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와 비릿한 바다 냄새, 빵빵거리는 오토바이 경적 소리, 알록달록한 지붕들과 활기찬 거리. 힘들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기억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홀로 추억 여행을 떠난다. 어느덧 코로나19가 찾아온 지 약 9달이 지났다. 슬슬 틀에 박힌 일상에 지쳐간다.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 나의 부주의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외출을 자제하게 한다.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까지 어려워진 지금, 여행으로 지친 마음을 충전하던 내겐 이 시간이 길고 괴롭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이번 추석, 많은 사람들이 ‘추캉스(추석 바캉스)’를 떠났다. 추석 연휴에 제주도를 찾은 이들은 약 19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고자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고 했더니 역설적이게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를 막고자 힘쓰는 이때,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누군가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힘쓰고, 누군가는 마음껏 여행을 하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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