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의 진로 탐색부터 사회로 진출하는 이화인들의 취업 솔루션까지. 본교 인재개발원(인개원)은 다양하고 체계적인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올해 2월1일자로 인개원장을 맡은 이주희 사회학과 교수. 노동사회학 분야의 권위자인 이 원장의 임기는 2년, 인개원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까. 지난 10일 ECC B3층 인개원장실에서 그에게 인개원이 나아갈 방향과 관련 현안을 물었다.

이주희 신임 인재개발원장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인재개발원장 이주희 교수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인개원의 현안과 임기 동안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난해 본교 고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고시반 지원 확충과 고시 지원생의 저변(pool)을 넓히는 것이 현안이다. 그 첫 단추로 국가고시준비반(국시반) 지도위원회를 신설 했다. 지금까지 국시반은 지도교수 한 명이 맡아왔으나, 신설된 지도위원회는 행정학, 정치외교학, 법학, 경제학 등 다양한 전공 배경과 지도 경력을 가진 교수진이 위원회를 맡는다. 지도위원회는 국가고시 전략·운영 자문을 포함해 국시 준비 2·3차 모의시험 문제 출제 및 답안 첨삭 지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도교수들이 외부 강사 추천 및 섭외와 국시반 학생 상담 지도도 맡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공직적격성테스트) 자체가 단시간에 점수 올리기에 어렵다고 들었다. 공직에 대한 적성이나 관심을 보다 이른 시기에 발견하고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즉, 고시 지원생들의 저변을 넓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또 하나는 채용 경향의 변화를 반영한 지원책 강화 계획이다. 최근 떠오른 AI 채용에 대비해 모의 면접 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 본교는 AI 자기소개서(자소서)만 제공해 왔으나 모의 면접 서비스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있어 마련한 계획이다.

 

본교가 종합대학이라 취업률 계산에 불리하다는데

2018년 4년제 전체 대학 및 본교의 계열별 취업률 비교’ 자료에 따르면, 본교는 종합대학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지 못한 계열의 재학생 비중이 높은 편이다. 졸업 후 비교적 적은 인원만 취업의 길을 선택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이 전체의 18%, 공립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임용시험) 준비생이 많은 사범대 학생의 비중은 13%이다. 사범대 학생은 임용시험에 합격해도 발령 전 대기기간이 있어 취업률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인개원 차원에서 국가교육 통계 담당부서에 임용고시 합격자를 취업률 계산 시 진학자와 같이 제외시켜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 중이다. 향후 사범대를 포함 전 대학 차원에서 힘을 모아 교육부 등 관계기관에 개선을 촉구해야 할 사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계열별 취업률을 비교했을 때 타 대학에서 취업률이 높지 않은 인문·예체능 계열 취업률이 높다. 이에 계열별·여성 취업률에 대한 비중을 고려한 ‘2019 중앙일보 대학평가’ 조사 결과 인문계열 취업률 1위, 종합취업률 4위를 기록했다.

본교 취업 지원 체계와 졸업생 개개인의 역량이 훌륭하고 우수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성과다. 즉 현재 상태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계열 혹은 단과대학별 특성을 살려 취업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대한 점검 계획은.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평균 5점 척도에 4점 초반이다. 그러나 기업별 만족도 편차가 큰 편이다.

인개원은 실습 기관이 무급으로 현장실습생을 받겠다는 경우에 원칙상 현장실습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 두 곳, 서대문구청과 가정법률상담소 등 공익성이 높은 기관만 무급으로 실습을 진행한다. 특히 가정법률상담소는 무급이라도 지원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실습생들이 어떠한 지원금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시급이든 무급이든 인개원은 월 4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학기 중 4개월, 방학 중 2개월의 현장실습을 한다면, 최대 6개월까지 매월 4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학생들이 연장근로를 하는 등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시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인개원에서는 현장실습 기관을 등급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A(추천기관)등급 부터 C(관심기관)등급까지 나뉘며, 2학기 연속 C(관심) 등급일 경우 실습 운영 중단 지침을 세웠다. 일정수준 이상의 자료가 축적돼야 기관·기업의 등급을 정할 수 있기에 등급은 올해 여름부터 적용 가능하다.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준비반을 운영할 예정이 있나.

법전원은 취업과 즉각적으로 연계되지 않아 그동안 인개원이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 같다. 이번 학기부터 인개원에서는 법전원 준비생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법전원 진학을 위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 타 대학교 지원 현황을 조사 중이고, 유사한 지원책을 도입할 경우 필요한 예산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마쳤다. 아직 유관 부서와의 조율 단계가 남아있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또한 법전원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저학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들었다. 법조인으로서의 적성과 역량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인개원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 중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본교 인개원에 법전원 준비생에 대해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작년 8월부터 매 학기 본교 출신 법전원 재학생을 다수 초청해 ‘법전원으로 가는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상반기에는 법전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법학적성시험) 및 진학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제공하고, 하반기에는 LEET를 치른 수험생을 대상으로 자소서 작성 등 법전원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LEET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소개 행사도 추진하려 한다.

 

여성 고용 정책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왔다. 오늘날의 고용 시장에 대한 견해는.

채용 상의 여성차별이 극심하다. 여성은 일정 비율만 뽑겠다고 정해놓고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여전한데, 문제는 그런 기업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있다고는 하나 사용자의 직접적인 차별 의사를 밝혀내지 못하면 처벌도 어렵고, 심지어 직접적인 차별 의사를 밝혀내고도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성별 직무 격리도 심각하고, 유리천장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는 여성 관리직 비율이 거의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성별 임금 격차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며, 소수의 안정된 일자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육아 휴직과 공보육 환경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직 우리 사회가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학생들의 사회 진출 을 요청하고 돕는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바라는 점은 채용상 차별에 대한 엄격한 제재다. 또, ‘나쁜 일자리’ 수 자체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기관 내부적으로 비핵심업무에 여성을 주로 배치하는 관행이 그 예다. 배치상 차별이 결국 유리천장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이러한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주희 교수는 1996년 미국 위스콘신대학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 2005년부터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비교노사관계와 계급론, 여성노동이다. 한국의 단체교섭구조, 비정규직과 노동정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실업 및 고용 정책 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정부 정책과제를 수행했다. 여러 정부 위원회와 유관 학회 및 국내외 학술지 편집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100분 토론(MBC)- 당신의 노동 가치는?’을 포함해 여러 토론, 언론 인터뷰에 활발히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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