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머니 진료차 다녀온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병원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던 나와 어머니에게 한 할머니께서 대뜸 다가와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1번 눌러줘요. 신호가 안 잡히는지 나는 소리가 안 들려. (그쪽이) 한 번만 시도해줘 봐.”

사람과의 접촉이 유독 예민한 시기에 마스크도 안 쓰고 기침을 하며 다가온 할머니의 손길은 순간적으로 불쾌함을 확 일으켰다. 1번 단축키를 누르고 대충 연결이 된 것까지 확인해드렸지만 할머니께서는 끝내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하셨다. 뒤늦게 온 관계자에 의해 병원 밖으로 인도되며 그제야 마스크를 올리시던 할머니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평소 같았으면 최대한 친절히 도와드렸을 텐데 갑갑하고 힘든 시기와 겹쳐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버렸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팬데믹(Pandemic) 사태가 지속된 지 약 6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삶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이 있었다. 교육 분야에선 상반기 초중고, 대학교 수업이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비대면온라인화됐다. 문화 분야에서는 뮤지컬, 발레, 콘서트 등의 공연이 유튜브 생중계로 실시됐다. 식문화의 경우 전국에 배달 횟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적어도 내 또래들에겐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모든 생활 영역에서 비대면온라인화를 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의 삶을 두고 특별히 기존의 삶과는 결이 다른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우리 청년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온라인화된 삶이 크게 어렵지 않으나 노년층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있었던 추석 KTX 열차 예약 판매는 전면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에 미숙한 많은 어르신들이 불편함을 겪었다고 한다.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생활에 순탄히 잘 적응 중인 젊은 세대와 달리 기기 사용에 서투른 노년층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각종 기기를 통한 비대면 생활과 고령화 사회. 이 둘의 간격을 어디서부터 줄여야 하는 것일까? 이 둘의 간격을 이어줄 수 있는 다리를 찾는 것이 바로 다가올 뉴노멀이 안게 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기기에 익숙한 청년 세대가 노년 세대의 디지털 매체 적응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컨대 지역사회 차원에서 청년 세대가 디지털 매체 사용법에 대해 노년층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면 청년층은 그 대가로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각 연령층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 그렇기에 모든 사회구성원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상부상조, 일거양득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뉴노멀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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