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이화 새내기를 맞이하는 사랑의 편지
2020 이화 새내기를 맞이하는 사랑의 편지
  • 윤희원 기자
  • 승인 2020.0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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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은 정말 축복받은 시간입니다! 동아리, 여행,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할 말은 여전히 많지만, 벗이 이화를 선택했고 이화가 벗을 선택한 만큼 벗은 잘할 거라 믿어요. 입학 진심으로 축하해요.”

20학번 신입생에게 전달될 편지 내용의 일부다. 편지에는 새내기를 향한 재학생의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이 담겼다. 편지 하단부에는 본인의 학과와 전화번호를 적어 진로 고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부담 없이 연락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본교 재학생들이 신입생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한 편지쓰기 진행팀을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진행팀은 ‘2020 이화 새내기 맞이 편지쓰기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모든 20학번 신입생들은 재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한 장씩 무작위로 받게 된다. 진행팀은 두 달에 걸쳐 손편지와 태블릿으로 작성한 편지 스캔본을 모았다.

“교내 커뮤니티 내에서 이렇게 새내기들을 사랑해주는데, 이 마음을 편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0학번 새내기들에게 전달 될 편지가 가득 들어있는 편지함
20학번 새내기들에게 전달 될 편지가 가득 들어있는 편지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권예지(수학·13)씨는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 경험을 토대로 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고등학교 선배들이 권씨를 비롯한 입학생에게 편지를 하나씩 전달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고등학생 당시) 편지를 읽는데 안심이 됐고 멋진 학교에 왔다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이화도 정말 따뜻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생일 때 힘든 순간들이 있는데, 그들을 다독여주고 응원하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후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서 권씨의 제안을 본 재학생 17명이 모여 편지쓰기 진행팀을 결성했다. 교내에 편지함을 설치했고, 각자 맡은 건물의 편지함을 주기적으로 관리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이나 졸업생들을 위해 우편으로도 편지를 받았다.

편지 봉투를 비롯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한 모금 역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항상 응원해요’, ‘금액이 적어서 죄송해요’와 같은 입금자명으로 57만 8176원의 모금액이 모였다. 이후 본교 공식 색상인 이화그린 편지 봉투를 구매, ‘WHERE CHANGE BEGINS’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제작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오카방)에서의 네트워킹이 본 프로젝트에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권씨는 “목표액까지 약 5만원 정도 남았을 때, 어떤 분이 10만원이라는 거액을 보내주셔서 놀랐다”는 일화를 전했다. 권씨는 입금자명을 보고 같은 지역에 사는 본교생들이 모인 오카방에 있던 학우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남는 금액을 돌려드리고자 연락을 드렸는데, ‘일부러 금액을 넘치게 보냈다’며 되려 응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추후 안내문 프린트 비용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편지 포장 작업을 할 때도 지역 오카방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로 이동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그는 오카방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혹시 도와주실 분이 계실지 여쭤봤는데, 다들 흔쾌히 나서 주셔서 진행팀 한 분, 오카방 세 분과 함께 저희 집에서 작업을 했어요. 8시간 정도 포장 작업을 하니 힘들었을 텐데, 남은 수량도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감사했어요.”

편지쓰기 진행팀이 재학생들이 쓴 편지를 검토하는 모습황보현 기자
편지쓰기 진행팀이 재학생들이 쓴 편지를 검토하는 모습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2019년 12월 초에 기획한 행사에 시험 기간이 겹쳐 편지 수량이 부족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진행팀이 직접 편지를 여러 장 필사하거나, 태블릿을 통해 스캔본을 받기도 했다. 한 명이 여러 통의 편지를 제출하는 노력도 곳곳에서 보였다. 권씨는 “편지를 검토하다 보면 구성이나 필체가 같은 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진행팀 소속인 서하정(국제·18)씨는 서른 여섯 통의 편지를 쓰다가 진행팀에 지원했다. 호크마교양대학의 첫 신입생인 서씨는 처음 시행된 제도로 인해 외로웠던 신입생 시절, 선배와 더 소통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행사 초반,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소식을 듣고 신입생 시절의 마음으로 편지를 계속 쓰게 됐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기획자인 권씨는 참여한 재학생에게 “학교를 떠나기 전에 이런 행사를 기획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진행팀은 본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 편지에는 다음 행사와 관련한 안내문이 동봉된다. 참여하고 싶은 신입생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진행팀은 참여를 원하는 사람에 한해 구글 폼 혹은 QR코드로 전화번호를 수집한 후, 행사 시기에 맞춰 연락할 계획이다. 진행팀은 다음 행사는 2학기 초에 시작해 수량 부족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다고도 밝혔다.

한편, 오프라인 개강 후 부스를 통해 배부될 계획이었던 편지는 한 학기 온라인 강의 시행으로 인해 우편으로 전송될 예정이다. 권씨는 “새내기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홍보를 통해 집주소를 ‘폼’으로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