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대규모 유행으로 3월 풍경은 물론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 2월 19일을 기점으로 대구에서는 국내 최초로 지역감염 사례가 발생했으며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 결과 대구에 거주하는 이화인들은 달갑지 않은 변화를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 중인 19학번 하승진씨는 “맨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대구의 상황을 설명했다. 주말이면 들렀던 시내에 가지 않은지도 한 달이 거의 다 됐다. 생필품은 대부분 온라인 배송을 시킨다. 한 번은 부모님 직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다행히 부모님이 밀접접촉자는 아니었지만, 건물 방역을 위해 3일 동안 가족 모두가 칩거 생활을 해야 했다. 하씨는 “익숙한 곳들이 방역되는 모습을 보니 대구에 코로나가 있다는 체감은 개인적으로 많이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에 거주하는 ㄱ(화학신소재·16)씨는 짧은 외출을 할 때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 ㄱ씨는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갔다 들어올 때도 바로 샤워부터 한다. 먹는 문제는 어떻게 하는지 묻자 “부모님이 장갑 끼고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시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한다”고 답했다.

새내기인 ㄴ씨(조예대·20)도 한층 달라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구 중앙로는 서울의 신촌 거리처럼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대규모 번화가다. ㄴ씨 또한 친구들과 만날 때 이곳에서 자주 모이곤 했다. 하지만 ㄱ씨는 “이제 아예 가지 않고 있다”며, “거주하는 동네 밖으로는 최대한 이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로 기존에 세워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ㄴ씨는 서울에서 알바를 구했지만 아직 대구에 머물고 있다. 개강이 연기되면서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그는 “3월을 아예 못 나가게 돼 조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바뀐 일상은 적응하면 되고 차질이 생긴 계획은 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대구 지역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나 일부 몰상식한 발언은 대구 시민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이화인들 또한 해당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임소연(사회·19년졸)씨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부 환자들이 대구·경북에서 왔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가 진료 거부를 당했다는 소식과, 대구시민이 탄 KTX 좌석에 뒷좌석 손님이 소독제를 뿌리는 차별적 해프닝 때문이다. 임씨는 “전염병이 지역 혐오로 번지는 아이러니가 가장 우려된다”며 “내가 지금 대구에 있지만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수성구에 거주하는 ㄷ씨(사이버·20) 또한 “서울로 올라갔을 때 내가 대구사람이란 걸 밝힐 수 있을까”라며 “가족들이나 친척들도 밝히지 말라고 했다”고 자조적인 웃음을 덧붙였다. 하씨는 “집 쇼파에 콕 박혀 있다 왔지만 일단 대구라고 하면 약간의 경계심을 가질까봐 조금 걱정되는 면이 있다”고 답했다.

ㄴ씨는 근래 서울에 있는 지인들의 경험담을 듣고나서 걱정이 더 커졌다. 그는 “대구사람이니까 뭔가 좀 꺼려하고 거리두는 게 느껴진다고 하더라”며 “서울 사람이 못된 사람이란 말이 아니고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돼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확진자의 70% 이상이 대구 지역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은 이해한다”고 운을 뗀 ㄱ씨는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치 대구발 코로나 바이러스인 것처럼 다루는 매체나 온라인 댓글들은 본질에서 벗어났다”며 선을 그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데 일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 학교를 다닐 예정인 ㄱ씨를 비롯한 4명의 재학생은 무사히 캠퍼스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ㄱ씨는 “(오프라인) 개강을 너무 하고 싶지만 또 다른 집단감염이 생길까봐 무섭다”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한편 졸업한 임씨는 “금방 경제도 회복하고 얼른 일상 생활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상황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