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1540명이다. 재학생의 약 9퍼센트를 차지하지만 학교에서 유학생들만 따로 신경을 쓰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 빈 공간을 각 국가 학생회가 채워준다. 본교에는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중국, 태국, 홍콩 유학생회가 있다. 대부분 학교 측 제안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각자의 방식대로 꾸려지고 있다. 그중 베트남, 중국, 태국 그리고 홍콩 유학생회를 만나봤다.

 

△신입생들에게는 필수, 그들을 위한 도움 창구들

신입생이 입학하면 유학생회는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중국 유학생회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신입생들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한다. 이화 중국 유학생회 웨이보(微博) 홈페이지를 통해 신입생들의 친구 추가 신청을 받는다. 회장 웨이씨아오옌(WEIXIAOYAN·식영·16)씨는 입학증을 일일이 확인한 후 본교 신입생임이 확인되면 이들만 모아 웨이신(微信) 단체 채팅방을 개설한다. 웨이보와 웨이신은 각각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같은 매체다. “이 채팅방을 통해 신입생들에게서 질문을 받기도 하고 과별로 모아 추가 채팅방도 개설해줘요. 거기서 멘토-멘티 제도도 시행하고요.” 학기가 시작하면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연다.

다른 유학생회는 아직 규모가 작아 따로 오리엔테이션은 열지 않는다. 그래도 신입생들과의 소통은 놓치지 않는다. 베트남 유학생회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태국과 홍콩 유학생회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신입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태국 유학생회 회장 쫑피닛 수핏차야(Chongpinit Supitchaya·국어국문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신입생을 보고 “애기들이잖아요”라고 하며 자신의 표현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언니들이 있으니까 문제가 있으면 얘기하고 조언도 받고 그래요. 신입생들 같은 경우에는 처음 한국에 와서 잘 모르잖아요. 공부 방법도 그렇고. 같은 과 선배 있으면 서로 해결해주는 거죠.”

프로이잔 지라쿤사왓(Ploychan Chirakoonsavas·국제·17)씨는 태국 유학생회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번은 인터넷 뱅킹에 한국 계좌를 등록하는 법을 몰랐을 때였다. 은행 직원들과 소통할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지도 않았다. “한국어를 잘하는 선배와 같이 은행에 갔어요. 그때 가장 큰 도움을 받았죠.” 학생들은 택배를 받을 때도 도움을 받았다. 도 쩌우 투이 융(Do Chau Thuy Dung·국제·19)씨는 휴대전화기가 고장 나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없으니 택배 기사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때 베트남 유학생회 언니들 세 명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도 빌려주고 배달원한테 전화해서 몇 시에 배달오는지도 알아봐 주고 도와줬어요.”

 

△그들이 타지에서 뭉치는 방법

단순한 정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 유학생회는 9월27일 오후6시30분에 국제교육관 지하 1층에서 제6회 이화여자대학중추만회를 개최했다. 중국에서 중요한 연휴인 중추절과 국경절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춤, 노래, 마술쇼와 같은 다양한 공연을 펼쳤고, 퀴즈를 통해 선물도 받았다. 웨이씨는 회장으로서 이 축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여름 방학 때부터 준비했거든요. 공연할 팀 모집하고 오디션 보고 또 후원자들도 직접 만났어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잘 끝나서 다행이에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울권의 여러 대학교에서 모인 중국 유학생들은 행사 시작 한 시간 반 전인 오후5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300명의 학생이 입장했다. 자리 부족으로 아쉽게 입장을 하지 못한 학생도 10명 있었다.

태국 유학생들은 작년에 국제처에서 진행한 ‘국제 학생의 날’ 축제를 준비하며 더욱 끈끈해졌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태국 전통 옷이 필요했는데 전통 옷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국에서 따로 구매할 수도 없었다. 그때 한 친구가 자신의 친구를 통해 한국외대 태국어 학과 교수님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해당 학과에서 옷을 빌릴 수 있었다. 쫑피닛씨는 이런 부원들의 적극적인 행동에 깜짝 놀랐다. “다들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주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우리 서로 많이 도움이 됐어요.”

