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너무 예뻐요! 벗은 금손이에요!” 본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벗들의 금손’ 게시판과 이화이언(ewhaian.com) ‘공구’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에브리타임에는 ‘벗들의 금손’ 게시판이 따로 만들어질 만큼 이화에는 다양한 손재주를 가진 학생들이 있다. 본지는 굿즈, 의류, 베이킹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있는 금손 이화인들을 만났다. 금손벗 시리즈는 1588호부터 게재됐으며, 캐릭터를 제작하는 벗부터 베이킹을 하는 벗까지 8명의 금손 이화인을 인터뷰했다. 해당 시리즈는 이번 호가 마지막이다.

 

일상 속 평범한 개념의 가치 끌어내기,
‘럽쁘리해피니스’

강현서씨의 캐릭터 키키와 먹먹이 일러스트로 구성된 스티커 세트 제공=본인

뽀글거리는 노란색 털, 반짝거리는 눈을 가진 키키. 둥근 몸에 하트모양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먹먹이. 강현서(커미·16)씨의 브랜드 ‘lovefreehappiness’(럽쁘리해피니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7월부터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키키와 그의 친구 먹먹이로 작은 세상을 꾸려가는 강씨를 1일, 학교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키키와 먹먹이로 키링, 엽서, 안경닦이, 그립톡, 포스터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제가 자주 들르는 빵집 봉투에 적힌 Love, Free, Happiness에 확 꽂혔어요. 사실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는 당연한 말들이잖아요. 현실을 살다보면 실질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되니까 이런 당연한 것들에는 신경을 못쓰게 되더라고요. 이 세 가지 개념들이 제 삶 속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빠져있는지 돌아보고 그 가치를 챙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더니 그 하루가 생생한 기분이 들었어요.” 강씨는 자신이 사랑, 자유, 행복에 대한 가치를 통해 느낀 생생한 하루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캐릭터를 만들었다.

키키는 강씨의 모습을 녹여낸 캐릭터로 긍정 에너지를 뿜는다. 웃을 때에도 키키키 웃어서 키키다. 반대로 먹먹이는 키키와 달리 차분하고 먹먹한 생각을 하는 캐릭터다.

“키키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닌 키키 그 자체에요. 먹먹이는 슬픈 생각 때문에 녹는 아이스크림이고요.키키는 아이스크림을 정말 좋아해서 월요일마다 오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그러다 먹먹이와 만났어요. 키키는 먹먹이를 너무 좋아해서 먹먹이가 아이스크림임에도 먹지 않아요. 반대로 먹먹이는 호빵맨처럼 가끔 자기를 떼서 키키에게 주기도 해요.”

강씨는 이러한 키키와 먹먹이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사소한 일상 공간에서 풀어냈다. 침실에서 함께 잠자는 모습, 욕실에서 함께 목욕하는 모습, 거실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보는 모습 등 익숙한 공간을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브랜드 ‘lovefreehappiness’(럽쁘리해피니스)를 만든 강현서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소파에 앉아서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키키와 먹먹이예요.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처음 그린 그림이거든요. 그림 속에 있는 모든 소품에 저의 이야기를 담아서 표현했어요. 그래서인지 그 그림을 보면 제가 온전히 느껴져요.”

‘키키는 왼쪽 눈 아래에 점이 있다.’, ‘키키는 어떤 음식에 빠지면 4일 동안 그것만 먹는다. 그러나 4일이 지나면 질리고 만다. 유일하게 질리지 않은 것이 아이스크림이다.’, ‘먹먹이는 힙합전사다.’ 강씨는 캐릭터의 컨셉이나 행동들을 잡기 위해 키키와 먹먹이의 특성을 한 문장씩 메모장에 써내려갔다.

굿즈는 강씨가 평소 사용하고 싶었거나 실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안경을 쓰니까 안경닦이,에어팟을 들고 다니니까 키링, 다이어리를 열심히 쓰니까 스티커. 생활 밀착형 굿즈들이다. 그는 생활 속에서 키키와 먹먹이를 자주 마주치며 럽쁘리해피니스에 담긴 가치를 계속 떠올리고 싶었다.

굿즈 제작에서 난관이 있기도 했다. “사실 캐릭터를 그려내는 과정까지는 물 흐르듯 진행됐어요. 그런데 굿즈를 제작하는 건 완전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이야기를 드러내기 위해 테마나 컨셉을 정하고, 장면 구성을 생각하고, 색의 조화를 보여주는 일이 아주 어려웠어요. 색을 쓸 때 RGB랑 CMYK 차이를 몰라서 인쇄 실패를 여러 번 했어요. 그래서 집에 인쇄 파본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요.”

