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밖 이화인들, 시험 보기 위해 추가 비용 지불해야 하는 상황

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본교는 2학기 원활한 시험 관리 감독을 위해 대면 시험을 권장하고 있다. 시험을 치르는 시간은 약 75분으로, 수도권 외 지방에 거주하는 이화인들은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적게는 수도권 거주 이화인의 약 3배, 많게는 5배의 시간을 오가야 한다. 시험을 위한 서울로의 불가피한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지방 거주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방 거주 이화인들 경제적 부담 가중돼

“시험 하나 보고 오면 하루가 다 가요.”

ㄱ(경영·17)씨는 경상도에 거주 중이다. 집에서 학교까지 기차로 왕복하는 데 6시간이 걸린다.

이번 학기 ㄱ씨는 기숙사에 입사하지 않고 본가에 머무른다. 코로나19로 4인실을 한 사람에게 배정하면서, 2학기 들어 기숙사비가 약 두 배 올랐기 때문이다. ㄱ씨는 “입사비만 해도 학비의 반인데, 온라인 수업을 들으려고 입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ㄱ씨가 수강하는 5개 수업 중 4개가 시험을 대면으로 진행한다. 수업 참여 방식은 대면과 비대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시험’ 방식은 선택할 수 없다. ㄱ씨는 “교수들이 대면 시험이 부담스러운 학생에게 수강 철회를 권했지만, 막학기생 입장에서는 철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번 상경해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ㄱ씨는 기차비와 숙소비로 약 7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왕복 기차비로만 9만 원, 아침 시험일 경우에는 전날 서울에서 밤을 보내야 하니 숙식비로 최소 5~6만 원이 더 들어간다. ㄱ씨는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 자취방에서 자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7일 ㄱ씨는 결국 막학기생임에도 불구하고 한 과목을 철회하고 지난해에도 온라인으로 시험을 진행했던 계절 강의를 듣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부산 본가에 거주해 ㄱ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ㄴ씨(사회대·19)역시 대면 시험이 진행되면, 숙소를 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ㄴ씨는 “대면 시험을 보게 되더라도 저는 공항이 있는 광역시에 살아서 그나마 학교와 접근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동에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며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본인의 상황보다 더 힘든 이화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생들의 바람을 구체화할 행정 방안, 과연 있을까

본교는 현재 학칙 제 38조를 통해 대면 시험을 권장하고 있다. 현 학칙상 각 과목 담당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선언하거나 과제물 등으로 시험을 대체하지 않는 이상 수강생들은 대면 시험을 봐야 한다. 이는 담당 교수 재량에 해당하는 영역이므로 교무처가 일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교무처는 수강 신청 이전에 시험 계획을 포함한 강의계획안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작성해달라고 교과목 개설기관에 요청한 바 있다. 미리 시험 방식을 공지한 교수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대면 시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과목도 있다.

이어진(심리·20)씨가 수강하는 과목의 담당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보고 대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씨는 “상황을 봐서 시험 방식을 정하겠다는 말은 학생 입장에서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렇게 날짜가 가까워졌을 때 방식을 정하면 시험 준비가 완벽하지 않을 것 같다”며 “시험 방식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 짓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대면인지 비대면인지 확실히 정해놓는다면 시험은 어떤 방식으로 볼 것인지, 부정행위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제대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무처 관계자는 “지난 학기 언론에 보도된 여러 대학의 부정행위 사례를 보고 학생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를 반영해 2학기 때는 대면 시험을 권장한다고 안내했다”며 “대면 시험을 ‘권장’한 것이지 원칙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1학기를 돌아보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이라며 “지방 거주 학생들이 담당 교수에게 어려운 점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무처 관계자는 “정규학기에 영향을 준 감염병은 코로나19가 처음이어서 참고할 선례가 없고, 학교의 정책 결정에 대해 구성원 간 의견이 상충되는 점이 코로나19 관련 행정 진행의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시험 대면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이해하지만, “예측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감염병의 추이를 살펴 결정하고자 하는 교수자의 어려움을 학생들이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본교에서 공정성, 형평성 등을 고려해 대면 시험을 권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김명 교수(컴퓨터공학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시험 방식을 택했다. 각자 다른 학생들의 상황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비대면으로 진행할 시 교수와 조교는 시험 감독 때문에 할 일이 많아진다. 지난 학기에도 김 교수는 줌(Zoom) 소회의실에 실습실 컴퓨터 1대와 수강 학생 1명을 소회의실에 배정해 시험 도중 개별 질의 응답이 용이하도록 했다. 영상 녹화 후 학기 말 성적 산출이 끝나면 해당 영상을 모두 폐기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방지했다. 해당 방식에 학생들도 만족했기에 이번 학기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강의 자체가 대면 강의라면 대면 시험이 적절하겠지만, 비대면 강의일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본다. “지방에 머무는 학생은 그 시험만을 위해 여러 대중 교통수단을 거쳐 학교에 와야 한다”며 “서울에 올라와 하루 이틀 어디엔가 머물러야 한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비대면 시험 방식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비대면 시험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학생과 교수 모두를 보호할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