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서울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던 2월 말, 아르바이트를 하던 수학학원에서 해고를 당했다. 처음엔 지금은 서로가 위험하니까 1주일 동안 출근하지 말라고, 그다음 주에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하니 집에서 대기하라고 하던 원장님은 결국 소식이 없었다. 나도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이제 새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했지만, 있는 아르바이트생도 줄이는 마당에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쿠팡 물류센터 등 일당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무거운 쌀 포대와 고양이 사료 등을 화물 운반대 위에 차곡차곡 쌓으며 수학 학원 아이들이 “선생님, 도대체 쌓기나무 같은 건 왜 배워야 해요?”라고 투정 부렸던 것에 대한 대답을 그제야 생각해내기도 했다. ‘얘들아, 지금 선생님을 봐. 일단 배워놓으면 나중에 다 쓸 데가 있단다.’

아직 취업이 직접적으로 와닿진 않지만, 취업 시장의 어려움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 제언’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전 세계적 보건 위기(pandemic)는 전 산업에서의 경기 위축과 전반적인 고용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강하게 예상된다. 이러한 고용 위축은 현재 노동시장 신규 진입 단계에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특히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Z세대에게 취업난, 경제 위기 등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며 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던 친숙한 단어다. Z세대는 출생과 함께 IMF 외환 위기를 겪었고 10년 후에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는 경제를 바라보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로 인한 경제 여파가 유독 크고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취업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Z세대가 경제 위기의 가장 큰 당사자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은 내가 섣불리 내리기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지금 상황이 주는 좌절감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과거만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전투적인 자세로 좁아진 바늘구멍을 파고들어 최후의 승자가 되자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현실을 바라보되 약간은 관조하는 자세의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사이버 강의를 3주 정도 듣다가 예정에 없던 휴학을 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내가 사이버 강의와 과제의 늪에서 이전 학기들보다 빨리 지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휴학한 후 내 일상은 어찌 보면 대책 없다고 할 만하다. 핸드폰을 보고 책을 읽고 청소기를 돌리고 저녁에는 이어폰을 꽂고 근처 하천을 따라 걷는다. 누가 “휴학하고 어떻게 지내?”라고 물어보면 “책 읽어, 이렇게 10년 읽고 과거 시험 보려고”라는 장난 섞인 대답으로 신변잡기를 피하기도 한다. 이를 회피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도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한데, 숨 가쁘게 달려가던 사회가 멈춘 이때, 잠깐 따라 멈추는 이런 시간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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