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칼럼] 7시간의 시차를 넘어, 한국에서 독일 강의듣기
[교환학생 칼럼] 7시간의 시차를 넘어, 한국에서 독일 강의듣기
  • 이수빈 선임기자
  • 승인 2020.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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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르부르크대 단과대학 건물.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하고 결국 귀국했다.제공=이수빈 선임기자
독일 마르부르크대 단과대학 건물.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하고 결국 귀국했다.
제공=이수빈 선임기자

‘금요일 오전이라 피곤하겠지만 다들 힘냅시다.’ 교수님께서 화면 너머 말씀하신다. 하지만 내 방 건너편 시계의 시침은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독일에서 중도 귀국했다. 현재는 한국에서 독일 마르부르크대 실시간 강의를 듣는 중이다. 한국에서 외국 학교 강의를 듣는 내용의 글은 수많은 이대학보 교환학생 칼럼 중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개강 후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귀국을 다짐했다. 파견교는 개강 이후에나 강의 계획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올 여름학기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기말고사조차도 보고서 제출로 평가가 대체됐다. 언젠가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확인하자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내 ‘하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가득차 나를 지배했다. 왜 ‘하필’ 방문학생을 갔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한국에선 자가격리로 인해 혼자 있다보니 생각이 꼬리를 물어 신세 한탄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현 상황은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불행이 기분을 잠식하게 할 수는 없었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타지에서라도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기.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국과 독일의 시차는 7시간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지에서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원 없이 놀자 계획했기에 오전과 점심 강의만 신청했었다. 한국으로 치면 오후 5시에 시작해, 아무리 늦게 끝나도 10시 전후였다. 강의는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새벽까지 수업에 참여하며 독일 시간으로 살지 않음에 감사할 뿐이다.

나는 4개의 수업을 듣는다. <미군의 군사 개입>, <20세기 분쟁 사례 연구>, <20세기 학살 연구>, <젠더와 정치경제학> 모두 내 최대 관심사인 안보와 관련된 수업이라 주제가 너무나 흥미롭다.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는 해당 수업들은 수업 전 예습이 필수다. 교수님의 설명보다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이 수업의 주다. 아는 게 없다면 2시간 동안 노트북 화면만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험 기간에만 허겁지겁 공부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면 장족의 발전이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켜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어색했다. 미리 해야 할 말을 노트북 다른 화면에 정리해놓고 말할까 말까 고민을 하면 이미 다른 차례로 넘어가 있었다. ‘교수님의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학생들이 너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의를 참여할수록 느끼는 건 이들도 다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모르는 게 당연한 학생. 배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고, 부족한 점은 망설임 없이 질문했다. 이후 내 생각을 발표하자 교수님이 ‘훌륭하게 정리했어’라고 답했다. 너무 떨리면서 뿌듯했다.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면 굳이 의문을 제기치 않고 외워버린 내게 이곳의 수업 방식은 계속해서 도전해야 할 과제다.

여전히 마르부르크대의 건물을 들어가지도 못하고 온 건 너무나 아쉽다. 하지만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서 수학하기에 내 발전에 집중하고, 수업 자체를 더 즐길 수 있는 듯하다. 7월 말 종강까지 장거리 학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