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어지러울 때, 대한민국은 다른 문제로 떠들썩했다. 지난겨울부터 수면 위로 떠 오른 ‘N번방’, ‘박사방’ 등의 사이버 성범죄 때문이다. 최근 기사들을 읽다 보면 머리가 아파 글을 읽을 수가 없다.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N번방 사건’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수십 년간 사이버 성범죄는 존재해왔지만, 이번 사건만큼 양지로 드러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시기에 이뤄지는 성범죄에 대한 판결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피해자를 집단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두 명의 유명인에 대한 항소심이 13일 진행됐다. 1심에서 각 징역 6년, 징역 5년을 받은 데에 비해, 항소심에서 징역 5년과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됐다.

특히, 2년 6개월은 성폭력특례법상 특수준강간 혐의의 일반적 법정 형량인 무기징역에서 징역 5년 사이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법정 최저형이다. 또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유명인은 당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에서 법리 오인 여부를 가려 ‘성폭행범’ 낙인을 없애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들의 감형 사유는 반성과 합의였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하고 낙인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가 진정한 반성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합의서 제출만으로 피해자와의 관계가 정리됐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처벌하는 게 아닌, 처벌 자체가 목적이 되었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렇게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판결은 이가 빠진 모습이다.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감형된 성범죄 판결  때문일까? 현재 재판을 받는 ‘박사방’ 가해자들은 매일같이 반성 없는 반성문을 제출해 재판부로부터 질책을 받는다고 한다.

성범죄 처벌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에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먼저, 개정안은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는 용어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로 변경했다. 또한,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 운반, 광고, 소개할 경우 현행 ‘10년 이하의 징역’에서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배포, 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광고, 소개할 경우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변경됐다. 구입, 소지, 시청했을 경우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의 징역’으로 변경됐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N번방’에 가입해 성착취물을 소지했거나 구입했을 경우에도 유죄 판결 시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저지른 범행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법원은 가해자가 반성과 합의를 통해 엄벌을 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무너뜨려야 한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이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와의 합의라는 명목하에 솜방망이 처벌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은 피해자가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되고 있다는 믿음을 재건해야 한다. 법치주의 국가임을 증명하고 법으로 이야기할 때, 아직까지 건재하는 사이버 성범죄 카르텔은 조금씩 흔들릴 것이며, 피해자는 양지로 나와 입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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