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러 왔지만 일만 해, 돈 없어 쩔쩔매는 유학생
공부하러 왔지만 일만 해, 돈 없어 쩔쩔매는 유학생
  • 김수현 기자,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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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시간 제한된 유학 비자, 가계 곤란 장학금은 없어

오후3시30분. 오전부터 이어진 수업이 끝나면 베트남 유학생 Phan Nguyen(국어국문학전공 석사과정)씨는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러 인사동으로 달려갔다. 오후10시까지 일하고 나서야 오후11시 본교 앞 하숙집에 돌아왔다. 하숙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는 수업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책을 폈다. 밀린 과제를 마무리한 후 그는 비로소 잠들 수 있었다.

현재 본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Nguyen씨는 학부생 시절 주중 2일과 주말 동안 알바를 했다. 주중에는 오후4시부터 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일했다. 한 학기에 90만원을 주는 교내 봉사도 참여했다. 달마다 분납해야 하는 학비 60만원, 하숙비 43만원, 생활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돈은 방학 때 매일 일한 돈으로 보탰다. 베트남에 있는 가족은 형편이 어려워 그의 한국 생활을 도와주지 못했다.

“공부하러 한국에 왔으니 여기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공부만 하면 살 수 없다는 걸 곧 깨달았죠.”

본교 유학생 ㄱ씨는 주중 오후10시부터 오전5시까지 인천공항 야간 식당에서 알바를 했다. 일이 끝난 후에는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학교로 향했다.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ECC 수면실에서 자다가 오후8시에 알바를 하러 갔다. 이렇게 주 5일 일한 후 번 돈은 약 110만원이었다. 분납하는 ㄱ씨는 “밥도 잘 못 먹고 수업, 발표, 과제, 알바까지 신경 쓰느라 몸이 피곤해서 사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2019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16만 165명이다. 재작년 12만 3858명, 작년 14만 2205명에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다. 하지만 유학생의 화려한 증가율에 비해 국가와 학교의 지원책은 세심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돈 없는 유학생 고려 못한 유학비자

외국인 유학생은 유학비자(D-2 비자)를 받아야 한국에 거주할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20조에 따르면 D-2 비자를 소유한 자는 노동 시간 제한이 없는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하고, 주당 20시간 이내로만 일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고를 겪는 유학생들은 20시간 이하로 일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일본 유학생 이시카와 마나미(Ishikawa Manami·사회·17)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일본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본교에 재학 중이다. 한국에서 생활하기엔 역부족이라, 생활비를 벌기 위해 D-2 비자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제처 봉사 활동, 번역 알바, 유투브(youtube.com) 출연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생계를 유지하기에 부족해 그는 방학마다 일본으로 돌아가 종일 일을 해야만 한다.

“현재 최저시급으로 주 20시간만 일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는 유학생이 생활비를 벌 수 없어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유학생 중 불법이지만 밤 주점에서 일하는 경우도 봤어요. 결국 적발돼 가게 모집 공고가 대부분 사라졌지만요. 주 20시간만 일하는 유학생들은 보통 알바를 아예 안해도 되는 애들이라 생활비가 아닌 사회 경험을 목적으로 일하는 거예요.”

 

D-2 비자 규정에 따라 주중 20시간을 일하면 유학생들은 올해 월 66만 8000원(최저임금 8350원 기준)을 벌게 된다. 시간 제한이 없는 주말에 하루 10시간씩 몰아서 일한다고 가정할 때 총합 133만 6000원의 임금을 벌 수 있다. 여기에서 분납해야 하는 학비 60만원, 대학가 주거 정보 사이트 ‘캠퍼스 타운’(campustown.com) 기준 본교 앞 평균 하숙비 42만 7000원을 지불하면 30만 9000원이 남는다. 본교 단과대학 중 가장 저렴한 학비를 요구하는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기준이다. 알바 포털 사이트 ‘알바몬’(albamon.com)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대학생 월 평균 생활비는 51만 4000원이다. 결국 외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유학생들이 D-2 비자의 규정을 지키면 한 달에 약 20만원 적자가 난다.

작년 발표된 법무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불법 체류 유학생이 2016년 5652명에서 2018년 1만 3945명으로 최근 약 1만 명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유학 비자를 받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학업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현 제도로 생계 유지가 어려워 불법 체류자가 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Nguyen씨는 “우리 학교에 어학연수를 온 학생 중 공부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가 불법 체류자가 된 친구가 있다”며 “그 친구의 속마음까지 알 순 없지만, 반짝반짝한 눈으로 제게 한국 유학 생활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유학 온다고 본국에서 빚진 돈 때문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한국에서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현재는 공장에서 일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D-2 비자 규정으로 유학생들은 휴학도 할 수 없다. Nguyen씨는 학부생 시절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워 휴학 후 돈을 모은 다음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D-2 비자는 휴학하면 곧장 소멸돼 15일 이내에 반드시 출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휴학 후에도 한국에 머물 경우 불법 체류자로 분류된다.

 

△부족한 장학제도

작년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유학에 대한 건의 사항으로 ‘유학생 장학제도 개선’을 꼽았다. 이는 10가지 건의 사항 중 2번째로 많이 요구됐다.

대만 유학생 양지혜(YangZiHui·커미·17)씨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본교 장학제도가 성균관대 등 타대에 비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본교 유학생 대상 장학금은 8개지만, 신입생 입학 장학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재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종류는 두 개다. ISS M 성적우수장학금과 ISS V 국제교류봉사장학금으로, 성적이 좋거나 국제처 봉사를 하면 받을 수 있다. 학생처 장학복지팀(장학복지팀)은 성적우수장학금 약 20명, 국제교류봉사장학금 약30명을 매학기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교내 가계곤란 장학금 대상자에서 모두 제외된다. 예를 들면, 등록금 긴급 지원 장학금인 옴부즈만 장학금, 학자금 대출 대상자에게 주는 이자지원 장학금, 생활비 지원 장학금인 이화플러스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유학생들은 이화복지장학금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가계 곤란도를 고려하는 이화복지장학금은 소득구간, 월 평균 건강보험료, 재산세 등 정부가 책정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평가해 지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국가장학재단의 소득구간을 책정할 수 없어 장학금 신청 시 제출해야하는 서류인 소득구간 증명서를 받을 수 없다.

단과대학 수석, 차석 등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의 경우, 유학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말이 서툰 이들에게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기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다. 야치(YAQI·커미·16)씨는 “유학생들은 한국 친구들과 같은 노력을 해도 언어적 어려움 때문에 같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성적 우수 장학금보다 다른 종류의 장학금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학생 가계곤란 장학금에 대해 장학복지팀 박현주 대리는 “외국인 유학생은 국가장학금 신청 자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산정된 소득구간이 없다”며 “국가마다 GDP가 다르고 차이가 크기 때문에 유학생의 가계 곤란 정도를 파악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본교와 달리 서울대는 가계가 곤란한 유학생(학부생 한정)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처 장학복지과에 따르면 연소득이 5000만원 미만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 유학생은 연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소득은 단순히 환율로 바꾸는 것이 아닌 세계은행에서 제시하는 국가별 가중치를 이용해 소득 수준을 파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