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유례없는 온라인 개강을 맞이한 2020학년도 신입생들은 아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온라인 강의가 전 학기로 바뀌면서 새내기들은 입학 첫 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보내게 됐다. 동기를 만날 수도, 학교 캠퍼스를 거닐 수도 없다. 설렘 가득한 대학 생활을 꿈꿨을 새내기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대 캠퍼스가 진짜 예쁘잖아요. 동기들과 이화그린색 학잠(학교 점퍼)을 입고 학교를 거닐며 캠퍼스의 봄을 만끽하고 싶어요.” 정유진(특교·20)씨가 고등학생 때부터 고대하던 대학생의 일상이다.

활기찬 새내기 생활을 꿈꿨던 정씨는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이 일상이 됐다. 캠퍼스를 거닐면서 체험하는 새내기 대학 생활과 교수님, 학우들과의 강의를 기대했지만 막상 눈앞에 놓인 건 컴퓨터 한 대였다. 정씨는 “전체 학기 온라인 강의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그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슬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개강 초반엔 온라인 강의 서버의 오류로 인해 애로사항도 있었다. 정씨는 “서버가 안 좋아도 끝까지 들었는데 진도율이 저장되지 않았던 게 가장 힘들었다”며 “두 번씩 들은 강의가 여러 개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이버캠퍼스 서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온라인 강의 방식에 적응해 상황이 나아졌다.

최지우(휴먼바이오·20)씨도 입학 후 사귈 친구들과 캠퍼스에서의 시작에 들떠있었다. 하지만 전 학기 온라인 강의 실시로 최씨의 대학 생활 로망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는 “친구들과 친해지고 강의실에서 강의도 듣고 싶었는데 첫 학기를 집에서만 보내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최씨는 현재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한 학기 온라인 강의 진행 소식을 들은 최씨는 “어쩔 수 없지만 아쉽고 서운한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특히 “친구들과 친목 다지기, 학교 근처 맛집 탐방, 학교 강의실에서 수업 듣기 같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온라인 강의 진행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최씨는 실험 강의 한 과목을 듣는다. 원래대로라면 실습실에서 실험 도구로 실습을 하고 팀원들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완료된 실험 결과물을 수업 조교가 사진으로 올리면, 학생들이 사진을 보고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최씨는 “실험을 직접 할 수 없는 데다 수업진행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등록금 일부 환급도 불가능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과 20학번 단체 채팅방에서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신입생들은 ‘시험이나 실습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강의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씨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못하지만 학과의 ◆‘번선배번후배 제도’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3월 중순 최씨는 번선배번후배 제도로 선배들을 만났다. “동기도 못 만나고 학교 선배도 없어서 막막했는데 선배들을 만나 강의, 새내기 생활, 학교 건물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배가 ‘모르는 건 언제든지 물어봐도 된다’고 해서 든든했어요.”

정씨도 1월10일 진행된 사범대 정기모임에서 동기들을 몇 명 만날 수 있었지만 그 후 동기들을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 2020학년도 1학기 전 기간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면서 동기와의 만남은 머나먼 미래가 됐다.

정씨는 자신의 안타까운 상황을 짧은 만화로 희화화했다. 지난 3월28일 정씨는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4컷 만화를 올렸다. 만화에서 21학번 신입생이 20학번 쥐 선배에게 학교에 관해 묻는다. 쥐 선배는 물음에 흔쾌히 응했지만 막상 알려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정유진씨가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그린 만화. 20학번 쥐 선배는 미래의 21학번 후배에게 대학 생활에 관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다.제공=정유진씨
정유진씨가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그린 만화. 20학번 쥐 선배는 미래의 21학번 후배에게 대학 생활에 관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제공=정유진씨

“20학번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상황을 표현하고자 만화를 그렸어요. 쥐 캐릭터는 20학번 입학 인형 쥐돌이를 모델로 했어요.” 정씨는 커뮤니티에서 20학번의 안타까운 처지와 관련한 다양한 글을 보고 만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씨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본교는 최씨가 가장 입학하고 싶었던 1지망 대학이었다. 합격 당시 최씨는 “기분이 너무 좋아 동동 뜨는 기분”이었다고 전하며 “빨리 학교에 갈 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번선배번후배 제도: 학번 끝자리가 같은 학과의 선배와 후배가 짝이 돼 친목을 도모하도록 돕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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