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비대면 수업 실시로 인해 실습 강의들이 주를 이루는 단과대학 내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의 질이 현격히 저하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수업 대부분이 여전히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2학기, 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1605호부터 본지는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각기 다른 실습수업들에 대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이번호에는 음대 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지휘법Ⅱ> 수업을 이지현(작곡·19)씨와 함께 수강해봤다.

 

9월25일 오후 1시경 '지휘법Ⅱ' 수업을 듣고 있는 이지현씨의 모습.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9월25일 오후 1시경 '지휘법Ⅱ' 수업을 듣고 있는 이지현씨의 모습.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9월25일 음악대학(음대) 연습실 338호로 가는 길은 조용했다. 그러나 연습실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피아노 등 악기 소리와 성악 소리가 들렸다. 이씨는 연습실 벽에 붙어 있는 큰 거울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본지와 동행하고자 교내 연습실을 이용했지만 평소 이씨의 <지휘법Ⅱ> 수업 수강 장소는 집 현관이다. 현관만이 이씨의 집 공간 중 유일하게 큰 거울이 붙어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신발과 함께 수업 듣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크게 웃었다”고 말했다.

거울 앞에 앉아 이씨는 삼성(Samsung)사의 갤럭시 탭, 갤럭시 노트와 애플(Apple)사의 아이폰과 삼각대를 차례대로 가방에서 꺼냈다. 현재 휴대폰으로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 노트는 바닥에 둔 채, 탭 커버를 이용해 바닥에 갤럭시 탭을 세우고 아이폰은 삼각대에 끼웠다. 그는 “지난 학기 비대면 수업이 결정된 후에 노트북으로는 수업 자료를 보거나 과제를 하기에 부족한 것 같아 갤럭시 탭을 샀다”며 “다행히 예전에 썼던 아이폰이 집에 있어 내 지휘 모습을 보고자 아이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갤럭시 탭으로 사이버캠퍼스(사캠)에 들어갔다. <지휘법Ⅱ> 강의 수강 버튼을 누르자, 녹화된 수업이 재생됐다. 영상 속 교수는 “볼펜을 쥐듯이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며 자세 시범을 보였다. 교수는 “지난 학기 학생들이 보내준 영상에서 이 자세를 할 때 다들 손이 말렸다”며 “지난 학기 영상 과제에서 학생들이 자주 틀렸던 자세를 유의하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해하기 어려운 듯 한숨을 내쉬며, 교수의 시범 자세를 따라 했다. 그는 “박자에 따라 지휘하는 동작이 다르다”며 “곡이 진행되면서 박자가 달라질 때 바로 지휘 동작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교수의 시범이 끝나자, 이씨는 영상 앞으로 돌아가 교수의 시범을 처음부터 다시 따라 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반복하던 중, 갑자기 갤럭시 탭 속 수업 영상이 꺼지고 바탕 화면으로 돌아갔다. 그는 익숙하게 와이파이를 껐다가 다시 켜 영상을 틀었다. 이씨는 “특정 구간을 반복하며 영상을 시청하니 전자기기에 랙(lag, 인터넷이 지체되는 현상)이 걸려 영상이 자주 꺼진다”고 말했다.

영상 내 특정 구간 반복을 위해 녹화된 수업 영상을 미리 틀어 놓는 것은 이씨가 수업 수강 전 해야 하는 일이다. 통상적으로 사캠 내 녹화 강의는 학습 진도 체크를 위해 구간을 뛰어넘거나 강의를 배속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진도 체크가 완료되지 않은 채로 구간 반복을 하면 영상 맨 처음부터 다시 수강해야 할 수도 있다.

화면 속 교수는 자세 설명을 멈추고 베토벤(Beethoven)의 에그몬트 서곡(Egmont overture op. 84)을 틀고 지휘를 시작했다. 그러자 이씨는 수업을 멈추고 갤럭시 노트로 사캠에 올려져 있는 음원 파일을 튼 다음 수업 영상을 이어 재생했다. 그는 “수업 영상 속 교수님이 지휘를 위해 재생한 음악 소리는 작아 휴대폰으로 해당 음원을 동시에 튼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수업의 특정 부분을 반복하고, 영상을 멈추기를 수차례. 그렇게 40분의 수업은 1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이씨는 “지난 학기에 수강했던 <지휘법Ⅰ> 수업과 비교했을 때 수업 듣는 시간 자체는 많이 줄어든 것”이라며 “당시에는 30분 수업을 3시간 넘게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휘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비대면 수업으로 접하니까 적응하기 어려웠죠. 특히 영상의 좌우 반전 때문에 교수님의 손 스윙이 어느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바로 인지하기 힘들었어요. 탭을 거울에 비춰, 거울을 비친 탭을 보고 수업을 듣기도 했죠.”

이씨는 삼각대에 끼워져 있는 아이폰의 각도를 조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에서 배운 지휘 자세를 찍고 과제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캠에 올려져 있는 악보와 편집된 음원이 함께 제공되는 영상을 재생하고 배웠던 지휘 자세를 연습하며 영상을 찍었다. 이씨는 “팔에 힘을 빼고 손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과제 영상을 찍을 때는 고려하는 지점이 더 많아진다. 바로 ‘소음’. 이씨는 “지난 학기 <지휘법Ⅰ>의 기말 대체 과제 영상을 찍는 도중 옆에서 남동생이 방귀를 뀌는 바람에 다 찍은 영상을 다시 찍었다”고 덧붙였다.

찍은 영상을 제출하면 교수는 메일로 자세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날 이씨가 제출한 과제 영상은 “2박자 지휘할 때는 돌리지 말고 단순하게 살짝 오른쪽으로 빠졌다 올라가 보세요”라는 교수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는 늘어난 과제와 교수들의 꼼꼼한 피드백으로 비대면 수업의 한계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있음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씨는 “대면 수업에서는 5분 안에 피드백을 받고 고칠 수 있는 자세를, 비대면 수업에서는 잘못된 자세인지 모른 채 1시간씩 연습하고 영상 과제를 제출해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끝으로 이씨에게 학습 계획을 묻자 “비대면 실습수업이 다음 학기에도 연장된다면 실기 수업은 미루고 이론 위주의 수업으로 수강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