최대한 끌고 들어온다. 박지우씨는 “고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축 공간이, 극변하는 사회에 대응해 진화할 수 있는 유기체로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라며 작품 의미를 설명했다.

전시 관람객 오성연(국제·20)씨는 “온라인 전시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서 편리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공유를 할 수 있어 다른 공간에서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졸준위에서는 “후배들의 작품들도 온라인으로 전시해 많은 사람에게 건축학과의 작품을 알리고 싶다”며 “다음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전시할 계획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온라인 전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박 씨는 “기존에는 학교 데스크탑을 이용해 좋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캐드실(CAD프로그램과 디자인 툴을 다루는 컴퓨터실)이 개방되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천 교수 역시 “크리틱 전달이 힘든 부분, 하드웨어 지원이 미흡했던 부분, 접속자 폭주로 인한 화질 및 네트워크 저하가 문제가 됐다”며 “학생들이 졸업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건축학전공 학생들의 졸업전시회 ‘새로이花’는 공식 홈페이지(eaworks.ewha.ac.kr)에서 관람할 수 있다. 홈페이지는 7월부터 일 년간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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