 

2018 국제학생의날 태국 유학생회
제공=쫑피닛 수핏차야씨
베트남 유학생회 모임
제공=당 후옹 장 씨

△유학생회 속 강한 유대감

신입생 때 유학생회의 가족 같은 분위기와 선배들의 친절함에 반해 바로 유학생회에 가입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 유학생회 부회장 왕한쉔(王涵萱·국제·16)씨는 2016년 9월에 입학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학생회 선배들을 만나고 9월 말에 바로 학생회에 지원했다. “학교 시설부터 유레카 사용방법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주셨어요. 저도 후배들을 위해서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당 프엉 아인(Dang Phuong Anh·커미·16)씨는 베트남 유학생회를 자신의 ‘쉼터’와 ‘고향’이라고 표현했다. “타지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생활을 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많은데 유학생회를 통해 같은 나라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서로 격려해주거든요.” 유학생회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는 학교에서 같은 베트남 유학생 후배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나이 차이도 있고 같이 듣는 수업도 없어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학기 초에 열린 개강 파티 덕에 후배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같이 밥도 먹고 게임도 하고 신촌에서 맥주 축제를 즐기기도 했죠.”

유학생회로부터 강한 연결 고리를 느낄 수도 있었다. 프로이잔씨는 자신이 입학한 이래로 계속 선배들로부터 든든한 지지와 조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매 학기 다 같이 만나기도 하고요. 이미 졸업하신 언니들이나 과 선배도 있어서 전반적으로 도움이 많이 돼요.”

 

제6회 이화여자대학 중추만회 공연
제공=왕한쉔씨
제6회 이화여자대학 중추만회가 끝나고
제공=왕한쉔씨

△학교의 관심과 유학생들의 적극적 참여 필요

중국 유학생회의 경우 본교 국제처와 각종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그래서 매년 중추만회(中秋晚会)라는 서울권 대학의 중국 유학생 300명이 참여하는 큰 행사도 주최할 수 있었다. 중국 유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활동도 다양하고 이에 참여하는 인원도 많다. 하지만 다른 유학생회의 경우에는 국제처로부터 모임이나 대동제 등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만 지원받을 뿐이다.

당 후옹 장(Dang Huong Giang·국제·17)씨는 베트남 유학생회 회장이 된 확고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불편한 일들을 후배들이 겪지 않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기숙사에서 짐을 당장 빼라고 하는데 둘 곳이 없어 그 짐을 들고 어떻게 해야 하나 1층에서 펑펑 울기도 했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변화를 만들고 싶었죠.” 당씨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베트남 유학생이 한국에서 혼자 기숙사에 입사했을 때였다. 기숙사 측에서 그에게 준 한국어 공지문과 영어 공지문의 내용이 달랐다. “영어 공지문에는 기숙사비를 내는 날짜가 빠져있었던 거예요. 영어밖에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친구는 결국 돈을 제때 못 내서 쫓겨났어요. 학교가 국제 학생들의 기숙사 등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에 신경을 더 써줬으면 좋겠어요.”

당씨는 학교에서 유학생들이 다 같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장도 자주 만들어 주었으면 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유학생들은 학부생과 석·박사생을 포함해 30명에서 50명 뿐이다. 각 국가의 학생들끼리 어떠한 행사를 열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학교가 국제 학생들을 위해 활동을 많이 열어주는 편은 아니에요. 우리끼리 이화에서 할 수 있는 활동도 별로 없어요.” 당씨는 말했다. “다른 국제 학생들이랑 어울릴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인 친구들도 포함해서요.” 왕한쉔씨도 당씨와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다른 외국 학생회랑 소통이 거의 없어서 좀 아쉬워요.”

국제처는 작년에 처음으로 ‘국제 학생의 날’ 행사를 열었다. 국제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 모두의 네트워킹을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계획에 차질이 생겨 열지 못했다. 국제처 국제학생팀 장혜수 담당자는 “이런 행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관심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유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하기도 하다. 홍콩 유학생회 회장 탕 카운(TANG KAR WUN·불문·16)씨에 의하면 현재 단체 채팅방에 참여해 있는 홍콩 유학생은 35명이다. 이 중 대학원생과 졸업생 10명을 빼면 학부생은 약 25명이다. 개강 파티와 종강 파티를 중심으로 모임을 주최하고 있지만 참여하는 학생은 10명 남짓이다. “모일 때 10명이 오면 많이 오는 거예요.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행사를 크게 열기가 어려워요.”

장씨에 따르면 신입생이 입학하면 국제처에서 각 유학생회 회장에게 신입생 명단을 넘긴다. 그리고 학교 주관 유학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각 유학생회의 존재와 연락처를 알려준다. “저희도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런 부분을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며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장씨는 앞으로도 유학생회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타국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은 아무래도 같은 나라의 친구들이 아닐까 싶어요. 만약 유학생회의 존재를 몰라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활동하는 것을 망설이는 학생이 있다면 함께 활동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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