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교수가 수업하는 미래설계 교양, [여가의 사회학]

게임, 발레와 필라테스, 영화감상 및 토론. 수업과 관계없는 누군가의 취미생활처럼 보이지만 김지혜 교수(체육과학부)의 <여가의사회학> 커리큘럼 일부다. 바쁜 생활 속 여가생활은 나중이 돼 버린 학생들을 위해 김 교수는 이론수업 외에도 여가를 탐구하고 삶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는 실습수업을 진행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일반 강의실 책상 앞에서 책을 펴는 대신, 직접 움직이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나를 되돌아본다.

10월31일과 7일 진행된 발레와 필라테스 수업은 “경험은 여가의 중요한 속성”이라는 김 교수의 사조에서 시작됐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땀 흘리며 신체 활동에 대한 즐거움을 체험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수업을 구상했다. 실기 과목으로는 최근 학생들의 관심이 많고 초급자도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는 발레와 필라테스를 선정했다.

루나의 ‘사랑일까요’(2018), 태연의 ‘rain’(2016)이 흘러나오는 체육관 C동 홀3. 약 20명의 학생들이 매트를 바닥에 깔고 정자세로 앉았다. 실습수업은 스트레칭, 필라테스, 발레, 근력운동 순으로 김 교수가 동작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이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스트레칭을 먼저 시작했다. “쓰리, 투, 원” 김 교수의 구령에 맞춰 학생들은 눈을 감은 채로 갈비뼈 옆에 손을 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뱉었다. 이어 시선은 대각선 뒤쪽을 바라보며 하는 사이드 스트레칭을 마친 뒤 본격적인 필라테스가 시작됐다.

실습 수업에 앞서 팔 스트레칭을 하는 학생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학생들이 필라테스 기본 동작을 연습하는 모습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내가 요가모델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세요”

김 교수는 가슴을 내리고 턱 끝을 쇄골 쪽으로 당기는 자세를 보여줬다. 그는 “상체를 곧게 펴고 최대한 내릴 수 있을 만큼 몸을 내려보세요”라며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했다. 가끔 유연하지 않은 학생들은 ‘아!’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론수업으로 배운 동작을 직접 해보기도 했다. 김 교수가 양팔을 안으로 모으는 동작을 하며 무슨 동작인지 묻자 학생들은 앙 아방(En Avant, ‘앞쪽으로’를 뜻하는 무용수의 팔 동작 중 하나)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이론수업으로 배운 동작을 확인하며 두 번 정도 반복했다.

발레는 기본 자세를 중심적으로 배웠다. 발끝을 둥글게 접는 포인(point)과 반대로 발끝을 무릎 쪽으로 꺾는 플렉스(flex)를 하며 다리를 이완했다. 한 단계 나아가 턴 아웃(turn out) 자세도 했다. “이번에는 발끝을 포인한 상태에서 발등이 서로 바깥쪽을 바라보게끔 할게요. 이건 발레용어로 턴 아웃이라고 해요” 김 교수는 서툴어하는 학생들의 자세를 잡아주며 천천히 지도했다.

마지막 근력운동은 자세가 어려워 학생들의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상체를 세운 상태에서 등을 둥글게 마는 동작과 누워서 다리를 편 채 위로 올리고 내리는 운동을 반복했다. 보기만 해도 어려운 자세에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학생들이 “진짜 힘들어요”라고 하자 김 교수는 학생들이 너무 잘 따라 한다면서 “다섯 개만 더할게요”라고 화답했다. 끝으로 가만히 누워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수업은 마무리됐다.

이소연(영교·18)씨는 “생각보다 내가 복근이 있다는 걸 느꼈고 필라테스를 하는데 많은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윤서(영교·18)씨 역시 복근을 사용하는 게 어려웠다며 “수업 후 상쾌함을 느꼈고 마지막 명상 부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여가의사회학>은 단순히 여가활동을 찾는 것에서 넘어 여가가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본다. 강의 전반부는 여가와 관련된 이론을 다루고 후반부는 여가와 사회에 대한 관계를 다룬다. ‘현대사회의 여가적 특징’으로 워라밸(Work Life Balanece의 준말)을 배우거나 여가의 상업화, 획일화 그리고 과시적 여가 등 여가 현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점을 살펴본다. 또 최신 여가 트렌드를 함께 살펴보며 학생들이 자신의 여가활동을 진단하고 앞으로 살아가며 어떤 여가를 즐길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론으로 배운 내용은 실습수업으로 직접 체험한다. <여가의사회학> 실습수업으로는 게임, 발레와 필라테스, 영화감상 및 토론, 자신의 여가를 진단하고 평가하기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수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지를 깨닫기 원한다”며 “취업준비나 학업으로 각박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통해 삶을 회복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9월16일에 진행됐던 첫 번째 실습수업 게임도 학생들이 성찰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게임으로 알아가는 너와 나’를 주제로 학생들은 다른 전공생들끼리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5~6명씩 모인 학생들은 돌아가며 주사위를 굴렸다. 게임은 굴린 주사위 수만큼 해당하는 칸에 질문지를 뽑아 돌아가며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지는 자신의 성격에 대한 장단점, 학교 근처 맛집 소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기억에 남는 여행지와 관련 에피소드, 2020년에 계획하는 일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김 교수는 “본인이 좋아하는 여가활동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게임에 나와 있는 질문에 답변하며 진지하게 나에 대해 고민해보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지연(커미·19)씨는 “대학교 와서 수업시간에 게임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한 시간 가까이 게임을 하면서 힐링했고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활동적이고 여유로운 실습 위주의 수업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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