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8일까지 2020학년도 제2학기 부·복수전공 신청이 진행됐다.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부·복수전공 제도는 이화인들의 시야를 넓혀 학제 간 유연한 접근을 돕는다. 조금은 독특할지라도 자신의 진로와 관심사를 따라 다양한 학문을 택한 이들이 있다. 본지는 다채로운 복수전공을 하는 본교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주전공과 융합해 역사 전문가 되고 싶어요

민채림(역교·18)씨는 미술사학을 복수전공하고, 부전공으로 지리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민씨의 꿈은 한국 고대사 연구자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에 매력을 느꼈다는 민씨는 “역사와 연결되는 인문학을 공부해 관련 지식을 갖추고 싶었다”며 복수전공 선택 계기를 밝혔다.

주전공과 복수전공 간의 ‘케미(Chemistry, 둘 사이의 조화)’도 남다르다. 미술사학은 인문·사회학 분야를 토대로 동·서양의 미술 작품을 분석하고, 그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대상과 연관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대상에 대한 미적 감상과 작품 기법 등을 다룬다.

미술사학은 역사 수업에 다양성을 더했다. 민씨는 사범대학 특성화 사업 지원을 받아 <국립중앙박물관 e-museum을 활용한 한국 고대사 수업 방안>을 연구 중이다. 삼국의 도교 문화를 다루는 수업에서 민씨는 “금동대향로에 어떤 모습이 담겨 있고, 도교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학생 스스로 탐색하도록 국립중앙박물관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활용하는 수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사학에서 배운 유물 접근법과 방법론이 수업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민씨는 본교생들에게 미술사학의 <동양미술의이해> 수업을 권했다. “보통 동양 미술이라 하면 한국, 중국, 일본을 떠올리지만, 수업에서 배웠던 동남아시아 역사도 무척 인상 깊었어요. 작년에 영국 박물관으로 해외탐사를 다녀왔었는데, 왜 동남아시아의 유물이 영국에 약탈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어요.”

 

관심사였던 연극과 뮤지컬을 직접 배우고 있어요

“자신의 영감의 원천인 조앤에게 의지하며 그림을 완성하는 엘리시아, 그리고 동심을 잃어 어린 시절 가장 친했던 인형 친구 신디를 보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메건. 이 둘이 만나 동화를 완성해야 한다!”  

- 본교 중앙뮤지컬동아리 이뮤(E-Mu)의 제29회 정기공연 ‘La Fleur(라 플뢰르)’ 시놉시스 중

장하은(생명·17)씨는 뮤지컬 라 플뢰르의 극본을 창작했다. 장씨의 복수전공은 인문예술미디어(인예미). 인예미는 인문학 지식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 방송 및 영화 콘텐츠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창조적 이해를 다루는 융합전공으로, 2016년 2학기에 신설됐다.

장씨는 취업을 위한 전공보다는 본인 관심사를 위한 전공을 더 배워보고 싶었다. 그가 복수전공으로 인예미를 선택한 것은 좋아하던 연극,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예술과 미디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장씨는 <인문예술공연기획> 수업을 들으며 상업 공연 작품의 실제적인 기획 과정을 배웠다. 공연 장소와 홍보 방법, 예산 편성 등을 구체적으로 실습해본 경험은 이후 동아리의 공연 기획에도 도움이 됐다.

수업에서 기획한 경험을 살려 동아리 공연에도 참여했다. 그가 준비했던 작품 라 플뢰르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동심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다. 장씨는 “<인문예술공연기획> 수업에서 극본의 상업성과 전문성을 더 고민해볼 수 있었다”며 “완성도 높은 대본이 만들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국제기구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했죠

“전공 3개와 부전공 1개, 3.5개의 전공들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제 정체성의 일부라는 생각이에요. 열정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공들이 개설된 게 감사할 뿐이죠”

엄진홍(국제·17)씨는 국제개발협력학(국개협)과 소프트웨어를 복수전공하고, 부전공으로 북한학을 공부하고 있다. 엄씨를 다양한 분야로 이끈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서였다.

국개협은 2015년 개설된 연계전공으로, 개발협력 역량 증진과 리더십을 갖춘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엄씨는 국개협이 빈곤과 여성, 인권 등의 폭넓은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 끌렸다. 그는 “국개협 수업에서 매매혼과 같은 세계의 인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특히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다루는 분야를 연계해 공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엄씨의 제2 복수전공인 소프트웨어 연계전공은 컴퓨터 비전공자를 위한 학위과정으로, 2020년도 1학기에 신설됐다. 컴퓨터적 사고 및 프로그래밍을 통한 설계와 구현 기법 학습을 다루고 있다. 그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실질적 기술을 배우고 싶어 이 전공을 선택했다.

엄씨는 <파이썬과데이터분석> 수업을 들으며 여성의 정치적 권리 관련 통계 자료를 분석하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실 상황을 분석할 때 소프트웨어 전공에서 배운 데이터 분석 능력이 도움이 됐다.

많은 전공이지만 엄씨는 휴학했던 3학기를 제외하고 8학기 만에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절학기도 3번 정도 더 들어야 하고, 빡빡한 일정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렇지만 엑셀을 활용해 수업 이수 계획을 관리하고 있고, 궁금한 수업들을 매 학기 채워 듣고 있어 뿌듯한 마음이 더 커요.”

 

의류에 미학을 녹여내려 노력해요

동양 도자기의 선은 의류 실루엣으로,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붓터치는 디지털 텍스타일(옷감) 프린팅으로···.

이찬희(의류산업·16)씨는 의류산업학과 미술사학을 같이 공부하고 있다. 이씨가 의류를 기획할 때 미술사학은 영감의 재료가 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의 작품에서 나타난 여성 복식의 주름을 ◆개더, ◆셔링과 같은 디자인 요소로 발전시킨다. 예술 사조와 시대의 복식을 탐구하며 실루엣의 변천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씨는 미술사학의 매력으로 작품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술 작품을 역사 속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은 다양한 이들의 사고와 정서까지 반영해 낸다. “작품을 감상하며 행복해하고, 그 안에 담긴 미감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시각이 확장되는 기분이에요.”

옷을 주제로 미술 작품을 바라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보인다. 이씨는 <한국복식문화> 수업에서 배운 고구려 무용총 벽화를 예시로 들었다. “고구려 부인들이 깃, 섶, 도련 등에 몸판과 다른 색상의 선을 두른 저고리를 입었다는 사실을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며 “작품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갖추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꿈은 올바른 가치와 멋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옷을 만드는 것이다. 미술사학의 <한국미탐구> 수업을 들었던 이씨는 “작품뿐만 아니라 미학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단순히 판매를 위한 옷이 아닌 이야기를 담아내는 옷을 만드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개더: 천에 홈질을 한 뒤 그 실을 잡아당겨 만든 잔주름.

◆셔링: 부드러운 천을 꿰매 오그려 입체적으로 무늬를 떠오르게 하거나, 주름을 잡아 음영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기법.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