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CEO란 꿈을 가지고 고등학교 3년 동안 경영학과만 보고 왔거든요. 그래서 수강신청 때 경영학 전공기초 과목인 <경영통계학>을 놓쳐 상실감이 컸어요. 졸업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요.”

경영 주복수전공생 우선수강신청이었던 8월10일 오후1시, 김여원(경영·20)씨는 전공기초 과목인 <경영통계학>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8월12일 오후1시에 열린 1학년 수강신청 기간에도, 한 분반당 40~50명씩 증원됐던 전체수강신청 기간에도 그는 해당 과목을 신청하지 못했다.

8월13일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김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 경영 주전공생과 복수전공생의 글이 게시됐다. 졸업에 필요한 경영 전공과목을 듣지 못해 한탄하거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서 과목별 수요를 조사하는 카카오톡(KakaoTalk)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작성한 명단을 경영대학(경영대) 경영학부 사무실에 제출했다.

 

수강신청 대란 속 주전공생 보호 조치, 학생들 희비 엇갈려

경영대에서는 수강신청 수요를 집계해 교수진을 확보했고, 8월27일 경영대 홈페이지(biz.ewha.ac.kr)에 ‘2020-2학기 추가 분반 개설 교과목 수강신청 안내’를 공지했다. 9개 분반의 추가 개설과 주전공생 보호 조치가 골자다. 특히 주전공생 보호 조치에 따라, 추가 개설 과목이 열리는 1일에 주전공생은 오전9시, 복수전공생은 오후1시, 타과생은 오후5시부터 수강신청을 진행했다.

1일 <경영통계학>, <경영학원론>, <원가관리회계>, <운영관리>, <회계정보원리>, <인터넷비지니스전략>, <기업재무>, <중급회계Ⅰ>, <중급회계Ⅱ> 9개의 분반에서 730명이 증원됐다.

주전공생인 김씨는 경영대의 이번 조치에 만족했다. 김씨는 현재 “교수님 몇 분이 은퇴했고 공급이 한정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복수전공생 모두 수강신청을 했다가는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복수전공생도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번 주전공생 우선수강신청을 진행한 것은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수전공생의 입장은 다르다. 복수전공생 ㄱ씨(17학번)는 경영대의 공지에 따라 1일 오후1시 추가 개설 과목 수강신청을 시도했다. 남는 자리가 가장 많아 보였던 <경영학원론>을 1순위로 뒀지만, 이조차 주전공생 30명 이상이 신청한 뒤라 약 13명만이 수강 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1시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ㄱ씨는 주전공생 보호 조치에 대해 “복수전공생으로서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며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주전공생 우선수강신청이 끝나니 복수전공생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1일에 이뤄진 추가 개설과 주전공생 보호 조치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복수전공생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 추가 분반 개설 및 증원을 위해 모인 오픈채팅방의 대표는 복수전공생이 다수였다. 경영대의 조치가 불만족스러운 ㄱ씨는 “공지에 따라 이렇게 적은 자리가 복수전공생에게 돌아올 거면, 열심히 수합해 이메일 보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호소했다.

경영학부에 진입할 예정인 호크마교양대학(호크마대) 정시통합선발생에게도 이번 조치의 수혜는 없었다. 이들은 ‘타대생’으로 분류돼 1일 오후5시가 돼서야 추가 개설된 과목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전공생인 김씨는 경영학부에 진입할 예정인 호크마대 학생들의 상황을 걱정했다. 그는 “전공 탐색 기회 보장을 전제로 학교에 입학했는데, 전공과목 수강신청이 불가하다면 호크마대만의 장점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영대는 주전공생 보호 조치에 대해 “일반 학생들이 경영 과목을 많이 신청하면서 주복수 전공 학생들의 졸업 필요 학점 신청이 어려워진 걸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주전공 졸업 필요 수요 추정치에 따라 주전공생들의 우선 신청이 먼저 통보됐고, 이후 복수전공 졸업 필수 학점 신청 데이터를 추정하여 복수전공 우선 신청 또한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3학점 추가 신청과 재학생 수 대비 적은 분반이 수강신청 어렵게 해

이번 학기 수강신청 대란의 원인으로 경영대는 ‘3학점 추가 신청’을 꼽았다. 코로나19 관련 조치로 학생들이 평소보다 3학점씩 추가로 수강하게 되면서 경영 과목의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경영대 학장 김효근 교수(경영학부)는 “현재 추정하기로는 3학점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게 되자, 타전공 학생들도 취업을 위해 경영 전공과목을 신청해 전례 없는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주전공생인 ㄴ(경영·17)씨는 3학점을 추가해 최대 24학점을 수강하는 학생이 많다고 여긴다. ㄴ씨는 “최대 학점은 늘어났지만, 평소만큼의 분반만 개설돼 경영 전공과목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학생들이 24학점을 신청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일단 들을 수 있는 대로 수강신청을 하고 이후 철회를 고민하거나, 마지막 학기에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 미리 24학점을 듣는다”고 전했다.

주복수전공 학생 수에 비해 적은 수의 분반도 또 다른 원인이다. 경영학부는 주전공생 뿐만 아니라 복수전공생의 수가 많은 특성이 있다. 1학기 경영학부 주전공 재학생 수는 999명, 복수전공 재학생 수는 1132명이다. 이에 더해 경영 진입 예정인 호크마대 학생 수까지 포함한다면, 수강 인원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예측된다. 복수전공생 ㄱ씨는 “애초에 경영대에서 제공하는 강의가 너무 적다”며 “처음부터 분반을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월27일 경영대 공지사항에 따르면, 이번 수강신청을 계기로 경영대는 수강신청 수요 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 학장은 “학생들이 전달한 의견을 보다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충분히 검토 및 논의하겠다”며 “추후 교과목 개설 시 여러 방안을 적용해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경영대의 주전공생 보호 조치로 에브리타임에서는 복수전공생이 많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와 경제학과 등에서도 주전공생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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