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여행과 나들이를 가지 못해 강제 ‘집순이’가 됐지만,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며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여기 코로나19 이후 자신에 대해 고민하면서 새로운 일상을 사는 이화인들이 있다.

 

매일 학교 사진을 찍어요

이지현 씨가 찍은 본교 이화동산의 모습. 제공=본인
이지현 씨가 찍은 본교 이화동산의 모습. 제공=본인

코로나19 이후 이지현(교육·17)씨의 일과에는 ‘학교 산책’이 추가됐다. 이씨는 매일 학교를 산책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코로나19로 본가에 가자 혼자 서울에 남게 됐다”며 “집에만 있다 보니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2주 넘게 온종일 누워 생활하다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월 말부터 가까운 학교로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 산책 중 본 미세먼지 없는 겨울 하늘이 너무 예뻤어요. 특히 추운 겨울에서 봄이 될 때 ECC 선큰가든의 꽃들이 조금씩 피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 매번 관찰했던 기억이 나요.”

한여름 밤의 대강당. 이지현씨가 7월18일 산책하다가 찍은 본교 대강당 전경이다. 제공=본인
한여름 밤의 대강당. 이지현씨가 7월18일 산책하다가 찍은 본교 대강당 전경이다. 제공=본인

여유롭게 학교를 돌아보니 정작 학교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학교 전경을 눈에만 담기 아쉬웠던 이씨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남기기 시작했다. 7월부턴 학교 사진만 올리는 전용 SNS(Social Network Services)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그렇게 매일 학교 사진을 찍다 보니 자연스레 취미가 됐다.

학교 산책 일과 전에는 반드시 할 일을 마쳐야 한다는 그만의 철칙도 있다. 이씨는 “그날 할 일을 모두 끝낸 후 산책을 하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밀리지 않는다”며 “공부하는 데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학교에서 30분 넘게 앉아 바람을 쐬며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주변에 의지하고 대화 나눌 친구가 없어 힘들었던 그는 이제 학교와 교감한다. “학교를 매일 보니 학교에 마음을 주게 됐다고 해야 하나요. 소속감도 느끼고 위로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좋아하는 음악 공부를 시작했어요

박지원씨가 직접 커튼을 달아 침실과 공부 공간을 분리했다. 제공=본인
박지원씨가 직접 커튼을 달아 침실과 공부 공간을 분리했다. 제공=본인

박지원(국문·19)씨는 코로나19 이후 학업 외 좋아하는 분야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니 통학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 시간과 에너지를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는 데 쏟는다”고 전했다.

박씨의 꿈은 ◆A&R(Artists and repertoire)이나 사운드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음악과 음향에 관심이 있어 디제잉(DJing)을 배우려던 이번 학기 계획이 코로나19로 틀어지자 박씨에게 잠시 슬럼프가 왔다. 하지만 박씨는 곧 음악산업과 음향이론에 관한 독학을 시작했다. 현재 그는 관련 분야의 책을 읽고 관련 기업 조사에 열중이다. 바쁜 학교생활로 병행하기 힘들었던 공부와 진로 탐색을 하며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

공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방 인테리어를 바꾸기도 했다. “공부할 때 침대가 시야에 들어오면 집중이 안 돼요. 그래서 침대와 책상 사이에 커튼을 달아 방을 두 공간으로 분리했어요.”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박씨는 코로나19의 종식이 기약 없음을 깨닫고 2학기도 비대면 수업임을 직감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박씨는 곧장 대형마트로 향했다.

박씨는 직접 커튼을 고르고 벽에 못을 박았다. 박씨는 “암막 커튼이 아닌 빛이 들어오는 커튼을 활용해 막을 치니 집중력이 훨씬 오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커튼뿐만 아니라 책장을 하나 더 장만해 의자 뒤로 책을 재배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벽에 서울시 책방 지도와 홍대 앞 문화지도를 붙여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하는 등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인테리어를 바꾼 후 박씨는 앰비언트(Ambient) 음악을 자주 틀어 놓는다. 박씨에게 “청각적인 디퓨저(방향제)”라는 앰비언트 음악은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장르다. 박씨는 매일 새롭게 인테리어한 방에서 좋아하는 앰비언트 음악 재생목록을 만들어 듣고 있다.

박씨는 “지금 이 시기에 누구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없듯,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며 “새롭게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끊임없이 하며 기약 없는 매일을 갱신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벗들과 함께 게임을 해요

“살면서 코로나19 전까지 게임을 했던 시간보다, 지금 더 많이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있어요.”

윤채원(국제·20)씨는 코로나19 확산 후 4월 말부터 평소 관심 없었던 게임에 재미를 붙였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던 윤씨는 학교에 입학한 후 동기, 선배를 만나 친해지고 싶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종종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생각하던 와중에 윤씨는 ‘게임’을 떠올렸다. 윤씨는 “사람들과 함께 게임 속 과제를 해결하며 공존하는 기분”이라며 “게임이 화상 통화나 문자보다 더 함께하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던 그였기에 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 큰 기대감은 없었다. 하지만 친구, 동기, 선배와 함께 놀며 게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Kartrider Rush Plus), 어몽 어스(Among Us), 테일즈런너(Tales Runner), 스타듀밸리(Stardew Valley) 등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최근에는 학교 게임 대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씨는 “친구들과 하는 재미도 컸지만 게임을 통해 학교 선배, 동기와 친해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들을 게임 속에서 만나기도, 카카오톡(KakaoTalk) 게임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되기도 했다.

게임에서 만난 인연은 현실로도 이어졌다. 윤씨는 “몇몇 벗들과는 매우 친해져 자주 연락한다”며 “어떤 벗과는 우연히 학교 가는 날이 겹쳐 같이 식사도 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모두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힘든 상황이지만 각자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멋진 취미를 만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A&R(artists and repertoire): 아티스트의 발굴, 레코드 기획, 제작, 관리 등을 맡는 레코드 회사의 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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