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로 남겨질 여성 댄스팀, 디폴트(Difault)
디폴트로 남겨질 여성 댄스팀, 디폴트(Difault)
  • 김유정 기자
  • 승인 2020.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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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Difault) 멤버들이 안무 연습을 하는 모습
디폴트(Difault) 멤버들이 안무 연습을 하는 모습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여성 댄스팀에게 사회가 부여하는 잣대를 거부하기 위해 행동하는 이화인이 있다. ‘남성의 시각으로 대상화된 예술을 부수자’라는 뜻으로 모인 여성 댄스팀 ‘디폴트(Difault)’의 1기 멤버 서유현(과교·18)씨다.

구글(Google)에 ‘여성 댄스팀’을 검색하면 몸의 절반조차 가리지 않는 의상을 입은 여성들 사진밖에 볼 수 없다. ‘남성 댄스팀’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긴팔, 긴바지를 입은 사진과는 상반된 결과다. ‘여성 댄스팀은 섹시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는 잘못된 명제에 맞서는 댄스팀이 바로 디폴트다.

디폴트는 ‘Different’와 ‘Default’ 두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기존의 여성 댄스팀이 가지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꾸미지 않은 모습인 여성들의 댄스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폴트는 작년 1월에 결성돼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활동 중이다. 각기 다른 사정으로 디폴트에 들어왔지만, 활동한지 1년이 넘은 지금은 여성 댄스팀을 검색했을 때 디폴트의 모습을 보게 하고 싶다는 하나 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디폴트는 성적 대상화된 안무를 수정한 뒤 안무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다. 성적 대상화된 동작이란 트월킹과 같이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동작과 사회가 임의로 정한 여성성을 강조하는 동작 등을 의미한다. 성적 대상화된 안무를 수정하고 편한 의상을 입겠다는 것은 단순히 여성 몸의 선을 살리지 않는 춤을 추겠다는 것이 아니다. 구독자 수 1000명을 넘기는 것이 목표라던 디폴트의 유튜브 계정 ‘우당탕탕 DIFAULTUBE’는 6개월만에 구독자수 약 1700명을 보유한 계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제가 편하다고 느끼는 춤을 추고 싶은 욕망이 강했어요.” 서씨는 지난 학기까지 디폴트 뿐만 아니라 다른 댄스동아리에서도 활동했다. 기존 동아리에서는 성적 대상화가 되는 춤을 많이 췄다. 그는 기존 동아리에서 느낀 불편함을 계기로 디폴트에 함께 들어가자는 지인의 권유에 디폴트 1기로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서씨는 디폴트 팀원이 된 이후에도 기존의 동아리를 탈퇴하지 않고 두 댄스팀 활동을 병행했다. 탈코르셋을 한 사람과 탈코르셋을 하지 않은 사람 모두 같은 여성이기에 코르셋 여부와 상관없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씨가 본교 댄스팀에 잔류한 또 다른 이유는 기존 댄스 팀원들이 조금이나마 더 편한 춤을 췄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서씨가 활동했던 기존 동아리에서는 ‘올댓재즈’(All that jazz) 춤을 출 때 옆트임 슬립 치마를 입어 왔다. 하지만 작년에 서씨가 동아리를 이끄는 운영진이 되면서 올댓재즈의 의상은 셔츠와 검정 슬랙스로 바뀌었다. 동아리원 고효빈(국문·19)씨는 “언니(서씨)가 오랜 기간 고수해온 치마를 거부하고 슬랙스를 입자고 당당하게 말해 그것을 실제로 이뤘다”며 “덕분에 동아리가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리가 변하는 방향에 대해 대다수의 팀원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디폴트의 모습으로 살기 전, 서씨는 어떻게 하면 몸이 더 예쁘게 드러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디폴트에서 활동하는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짧은 머리와 맨 얼굴이 기본적인 여성의 모습임을 가시화하기 위해 열정을 쏟는다.

디폴트는 유튜브 채널에 안무 영상을 찍어 올리는 활동 외에도 여러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성적 대상화된 안무를 재구성하는 유튜브 채널 프롬나우(Fromnow)와 공동으로 댄스커버 영상을 제작한 것 역시 디폴트 활동의 일환이다. 프롬나우와 함께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2007) 커버영상은 조회 수 약 2만회를 기록했다. 원곡 안무보다 훨씬 힘 있고 신체의 움직임을 많이 활용하는 동작들로 안무를 재구성했다.

‘다시 만난 세계’ 커버 영상이 돋보이는 이유는 파워풀한 춤을 출 수 있는 편한 의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세계’를 커버한 다른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 짧은 테니스 치마를 입고 춤을 춘다. 하지만 디폴트 팀원들은 편한 검은색 맨투맨을 입고 영상을 찍었다. 노출이 없는 편한 의상을 입었기에 동작이 제한되지 않는다. 동작에 한계가 없어지니 원곡의 힘 있는 느낌이 더욱 살아났다.

성적 대상화된 옷을 입지 않고, 성적 대상화된 안무를 추지 않는 ‘다시 만난 세계’ 영상에 구독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열광적이다. 댓글에는 ‘영상 올라올 때마다 용기와 기쁨을 얻고 갑니다’, ‘코르셋이 아니라 댄서 분들 손짓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와요’ 등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하지만 디폴트가 우호적인 반응만 받는 것은 아니다. 디폴트가 운영하는 유튜브에는 간혹 부원들을 향한 악의성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그래도 디폴트 팀원들은  서로가 옆에 있기에 그런 댓글은 무섭지 않다고 한다. 서씨는 “많은 사람이 우리 팀을 보고 ‘이렇게 춤을 출 수도 있구나’라고 깨닫는다면 그 정도 악플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씨에게 춤은 하나의 목표이자 도전이다. “여성의 춤이 남성의 시선에서 대상화된 방식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되도록 바꾸는 것이 목표예요.” 서씨를 비롯한 디폴트 팀원들은 남성의 시선 속에서 인형처럼 춤추는 것에 저항하기 위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것이 디폴트 팀원 모두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