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잦아들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종강 후 본국으로 돌아갔던 유학생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국제처 국제학생팀(국제학생팀)에 따르면, 이번 학기 학부 전체 유학생 710명 중 173명(9월4일 오전10시 기준)이 본국에서 비대면 수업을 듣는다. 전체 유학생 중 약 24.4%다. 173명 중 중국인이 146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홍콩(6명), 태국(5명), 베트남(3명)이 뒤를 잇는다. 본지는 해외에 있는 유학생들의 비대면 대학 생활을 들었다.

 

국경 봉쇄돼 한국 못 들어와

바트호야그씨씨가 사용하는 학습 플래너. 제공=본인
바트호야그씨씨가 사용하는 학습 플래너. 제공=본인

“정부가 국경을 봉쇄해 한국에 갈 수 없어요. 대면 시험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바트호야그 미셸(BATKHUYAG MISHEEL·정외·17)씨는 현재 몽골에서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 2019년 12월 몽골로 돌아간 후 2020년 1월27일 몽골 정부가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학기 7개 수업을 듣는다. 그중 6개의 수업은 비대면 시험을 진행하지만, 유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수업 하나는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바트호야그씨는 “졸업하기 위해 이 수업을 꼭 들어야 한다”며 교수에게 국경 봉쇄 등 본국에 있는 상황을 설명했지만 ‘학교는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만약 대면 시험을 진행한다면 수업을 철회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는 “철회하게 되면 계절학기나 다음 학기에 들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2020학년도 1학기를 휴학했던 유학생들과 달리, 바트호야그씨는 1학기에 이어 2학기까지 두 학기째 몽골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 그는 학교가 ‘한 학기 전면 비대면 수업’을 결정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린 덕분에 휴학하지 않고 본국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지난 학기는 몽골에서 혼자 수업을 듣다 보니 집중이 잘 안 됐다”며 “이번 학기부터는 학습 플래너를 더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화인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VPN 사용해 수업 들어

“유레카에 접속해 사이버캠퍼스에서 동영상을 보는데 이렇게 랙(lag, 인터넷이 지체되는 현상)이 걸릴 줄 몰랐어요. 오후에 급하게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사설망)을 사서 컴퓨터에 깔았죠.”

개강 첫날, 중국인 유학생 왕하오(王好·커미·19)씨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컴퓨터로 이화포털정보시스템 유레카(eportal.ewha.ac.kr)에 접속하자 인터넷 연결이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VPN 없이는 타 국가 플랫폼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국의 인터넷 특성 때문이었다. 왕씨는 급하게 VPN을 구매해 일시적으로 인터넷 연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VPN도 연결이 종종 불안정해 열악한 상황이다.

2019년 성탄절 전에 중국에 갔던 왕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왕씨는 “비행기 탑승과 이동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상황이 우려됐다”며 “한국에 갈 수 없어 결국 휴학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3월 말 이미 신청한 휴학을 취소할 수도 없었다.

이번 학기는 다행히 개강 전 학교가 수업 방식을 미리 공지한 덕분에 중국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강 전부터 인터넷 연결 문제로 애를 먹었다.

실시간 강의의 경우 정상적으로 수업을 듣기가 더욱 어렵다. 왕씨는 “유레카 사이트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중국 인터넷으로 접속할 경우 연결이 느리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님과 구글(Google) Gmail로 소통하는 경우에도 메일이 정상적으로 도착하지 않아 VPN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 시험 시, 수강 철회 불가피

“만약 교수님이 대면 시험을 보겠다고 하면 수업을 철회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유학생들은 본국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대면 시험을 본다면 상황이 곤란해진다. 왕하오씨가 듣는 8개 수업 중 2개는 아직 시험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 비대면으로 시험을 치르는 6개 수업 중 4개는 왕씨가 직접 교수에게 ‘한국으로 출국할 수 없다’는 증명서류를 보냈다. 덕분에 일부 강의는 대면 시험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개 수업은 아직 교수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교수가 대면 시험 방식을 고수한다면 왕씨는 강의를 철회해야 한다. 8월28일 국제학생팀이 “한국에 입국 예정이 없는 학생은 ‘미입국자’로 분류되며 기존에 발급했던 ‘표준입학허가서’를 폐기할 예정”이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표준입학허가서는 학교에서 법무부 외국인 유학생시스템(FIMS)을 통해 발급하는 서류다. 외국인특별전형 합격자 발표 후 등록이 완료된 신입학 학생들에게, 휴학 종료 후 복학 의사가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발급한다. 따라서 ‘표준입학허가서’가 없다면 한국에 들어올 수 없고,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9월2일 개강 둘째 날 션동시씨가 중국 본가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제공=본인
9월2일 개강 둘째 날 션동시씨가 중국 본가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제공=본인

중국인 유학생 션동시(沈董事·융합콘텐츠·19)씨도 시험이 대면으로 진행될까 걱정이다. 션씨는 현재 본국인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2019년 12월 말 중국으로 돌아간 후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션씨는 이번 학기 7개의 수업을 듣는다. 모든 수업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그중 2개는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한다. 그는 “아직 해당 교수가 ‘학교의 최종 결정에 따라 시험 방식이 바뀔 수 있다’고 공지만 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만약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면 12월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택밖에 없어요.” 대면으로 시험을 본다면 션씨는 불가피하게 한국에 입국해야 한다. 시험 2개를 보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후 2주, 중국으로 돌아간 후 2주 등 약 한 달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격리만 한 달을 하더라도 션씨는 시험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다. 2020학년도 1학기 코로나19로 이미 원치 않는 휴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션씨는 “표준입학허가서가 폐기될 것을 안다”며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면 유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다시 발급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표준입학허가서 폐기에 관해, 국제학생팀은 표준입학허가서 발급과 폐기는 법무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으며 “관할 출입국사무소로부터 ‘입국 예정이 없는 유학생은 비자를 발급 받을 이유가 없으므로 표준입학허가서를 폐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학생팀은 “학기 중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면 향후 유학생들의 표준입학허가서 발급을 도울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현지 영사관의 상황에 따라 비자 발급 시간이 더 소요되거나 발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당부했다.

 

국제학생팀, 유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할 것

8월31일 국제학생팀은 “모든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입국 전 준비사항을 안내하고, 입국 계획을 조사해 학생들의 체류 현황(출입국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학생팀은 입국하는 유학생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유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접속 문제 ▲대면 시험 ▲교재구매 등 어려움에 대해 관련 부서와 공유하고 교수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유학생들이 컴퓨터 화면으로 판서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대면 시험이 아닌 과제물 대체 등으로 평가받도록 교수에게 요청했다.

이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본국에 있는 유학생들도 차별 없이 학기를 마치도록 지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국제학생팀은 전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제약, 개별 과목의 특성 등으로 국제학생팀에서 모든 사항을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혜중 교수(사학과)는 “강의하는 <중국의역사와문화>에 본국에서 수업 듣는 유학생들이 있다”며 “수업을 신청했으니 도와야 할 것 같아 합리적인 시험 평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국제처에 ‘유학생이 본국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을 확인하고, 본국과 한국에서 수강하는 학생들을 모두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다.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따로 시험을 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VPN(Virtual Private Network): 기업체나 기관에서 데이터망으로 사설망을 구축해 통신망을 제어하고 운용할 수 있는 통신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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