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훼 객원기자
심지훼 객원기자

최근 언론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의 약 45%가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입국을 보류했다고 한다(10일 기준). 지난달 28일엔 한국과 중국의 교육부가 유학생 출입국을 서로 자제시키자고 합의했고, 이에 따라 대학은 유학생에게 휴학을 권고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제공할 전망이라는 기사도 보도됐다.

본교 중국인 유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실제로 휴학을 결심하는 학생이 2월 말 이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심각해지면서 유학생들 사이에선 ‘휴학 채팅방’이 생겼는데, 참여하는 인원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400명이 조금 넘는다. 여기서 학생들은 휴학에 관한 고민과 정보를 활발하게 나눈다.

중국 메신처 플랫폼 '위챗'의 '이대 휴학방'(梨大休学群). 학생들이 홈페이지 휴학신청 메뉴의 장애 해결방법, 재학생은 등록금을 우선 내야 휴학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나누고 있다. 위챗 캡쳐화면
중국 메신처 플랫폼 '위챗'의 '이대 휴학방'(梨大休学群). 학생들이 홈페이지 휴학신청 메뉴의 장애 해결방법, 재학생은 등록금을 우선 내야 휴학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나누고 있다. 위챗 캡쳐화면

사실 유학생에게 휴학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졸업 후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 대부분 대학생이 ‘칼졸업’하는 중국 분위기를 생각하면 또래보다 사회 진출이 늦어진다는 데에서 오는 마음의 부담도 크다. 또 휴학하면 비자가 말소되기 때문에, 복학할 때 비자를 재발급받는 과정이 까다로운 까닭도 있다.

물론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자택에서 공항까지 가는 대중교통에서도 감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부모가 자녀들이 집에 머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부 유학생의 경우엔 휴학을 결정하더라도 당장에 현실적인 고충이 생긴다. 바로 한국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월셋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그대로 두자니 살지도 않는 집에 내야 하는 월세가 부담이 크고, 한국에 오지 않은 채로 방을 빼자니 막막하다. 이 문제로 휴학을 망설이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현재 중국에 있는 왕천유(王晨雨·의류·17)씨는 가족들의 걱정 끝에 2월 말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한국에 있는 월셋집이었다. 이번 학기를 휴학한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다음 학기에 앞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거주지는 남겨두어야 한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는 60만원. 여기에 월 평균 10만원 정도 관리비가 나온다. 휴학하고 집을 비우는 기간을 최대 6개월로 가정하면 약 42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거주 비용이 아니라 유지비용인 셈이다. 왕씨는 “입주한 지 얼마 안 되고 겨우 정돈된 집이라 포기할 수가 없다”며 “휴학 기간에 소모하는 돈을 감당하려면 아르바이트를 두 개나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월세가 부담된다면 방을 빼면 어떨까. 중국에서 한국의 집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도 큰일이지만, 가구와 집기를 비롯한 짐도 문제다.

유학생 ㄱ(경영·18)씨는 작년 2학기를 마치고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1월4일에 부동산과 새집을 계약했다. 원래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서 학교 근처에 있는 새 원룸을 계약한 것이다. 입주 날짜를 2월20일로 정하고 본가로 잠시 돌아간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계약이 완료된 예전 집에서 짐을 빼야 하는데 출입국 제한으로 비행기표가 몇 번 취소되면서 한국에 올 수 없었다. 새집으로의 이사와 퇴거 청소를 업체에 맡기고 36만원을 지불했다. 여기에다 이사할 때 실수로 짐에 포함된 에어컨 리모컨, ㄱ씨가 항상 들고 다니던 열쇠를 미처 반납하지 못해 보상금으로 8만원을 더 냈다. 열쇠는 택배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은 “중국에서 오는 택배는 받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집 문제로 계속 고민하던 ㄱ씨는 끝내 휴학 신청을 했다. 한국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것을 보니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 댓글이나 커뮤니티에서 느껴지는 중국인에 대한 시선이 무서웠던 것도 휴학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새집의 보증금과 첫 달 월세를 이미 납부한 상황이었지만, 관리비를 포함해 80만원 남짓한 월세를 휴학 기간 동안 공연히 날리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결국 부동산에 수수료를 내고 방을 뺐다. 수납장, 침대, 의류 등의 짐은 보관업체에 맡겼다. 보관료는 월 39만원으로 월세보단 저렴하다.

한편 올해 2월 졸업한 유학생에겐 또 다른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펑쟈웨이(冯嘉玮·커미·16)씨가 그런 경우인데, 펑씨는 졸업식이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의 항공권 취소 끝에 지난달 17일 어렵게 한국에 왔다. 그가 무리해서 한국에 온 이유는 학위기(졸업증서)를 받아 가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졸업예비자처럼 펑씨는 중국 내 회사에 인턴 자리를 구했다.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유학생 학력 인증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해외에서 유학한 중국인은 중국 교육부 유학 서비스센터를 통해 학력 인증을 취득해야만 자국에서 학위를 인정받는다. 인증을 위한 제출 서류에는 수료증명서와 학위기가 포함된다고 한다. 수료증명서는 온라인 발급이 가능하지만 학위기는 학과 사무실에서 받아야 한다. 그러니 당장 인턴을 시작해야 하는 졸업생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오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를 몰랐던 것이다.

2월 학위수여식이 8월 학위수여식과 통합 개최되기로 결정되면서, 유학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을 헷갈려 하는 졸업생도 많다. 일반적인 경우, 중국인 유학생은 졸업하면 학교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학업 종료를 신고함에 따라 소지하고 있는 유학비자(D-2)가 만료된다. 통상적으로 30일 이내에 출국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졸업식과 학위기 수령이 늦춰지면서, 정확한 졸업 일자와 그에 따른 체류기간 만료 일자를 잘 몰라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이 명확하게 안내해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바람이 유학생 채팅방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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