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고려해 2020학년도 1학기 전(全) 기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중간, 기말시험은 교수 재량에 따라 실시돼 처음으로 온라인 시험을 치기도 했다. 교정에서 가을 날씨를 느끼고 싶다는 기대와 달리, 학생들은 본가에서, 자취방에서, 기숙사에서 또다시 2학기를 맞았다. 이화인들은 지난 학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4명의 이화인이 1학기를 돌아봤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독서 모임, 스터디, 회식까지 

김성혜 (철학·18)

 

구글미트(Google Meet)를 활용해 진행한 온라인 모임. 제공=김성혜씨
구글미트(Google Meet)를 활용해 진행한 온라인 모임. 제공=김성혜씨

2020년은 공동대표로 일하게 된 해라 걱정도 기대도 많았다. 한 학기가 통으로 비대면 수업으로 결정돼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철학과에서는 대동제에 소시지를 판매해왔다. 올해는 새로운 메뉴를 미리 생각해놓을 만큼 기대를 많이 했지만 실행할 수 없었다. 집행부를 잘 꾸려서 돈독한 선후배 사이가 되자고도 다짐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온라인 선후배 미션 같은 아이디어들을 내서 어떻게든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제약이 생각보다 커서 아쉬움이 많았다. 학업에서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학기를 보냈다. 비대면 상황에서 소통을 위해 노력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셨고, 대면 강의를 들을 때보다 교수님과 더욱 친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매주 물어주고 그에 대해 수업 영상에서 답변해주셨다.

또 ‘온라인 모임’을 매일 가졌다. 스카이프(Skype), 구글미트(Google Meet), 줌(Zoom)을 활용해 친구들을 초대했다. 공간 제약이 없으니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도 만날 수 있었고, 새로운 친구를 내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혼자 온종일 노트북을 들여다보기만 했다면 무기력하고 매일이 지루했을 것 같은데, 온라인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매일 만나면서 좀 더 건강하게 1학기를 보낼 수 있었다. 온라인 모임이 꽤 만족스러워서, 독서 모임도 만들어보고 같이 회식도 해보았다. 재택근무를 하고, 재택수업을 받는다는, 어쩌면 공상 같았던 일들이 이번을 계기로 꽤 빠르게 많은 사람의 일상이 된 듯하다.

 

내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며

이재윤 (디자인·17)

 

제공=이재윤 기자
제공=이재윤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2주 비대면 수업’ 2020학년도 1학기. 졸업 전시 준비로 학기 시작 전부터 지레 겁을 먹고 있던 나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2주간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니. 방학 내내 함께 학기 중 여행을 계획했던 친구와 그날로 제주행 항공권을 끊었다. 숙소 예약까지 일사천리였다. 당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금처럼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그저 뻔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물론 긴 여행은 아니었다. 달랑 2박 3일이었지만 내가 어디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서울 우리 집 내 방 책상 앞에서 수업을 듣느냐, 제주에 있는 공기 좋고 풍경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업을 듣느냐였다. 공간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며 친구와 연신 감탄했다. 이 짧은 여행은 내 1학기의 방향을 잡아줬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이 자유를 최대한 만끽하기’였다. 평일 낮에는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한남동 작은 카페에 찾아가 수업을 듣곤 했다. 이 또한 공간의 변화를 주기 위함이었다.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가기도 했다. 4년간 학교에 다니며 지난 학기만큼 수월하게 전공 수업을 준비했던 적이 없었다. 항상 나의 작업에 의문을 품고 학기를 마무리했었는데, 지난 학기에는 왠지 모를 확신에 차 작업을 끌고 나갔다. 4년 내내 밤을 새웠지만, 지난 학기만은 밤을 꼴딱 새우는 것도 즐거웠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을 코로나19는 나의 불안정했던 작업관과 일상에 새로운 신호탄이 됐다.

비대면 수업으로 통학 부담이 줄었어요

홍소정(커미 19)

 

제공=홍소정씨
제공=홍소정씨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시작돼 처음으로 계절학기를 들었다. 원래 계절학기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매일 학교를 가야 한다. 왕복 3시간의 통학을 하는 나는 계절학기를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2020학년도 여름 계절학기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집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볼 수 있었기에 계절학기를 신청했고, 덕분에 졸업 학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좋았다. 비대면 수업이기 때문에 통학하지 않는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통학을 했을 땐 수업 시작 1시간 30분 전에 출발해야 하므로 미리 밥도 먹어야 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사용하기 위한 보조배터리나 충전기를 필수로 챙겨야 했기 때문에 가방도 무거웠다. 출퇴근 시간이 겹치는 게 싫어 더 빨리 출발하거나, 수업이 끝나고도 학교에 남아있어 굳이 저녁을 먹고 집에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 덕분에 이러한 부담이 줄어 만족한다.

그러나 통학을 위한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해 공부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혼자 하려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특히 1학기에는 녹화 강의가 많았는데, 교수님 말씀을 다 받아 적고, 안 들리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반복해서 듣다 보니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요리도 하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에 재료를 SSG(신세계)나 마켓컬리를 통해 구입하고 직접 만들어 먹으니 비용이 훨씬 줄었다. 집에서 해먹으니 좋아하는 재료는 더 넣고, 싫어하는 재료는 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요리하는 게 아직 서툴다보니 밖에서 사먹을 때에 비해 재료 손질부터 요리 후 설거지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시간이 아까울 때도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손해 본 점도 많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덕분에’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온라인 수업이 복습하기 편해요

이태경(정외 19)

 

지난 학기는 강의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녹화 강의였다. 그래서인지 생활패턴도 하나 있는 실시간 강의에 맞춰졌다. 실시간 강의 시작 시간에 맞춰 슬금슬금 일어나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새벽형 인간이 됐던 것 같다. 새벽형 인간이 됐다고 해서 학습의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학습의 효율은 온라인으로 수업했을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녹화강의의 경우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스스로 강의를 보면 되는 것이어서 집중력이 바닥난 채로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좋았다. 강의실 수업 이후 교수님께 질문하기 위해 교탁 앞에 줄 서는 것도 다음 교시에 수업이 있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는 반복해서 볼 수 있어서 복습이 편했고, 다음 강의 시작시간에 쫓기지 않고 질문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좋았다. 학교를 오가는 시간과 야외활동 시간이 줄어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시간을 주로 보냈다.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넷플릭스(Netflix)로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악기 연주도 했다. 사실 취미활동이 악기 연주라 온전히 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새로운 악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동네 친구들과 마스크를 끼고 집 앞을 돌아다녔다. 특히 봄에는 학교에서 보던 벚꽃들이 너무 그리웠는데 아쉬운 대로 밤에 집 앞 벚꽃을 보며 사진도 찍었다. 코로나19로 가장 불편했던 것은 주거 문제였다. 통학을 할 수 없는 거리라 기숙사의 정보가 너무나 중요했다. 입사 전 비대면 강의로 2주씩 학교 일정이 밀렸는데, 입사를 위한 흉부X선 검사는 받으러 가야 하는지, 입사 일정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불확실한 상황으로 학교의 정확한 통보가 느렸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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