그의 첫 데뷔는 2019년 종합손물세트 참여였다. “제가 인스타 팔로우를 해주시면 스티커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했어요. 그런데 이미 팔로우하고 있다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기분 좋았어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인스타그램(Instagram)에는 수많은 후기들이 올라와 있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구매자들에게 직접 배송을 가고있다. 포스터의 경우 포장방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사함의 표시이기도 하다.

강씨는 2019학년도 2학기 미래설계 장학금에 선발되기도 했다. “럽쁘리해피니스를 좀 더 키워보자 하고 계획서를 써서 냈어요. 제출 마감 하루 전에 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막상 뽑히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선 그림을 더 정교하게 그릴 수 있게 장비부터 마련했어요. 디지털 드로잉에 좀 더 익숙해지기 위해서 특강도 듣는 중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굿즈를 만들어서 플리마켓에 참여하는게 목표에요.”

앙금으로 정교한 꽃을 탄생시키다,
‘앙금플라워벗’

앙금 꽃 떡케이크를 만드는 ‘flowerbeot’(플라워벗) 김예니씨

장미꽃을 베이스로 한 케이크. 올해 5월 어버이날 제작한 케이크다. 제공=본인

빨강, 분홍, 노랑색의 화사한 꽃들이 뽀얀 떡 위에 풍성하게 자리하고 있다. 언뜻 보면 생화 같은 이 꽃들은 천연색소를 넣은 앙금으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종류의 앙금 꽃으로 떡케이크를 제작하는 김예니(관현·17년졸)씨를 4일 만났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한 건 아니였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바이올리니스트로 지내고 있었어요.” 바이올린을 전공한 김씨는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 외에 특별한 취미나 특기가 없었다. 성인 취미 레슨을 하며 사람들이 취미를 갖는 이유가 궁금했던 그는 취미로 삼을 만한 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취미로 떡케이크 만들기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졸업하기 전부터 베이킹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저를 키우시면서 교사를 그만두셨거든요. 주부로 지내시는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싶었어요. 엄마한테 취미를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2016년 겨울, 원데이 클래스로 떡케이크 만들기를 처음 접한 그는 어머니와 함께 정규 클래스에 등록했다. 정규 클래스를 듣고 난 후, 지속적으로 취미를 이어갈 방법을 생각하던 김씨는 주변 친구들이나 봉사하고 있는 곳의 아이들에게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로 주기로 했다.

“친구들한테 선물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판매해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판매를 시작했어요. 수익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어서 학교 학생들이 이런 떡케이크를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좀 더 저렴하게 샀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저는 직업 선택의 기준이 일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거든요.”


현재 김씨는 케이크 제작에 천연색소를 전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식용색소를 사용하면 색이 더 화려하고 예뻐요. 그런데 엄마랑 같이 만들다보니까 식용색소를 쓰면 본인도 못드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의 가치관을 지켜드리는거죠. 구매하시는 분들의 건강에도 더 좋고요. 간혹 천연색소로 낼 수 없는 색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식용색소를 쓸 때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천연색소를 쓰려고 노력해요.”

케이크의 기본 바탕은 백설기이다. 백설기 안에 잼을 넣어 제작하고, 원하는 경우 단호박설기나 초코설기, 딸기설기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떡 안에 들어가는 잼 또한 바꿀 수 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앙금 꽃의 디자인에도 신경쓴다. “주문하실 때 보통은 제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곳에서 이미지를 캡쳐해오세요. 그럼 저는 항상 요청하시는 디자인과 비슷하게 만드는 데에 주력해요. 원하는 디자인을 제가 임의로 변경해버리면 받으셨을 때 마음이 안좋을 수 있잖아요. 대신 맨날 만드는 디자인에만 갇혀있지 않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새로운 꽃 디자인을 많이 참고해요.”

김씨는 떡 자체의 굳는 특성 때문에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케이크는 당일 제작하여 판매한다.이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 일과 떡 케이크 제작 일정을 조율하며 진행한다.

“케이크를 만드는 데에 재료비도 많이 들고, 5~6시간 정도 걸려요. 그래서 하루에 만들 수 있는 개수가많지 않아요. 큰 케이크 말고도 작은 사이즈의 컵케이크도 판매하고 있는데, 큰 케이크 주문이 제일 많아요.”

앙금 꽃 떡케이크를 만드는 ‘flowerbeot’(플라워벗) 김예니씨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주문량은 크게 시즌과 비시즌으로 나뉜다. 시즌은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이 있는 경우다. 시즌에는 하루에 최대로 제작 가능한 수량으로 제작한다. 비시즌의 경우 주말 주문이 주를 이룬다.

“떡케이크를 만들어서 크게 수익을 내고, 사업으로 확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저 엄마가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고 취미생활을 즐기실 수 있는 정도? 조금 욕심을 내자면, 엄마랑 같이 케이크를 만들면서 구매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게 제가 바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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