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점 더 들을 수 있지만 수강정원은 부족
복전생 많은 과목은 수강신청 전쟁

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그래픽=김나연 기자 why_eon@ewhain.net

수강신청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일까. 매 학기 수강신청이 끝나면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예외적인 상황으로 2020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수강 가능 학점이 늘고, 비대면 수업이 가능해진 만큼 수강신청 부담이 줄어 들 것이라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학생들은 섣부른 3학점 추가,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분반 및 수강정원 수 등을 수강 신청의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더 듣고 싶어도 못 들어... 분반, 수강정원 부족

“이번 학기 24학점을 들을 예정이었는데, 24학점은커녕 12학점밖에 신청하지 못해 강제 휴학 위기에 놓였어요.”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커미) 18학번 임모씨는 2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24학점을 수강할 계획을 세웠다. 수강신청이 끝난 후,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애초 계획했던 학점의 절반밖에 신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공 교과목은 한 과목도 신청하지 못했다.

임씨는 수강신청 실패의 원인으로 ‘3학점 추가 제도’를 꼽았다. “3학점이 추가되며 최 대 24학점까지 수강이 가능해지자 과목별 경쟁률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어요. 경쟁률이 35:1 까지 치솟은 과목도 있었죠.”

또 임씨는 “앞으로의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겨 불안했고 화가 났다”며 “곧바로 증원 문의 메일을 여러 교수님께 보냈지만 수강 정정 기간을 활용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지난 6월 교무처 학적팀은 2020학년도 2학기 수강 가능 학점을 3학점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업 수행의 어려움을 돕기 위함이었다. 이 조치로 2학기 정규 학부 등록생은 교과과정상 수강할 수 있는 학점에 3학점을 추가 수강할 수 있게 됐다.

8월10일~14일에 정규 수강신청이 진행된 결과, 수강 가능 학점 3학점 추가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과목의 분반 및 수강정원이 이전 학기에 비해 크게 늘지 않고, 오히려 줄기까지 해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수업 수를 충분히 늘리지 않은 채 한 학생 당 신청 가능한 학점이 늘어나며 수강신청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커미의 전공 과목은 2019학년도 2학기 36개에서 35개로 줄었다. 경영대 경영학부(경영)는 2019학년도 2학기보다 3과목 줄어든 69개 과목이 열렸다. 또 필수교양과목인 <고전읽기와글쓰기>는 이번 학기 29개 분반이 개설됐다. 2020학년도 1학기에는 39개 분반, 2019학년도 2학기에는 36개 분반이 개설된 것에 비해 적은 숫자다. 2학기 수강신청 이후 몇몇 과목은 학생들이 모여 개설 요청을 하자 분반을 열었다. 

첫 수강신청에서 11학점을 신청한 스크랜 튼대 18학번 ㄱ씨는 “원래는 18학점을 수강 할 예정이었으나 수강신청에 실패했다”며 “단과대별 전공 과목 등을 충분히 개설하지 않은 상태에서, 3학점을 추가해 학생들이 최대한 많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 무리였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경쟁 과열, 학생 간 마찰 빚어

수강신청 경쟁이 과열된 일부 학과에서는 학생 간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경영대 수업 수강신청을 두고 학생들 간 갈등이 있었다.

갈등은 추가 개설된 교과목의 우선 수강신청권에 관한 의견 충돌로부터 비롯됐다. 8월 26일 경영대는 8개 교과목의 분반을 추가 개설하고, 이 과목의 우선 수강신청 기회를 경영대 주전공생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조치를 두고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에브리타임 경영대 게시판에는 ‘주전공생이 우선권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많은 주전공생이 복수전공생에 밀려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지 못했다’ 등의 글이 게시됐다. 반면 ‘복수전공생들도 다같이 분반 개설을 요구했는데, 주전공생한테만 기회를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 ‘주전공생 보호는 다음학기부터 실시해야 했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한편 이 갈등을 두고 경영대 18학번 ㄴ씨는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수업 수를 확보하지 않은 채 수강가능학점을 늘린 것”이라며 “애초에 복수전공생을 인원제한 없이 받아들이는 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교는 수요 미리 알기 역부족이라는 대답만

본교는 3학점이 추가됐어도 수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무처 수업지원팀(수업지원팀)은 “학생들이 수강을 원하는 교과목에 대한 수요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교과목 수나 과목정원을 늘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학생들의 수강 수요가 있고 개설 학과에서 담당교수 섭외, 강의실 배정 등 제반 여건을 검토해 분반 요청을 할 경우 교무처에서 승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수강신청 이전에 학교 차원의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아직 없는 것이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교과목의 수강정원을 학교 차원에서 늘릴 수 없냐는 질문에 수 업지원팀은 “수강정원을 늘리는 것은 담당 교수의 권한”이라며 “비대면 과목일지라도 수업 질 관리를 위해 무조건적인 증원은 어려울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학생들의 요구로 몇몇 과목은 수강정 원이 늘어나거나 분반 추가 개설이 이뤄졌다. 글로벌 소통교육실은 학생들의 <스페인어II> 증원 요구에 따라 이화포털(ewha.ac.kr)에서 수요조사를 받아 현재 2개 분반을 추가로 개설했다. 호크마교양대학 행정실은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나눔리더십> 추가 분반 개설을 결정했고, 8월19일 수요조사를 마쳤다.

경영대는 학생들의 수요 및 요청에 대응해 총 8과목 ▲<경영통계학> ▲<경영학원론> ▲<운영관리> ▲<원가·관리회계> ▲<회계 정보원리> ▲<중급회계II> ▲<인터넷비지니스전략> ▲<기업재무>의 분반을 추가 개설했다.

경영대 행정실 관계자는 “수강 가능 학점이 늘어나면서, 예년에 경험 못한 엄청난 초 과수요가 발생했고 이로인해 학생들이 정상적인 수강신청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며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신청할 수 있도록 수차례 논의한 끝에 수강정원 증원 및 분반 개설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분반 추가 개설에 대해 학생들은 수강신청 실시 이전에 수요를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ㄱ씨는 “학교는 신청가능학점을 3학점 늘림으로써, 학생들이 많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해결책인 것 마냥 생각한 것 같다”며 “그 전에 수업 수와 교수진 확보와 같은 필수 요건을 먼저 개선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 '일례로 커미의 전공 과목 수는 이전 학기 41개에서 35개로 줄었다'에서 '일례로 커미의 전공 과목은 2019학년도 2학기 36개에서 35개로 줄었다'로 정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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