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손 한 번 흔들어 줄래요? 온라인 수업 학생들이랑 인사해 봐요!” 7일 오후12시 30분, <중국어연습> 두 번째 혼합 수업이 상호 간의 인사로 시작됐다. 학관 313호 교탁에 설치된 카메라는 <중국어연습> 대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비췄고, 학생 세명이 손을 흔드는 모습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비대면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본교는 5일부터 수강 인원 50명 미만의 이론 및 이론/실습 교과목에 한해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혼합 수업 결정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 학생들은 두 번에 걸쳐 혼합 수업의 출석 방식을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선택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혼합 수업에 출석하고 있다. 본지가 참관한 3개의 수업 중 2개는 비대면을 선택한 학생(비대면 학생)이 대다수였고 소수의 학생만이 대면 수업에 출석했다.

 

혼합 수업, 줌 기능과 교구 활용으로 학생 참여를 활발히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진행된 '반주법Ⅱ' 수업의 모습. 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진행된 '반주법Ⅱ' 수업의 모습. 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혼합 수업에서는 대면과 비대면 간 활발히 소통하려는 교수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줌으로 학생들과 대화할 뿐만 아니라 소회의실과 교구를 활용해 학생들의 참여를 높였다.

7일 오전11시, 본교 음악관 2층 디지털 피아노실에서 <반주법II>의 첫 혼합 수업이 이뤄졌다. 수업은 대면을 택한 학생(대면 학생) 4명, 비대면 학생 2명이 수강했고, 학생들의 피아노 연주와 교수의 개별 지도로 진행됐다. 마주 보고 있는 두 대의 그랜드피아노 옆 긴 의자에 학생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왼쪽의 피아노는 대면 학생이 직접 연주할 때 사용됐다.

오른쪽 피아노 위에는 노트북을 설치했다. 노트북 속 줌에서는 베토벤(L.v. Beethoven)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봄’이 흘러나왔다. 비대면 학생이 줌의 음소거를 해제하고 해당 악곡을 연주한 것이다. 피아노 연주를 모두가 듣기 위해서는 교수자가 비대면과 대면 모두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비대면 학생이 연주할 때는 대면 학생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높은 곳에 노트북을 비치했다. 반면, 대면 학생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노트북을 낮은 의자에 둬 연주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게 줌으로 비췄다. 비대면 학생과 교수 간의 피드백도 원활히 이뤄졌다. 비대면 학생의 연주를 듣고 난 후에 장은혜 교수(건반악기과)가 더 나은 방법을 알려 주면, 학생은 이를 곧바로 적용해 다시 연주했다.

 

소통하는 혼합 수업, 시행착오는 있어

7일 4교시 학관 313호에서 진행된 '중국어연습' 혼합 강의의 모습. 교수와 대면 수업 참여 학생 3명이 줌(Zoom) 화면 공유로 중국어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7일 4교시 학관 313호에서 진행된 '중국어연습' 혼합 강의의 모습. 교수와 대면 수업 참여 학생 3명이 줌(Zoom) 화면 공유로 중국어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반주법II>와 같이 학생들의 활동 비중이 큰 과목에서 참여도는 더욱 중요하다. 중국어로 직접 말해보는 활동이 수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어연습>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공부할 때면 이지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대면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학생을 지목해 연습할 수 있게 한다. ‘정오’의 중국어를 묻는 말에 한 비대면 학생이 대답하지 못하자, 줌에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도록 칠판에 크게 ‘中午’를 적고는 발음을 물어보기도 했다.

