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라는 이름조차 불러주기 싫은 ‘코세글자’ 때문에 내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어쩌면 영원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

집 밖은 원래 잘 나가지 않는 나 같은 집순이도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먹을 식량을 사러나가기 위해서는 두껍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KF94 마스크를 써야한다. 한창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유행했을 때는 라텍스 장갑까지 끼고 다녔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손을 씻고 알콜스왑으로 휴대폰을 소독한다. 외출할 때 입은 옷은 세탁기에 돌리거나 소독해준다. 필요한 단 한 번의 외출을 위해 통과해야할 관문이 늘어났다. 이러한 과정에 익숙해졌다는 게 슬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평소에 간단한 ‘치맥(치킨맥주)’을 하기 위해 만났던 친구들, 동기들도 모두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랜선 친구들만 엄청나게 늘었다. 보고 싶은 가족은 페이스톡 기능을 통해 휴대폰 화면으로만 안부를 전할 수밖에 없다. 혼잣말도 늘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줄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혹은 누군가의 감정을 내가 같이 공감해준다는 게 이렇게 소중했나?’ 깨닫는다. 전화가 가진 한계로 내 감정들은 나날이 쌓여만 갔고 할 수 있는 건 SNS에 내 감정을 문장으로 남기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굳이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삶의 변화를 따지자면 ‘나’ 라는 사람에 대해 탐구할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오롯이 나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만큼 평소에 내가 뭘 좋아했고,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고민하게 됐다.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면서 잠깐이었지만 유튜브 채널도 오픈하고, 캘리그라피,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하게 혼자 놀기를 해봤다. 외출을 자제해야하는 시기인 만큼 집안에서 먹는 시간이 훨씬 늘어나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를 따라하며 집밥도 만들어 먹어봤다.

무엇보다도 가장 그리운 일상은 ‘이화’에서의 추억들이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이 있듯이 과제와 시험에 지쳐 카페인을 수혈하며 보던 교정의 벚꽃들, 맛있는 냄새를 솔솔 풍기며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먹기 위해서 줄을 서던 ‘대동제’, 그리고 팀플 도중 팀원들과 함께 시켜먹던 야식까지. 이화에서의 일상은 추억이 되었고 이제는 정말 학교에 가고 싶다.

‘코세글자’가 뺏어간 내 일상을 언제쯤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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