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48명의 조기 졸업생이 자신의 꿈을 찾아 이화를 떠난다. 본교는 6학기 또는 7학기 이수자 중 평균평점이 3.75 이상인 학생에게 조기 졸업 자격을 부여한다. 남들보다 일찍, 탄탄한 실력으로 미래를 닦아나가는 조기 졸업생 3명의 ‘꿈’을 들어봤다.

 

"사회의 불합리를 변화시키고 싶어요"

차지윤(사회·17)

차지윤(사회·17)씨
차지윤(사회·17)씨

“조기 졸업생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모순적일 순 있지만,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조기 졸업은 제 필요와 상황에 의해 흘러온 것이지만, 후배님들은 스트레스 받지 말고 휴학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 나갔으면 해요.”

매년 2학기가 특히 힘들게 다가왔다는 차지윤(사회·17)씨는 언제나 ‘미래를 위해 멈추지 말자’고 다짐하며 굳세게 버텨왔다. 2020년, 로스쿨 입시에 도전하기 위해 이른 졸업을 택했다. 7월 LEET(법학적성시험)를 치른 후, 현재 면접 스터디를 하며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차씨는 사회의 불합리함을 바꾸는 법조인이 되고자 한다. 그는 “‘사회의 불합리함’은 법 제도 자체에 있는 허점이나 불평등한 부분, 그리고 약자란 이유로 법의 구제를 받지 못하는 부당함 등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차씨는 사회학과 공동대표 활동을 통해 학내 불합리를 없애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사회과학대 단대운영위원회의 일원으로서 이화·포스코관 엘리베이터 줄을 정비한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캠페인을 하며 우리 손을 통해 무엇인가 바뀌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화에서 차씨는 ‘주체적인 태도’를 길렀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수업은 여성학 수업이에요. 이 수업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었어요. 사회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선배님들도 계셨고, 많은 수업에서 그런 태도를 학생들에게 심어주기도 했어요. 학생들 또한 모두 주체적으로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해냈어요. 그런 학풍 자체가 저를 많이 바꾼 것 같아요.”

 

"‘장애’라는 단어가 없는 세상을 꿈꿔요"

장하늘(휴먼바이오·17)

장하늘(휴먼바이오·17)씨
장하늘(휴먼바이오·17)씨

본교 휴먼기계바이오공학 대학원에 진학 예정인 장하늘(휴먼바이오·17)씨는 2학년 2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매 학기 21학점을 수강해왔다. 4학년 1학기, 12학점을 수강하고도 졸업 학점이 충족돼 조기 졸업을 결심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졸업 학점을 채웠는데 비싼 학비를 내고 한 학기 더 다니기엔 부담이 됐어요. 듣고 싶은 수업들은 대부분 수강했기 때문에 미련은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휴먼기계바이오공학 관련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강의 영상을 봐왔던 장씨는 전공에 흥미가 있어 학과 수업이 힘들진 않았다. 학업보다 장씨를 힘들게 했던 것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서울에서 지내는 것이었다. 그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지금은 힘듦에 익숙해지고 무뎌진 것 같다”고 전했다.

장씨의 학점 관리 비결은 ‘교바교(교수 by 교수)’이다. 교수의 시험 스타일이나 채점 방식에 맞춰 풀이를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는 어떻게든 점수를 후하게 채점하려던 전공 교수를 떠올리며 “그 당시 뭐라도 써서 내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또한, 장씨는 좋은 학점을 얻고자 했던 수업에서 책에 있는 예제를 몽땅 푸는 등의 성실함을 보였다. 그는 “잘하지 못하는데 노력하지도 않은 과목은 재수강도 불가한 성적을 받기도 했다”며 “이후 다른 강의들은 열심히 수강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화에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법을 배웠다. “저는 많은 일에 대부분 침묵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화는 저의 무지함을 깨우쳐 줬고, 무뎌졌던 것을 다시 느끼게 했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내가 침묵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을 이화에서 배웠어요.”

장씨의 꿈은 ‘장애’라는 단어가 없는 세상이다.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에 지원하게 된 것도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현재 수술 및 의료용 도구를 연구하고 있고, 관련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에요. 졸업 후엔 의료 보조 기구를 제작해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돕고 싶어요. 그들이 가진 장애가 불편함은 되지 않도록 말이에요.”

 

"행복하게 오순도순 살고 싶어요"

신유림(스크랜튼·14)

신유림(스크랜튼·14)씨
신유림(스크랜튼·14)씨

7학기를 이수한 신유림(스크랜튼·14)씨는 2년 반 동안의 고시 생활로 인해 조금 늦은 조기 졸업을 선택했다. 신씨는 3학년 1학기 휴학을 하고 고시공부를 시작해 2019년 여름 CPA(공인회계사시험)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론보다 실전에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학교를 더 다닐 수도 있었는데, 배운 것을 빨리 써보고 싶어 조기 졸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졸업과 동시에 삼일회계법인에 취직해, 9월 입사를 앞두고 있다.

신씨는 고시 공부를 하는 동안 잠시 복학을 하기도 했다. CPA 2차 두 번째 시험에서는 합격하지 못한 과목만 공부하면 돼 학업과 병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공부량에 힘들었던 신씨는 모의고사 점수가 좋지 않을 때나 중간고사를 잘 치지 못했을 때 좌절도 했다. 극복하기 위해 그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내 과정, 준비하는 기간이 결과라는 한순간을 위해 희생되면 안 된다 생각하게 됐어요. 과정에 집중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위안 받을 게 있잖아요.”

밝은 목소리의 소유자인 신씨는 자신을 ‘행복주의자’라 소개했다. 그의 꿈은 자신이 행복하고 주변인들을 행복하게 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다. 알차게 살되 일이 과해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 것 또한 그의 행복론이다. 그는 “미래에도 이것을 잊지 말고, 평생 행복해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취업과 졸업을 앞둔 방학, 신씨는 ‘대학생으로서의 추억’을 쌓기 위해 연합발표동아리 ‘크레파스’ 활동을 했다. 크레파스 부원들과 바쁘게 지내면서도 집에선 직무에 필요한 어학 공부를 했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신씨는 이화에서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을 배웠다. “3, 4학년 때 취직을 준비하며 선배들의 따뜻함을 많이 느꼈고, 학교 다니면서도 학우들과 팀플을 하며 힘을 많이 얻었어요. 내가 받은 게 많은 사람이니까 내 것을 줄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다른 사람들도 아끼고, 물론 후배라면 더 아끼는 마음이 샘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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