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니까 온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가 종종 있어요.”

임수현(휴먼바이오·19)씨는 8월27일 한우리집 A동 2인실에 입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침대와 책상이 두 개씩 비치돼 있는 2인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 말동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시켰을 때 함께 나눠 먹을 룸메이트도 없어 허전하다. 임씨는 “2019년 이하우스(E-House)에 살 때는 룸메이트와 사소한 것까지 이야기를 나눴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2020학년도 2학기 기숙사 입사 지원 안내문에 따르면, 본교 감염병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산 및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기숙사를 1인 1실로 운영한다. 모든 기숙사와 방 타입에 적용되기 때문에 4인실을 1인이 쓰기도 한다. 기숙사와 방 타입은 학생들이 신청한 방 타입을 기준으로 컴퓨터로 추첨해 무작위 배정됐다.

1인 1실 생활은 장단점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만 외롭기도 하다. 임씨는 “다인실에서는 타인의 생활 패턴과 규칙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 혼자 지내면 그럴 필요가 없어 편하다”고 전했다. 반면, 아이하우스(I-House) 1인실에 입사한 조민정(중문·18)씨는 “모두 독방을 쓰니 기숙사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다”며 “예전엔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 지내니 아무래도 외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기숙사의 1인 1실 운영 조치에 따라 이번 학기 거주하고 있는 사생의 수는 크게 줄었다. 2020학년도 2학기 거주하고 있는 사생의 수는 1381명으로, 지난해(2019년 12월1일 기준)보다 2414명이 감소했다. 9월 전면 비대면 강의가 실시되면서 1차 공식 입사일로부터 19일이 지난 9월15일까지 89명이 미입사한 상황이다.

14일 서울시 일일 확진자 수는 41명으로 적지 않았지만, 조씨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기숙사에 늦게 입사했다. 공식 입사일인 8월27일에 입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입사를 미뤘다. 그는 “기숙사에서 입사가 가능하다 했지만,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기가 꺼려져 14일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인간관계, 문화생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사생들의 일상

‘1인 1실’ 배정으로 ㄱ(중문·19)씨만 거주하게 된 한우리집 A동의 2인실. 책상과 침대 하나가 비어있는 모습. 제공=본인
‘1인 1실’ 배정으로 ㄱ(중문·19)씨만 거주하게 된 한우리집 A동의 2인실. 책상과 침대 하나가 비어있는 모습. 제공=본인

사생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임수현씨, 조민정씨, ㄱ(중문·19)씨 모두 기숙사 내 사생들과 대화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임씨는 “지금껏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가를 떠나 서울에 왔지만, 마음 놓고 밖에 다닐 수도 없다. 기숙사에 입사한 ㄱ씨는 서울에서의 생활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계획했던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알바나 동아리, 대외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가끔 공부하러 ECC에 나가고 잠깐 친구들 만나는 정도로 생활한다”고 전했다.

 

기숙사의 방역 조치에 사생들, 불편하지만 만족

코로나19로 인해 기숙사 생활에 제약이 많다. 사생들은 ‘기숙사생 건강 기록지’를 매일 자정까지 제출해야 한다. 기숙사에 설치된 체온 측정 부스에서 체온을 측정한 후 기록하고, 자가격리 대상자 및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 여부, 해외 출입 여부 등을 확인한다. 미제출 시 벌점 1점이 부과된다.

무단 외박을 금지하고 벌점을 부과하기도 한다. 이전에도 이화포털정보시스템(eportal.ewha.ac.kr)에 외박 신고 기능이 있었으나 외박 신고를 수시로 점검하지는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2주간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외박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임수현(휴먼바이오·19)씨는 “기숙사 출입 시 카드 태깅 기록을 활용해 무단 외박을 적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엄격한 기숙사의 조치에 대해 사생들은 긍정적이다. ㄱ(중문·19)씨는 “조치들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임씨도 “기숙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식당 단축 운영, 공용 화장실 감염 우려,
체력단련실 폐쇄로 공용 공간 이용 어려워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 속, 공용 공간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기숙사는 공용 부엌인 쿠킹스튜디오, 새참방, 그리고 식당을 갖추고 있다. 한우리집 A동에 입사한 ㄱ씨는 기숙사 식당을 애용한다.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 운영됐던 기숙사 식당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침 겸 점심, 저녁 두 차례로 변경됐다. 배식 시 마스크 착용과 최대한 흩어져서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우리집의 경우 이하우스와 달리 사실 밖 공용 화장실과 공용 샤워실을 사용한다. ㄱ씨는 “공용 화장실에 물비누도 있고 항균 스프레이가 비치됐다”며 “(코로나19 감염이) 처음엔 걱정됐는데 이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우리집 A동에 거주하는 임씨는 “아무래도 씻을 때와 양치할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방역해도 걱정이 되긴 한다”며 우려했다.

기숙사 내 체력단련실이 폐쇄되면서 사생들은 운동하기 위해 산책을 즐긴다. 운동을 좋아하는 임씨는 과거 이하우스에 거주할 당시 일주일에 3~4번 체력단련실을 이용했다. 이번 학기 체력단련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임씨는 자신만의 산책 코스를 만들었다. 오뚜기 국제관에서 출발해 광화문을 지나 독립문까지 가는 그의 산책 코스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나는 이화에 산다’ 게시판에 공유됐다. 임씨는 “헬스장이나 수영장도 갈 수가 없으니까 운동을 못 배우는 게 너무 답답하다”며 “얼른 운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용 공간에서의 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기숙사에서도 방역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기숙사 내 공용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엘리베이터 버튼, 출입문, 문고리 등을 매일 소독한다. 매주 토요일 기숙사 공용공간에 대한 특별 방역과 매월 1회 사실 및 유닛 공용공간 방역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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