대화 연습을 위해 이 수업에서는 줌의 소회의실 기능을 이용했다. 소회의실엔 2명씩 랜덤 배정되도록 설정했기에 학생들은 자신의 짝과 카메라, 마이크를 켠 채로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다. 각각의 소회의실엔 교수가 차례로 입장해 학생들의 활동상황과 질문 여부를 확인한다. 자칫 대면 강의 중심이 될 수 있는 혼합 수업에 비대면 학생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물리교과교재연구및지도법>의 이현주 교수(과학교육과)는 혼합 수업을 고려해 교구를 설정했다. 대면, 비대면 학생 모두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패들랫(Padlet)을 이용한 것이다. 교수가 만든 패들랫 링크에 접속하면 수강생들은 자신의 이름과 의견을 메모 형식으로 써넣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사범대에서는 배운 도구를 초·중·고등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기에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구글 프리젠테이션과 패들랫을 도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교육관B동 462호에서 진행된 수업은 대면 학생 7명이 각기 다른 원탁에 앉아 시작됐다. 빔프로젝터로 비춘 화면은 이분할돼 왼쪽에는 파워포인트 자료가 오른쪽에는 앉아있는 비대면 학생의 얼굴이 보였다. 수업에서는 대면, 비대면 학생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졌다. 전체 수강 학생 24명이 6개의 조로 줌 소회의실에 배정됐다. 대면 학생 7명은 모두 이어폰을 꺼내 자신의 노트북에 연결해 소회의실 내의 조원들과 육성으로 소통했다. 6개의 소회의실에서 학생들은 서로 다른 구글 프리젠테이션 및 패들랫 링크에 접속해 과제를 수행했다.

 

수업 특성이나 기술적 한계로 불편함 있기도

수업 내용에 따라 학생과 교수가 혼합 수업에서 겪는 불편의 정도가 다르다. 학생 참여 비중이 큰 수업의 경우, 혼합 수업이 기존 대면 수업만큼의 만족도를 줄 수는 없다. 또한, 비대면 강의를 동시 진행할 때 기술적 한계 역시 존재해 시행착오가 있었다.

전면 비대면이 실시됐던 9월 이지은 교수는 <중국어연습> 강의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강의를 진행했었다. 언어 교과목의 경우 교수의 입 모양을 보고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합 수업 중 대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생기면서, 이 교수는 고민이 많아졌다. 그는 “교수가 마스크를 끼면 학생들이 입 모양과 표정을 읽지 못해 아쉬울 것 같다”며 “교탁에 투명 아크릴판을 설치하면 더 좋을 듯하다” 고 말했다.

토론 위주의 수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매 강의 토론이 이뤄지는 <US-China Relations>를 수강하는 ㄱ씨(18학번)는 지난 6일 혼합 수업을 비대면으로 수강했다. 그러나 줌으로 진행됐던 토론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ㄱ는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과 줌으로 접속한 학생 간 실시간 토론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줌에서 대면 학생이 말을 하면 소리가 크게 울려 비대면 학생들이 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 분위기와 동기와의 원활한 소통에 대면 수업의 이점이 있다고 생각해 대면 참여로 전환할 의사를 밝혔다.

한소윤(특교·18)씨는 이번 학기 혼합 수업을 세 과목이나 수강한다. 그는 수업을 듣기 전 혼합 수업이 대면 학생 위주일까 우려해 대면을 선택했다. 혼합 수업을 직접 수강해본 한 씨는“예상보다 혼합 수업이 원활히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교수가 마이크와 멀어져 비대면 학생들이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며 “교수에 무선 마이크가 제공된다면 더욱 질 높은 수업이 제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리교과교재연구및지도법> 수업 중 약간의 기술적인 불편이 있기도 했다. 줌 화면 공유를 통한 동영상 시청 시 비대면 학생에게 교수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대면 학생들이 함께 Zoom으로 토의할 때 잠시 하울링이 생겼다. 또한, 한 학생과 교수가 동시에 마이크를 켜두자 대화 도중 소음이 발생해 학생이 음소거를 하기도 했다.

한편, 교육혁신센터에서는 새로운 원격 수업이 가능한 강의실을 만들기 위해 강의실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혁신센터장 이현주 교수(과학교육과)는 강의실 개선사업에 대해 “강의실마다 강의 추척 카메라나 웹캠을 설치하여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고, 사이버캠퍼스와 줌을 연동시켜 편리하게 혼합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서가 많은 수업의 경우 강의 추적 카메라를 사용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강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패들랫(Padlet) : 다른 사람과 공동 작업물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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