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 금손벗] 창작 빈티지 일러스트의 시작, ‘살랭’
[이화의 금손벗] 창작 빈티지 일러스트의 시작, ‘살랭’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9.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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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굿즈 너무 예뻐요! 벗은 금손이에요!” 

본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벗들의 금손’ 게시판과 이화이언(ewhaian.com) ‘공구’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에브리타임에는 ‘벗들의 금손’ 게시판이 따로 만들어질 만큼 이화에는 다양한 손재주를 가진 학생들이 있다. 본지는 굿즈, 의류, 베이킹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있는 금손 이화인들을 만났다.

 

윤채령씨의 일러스트로 만든 마스킹 테이프, 틴 케이스 등의 문구류 제공=본인
윤채령씨의 일러스트로 만든 마스킹 테이프, 틴 케이스 등의 문구류 제공=본인

펜으로 그린 얇은 선이 한데 모여 작은 패턴부터 풍성한 꽃과 식물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saleign’(살랭)이라는 작가명으로 문구 브랜드 ‘saleign’s lair’(살랭의 은신처)를 운영하고 있는 윤채령(철학·14)씨는 ◆채식본의 표현을 바탕으로 한 창작 일러스트를 그린다. 그의 작품은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브랜드인 텐바이텐(10x10.co.kr)에서 판매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작품에 담긴 세밀하고 예민한 표현과 달리 따뜻한 미소를 가진 윤씨를 10월21일 만났다. 

윤씨는 중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까지 살랭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아트페어에 참가해 본격적인 일러스트 작가로 데뷔했다. 주로 원화를 판매했던 그는 판매 수익이 나지 않아 굿즈 제작, 출판만화 투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또한 생활을 유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윤씨가 작년 6월, 메모지, 랩핑지, 마스킹테이프 등의 문구류로 사업 방향을 잡은 이유다.

“문구로 방향을 잡으면서 제 목표는 텐바이텐 온라인 입점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작년에 제가 입점시킬 때는 머천다이저(MD)가 판매할만한 상품을 선정하는 형식으로 운영됐어요. MD의 눈에 띄어야 입점이 되는 거예요. 눈에 띄기 위해 안 하던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시작했고, 해시태그를 왕창 달았어요. 이미 입점해있는 분들은 어떤 스타일로 상품 사진을 찍는지 찾아보고 따라해보기도 하고, 친한 작가들한테 제 문구류 시판작을 인스타그램에 홍보해달라고 부탁도 했죠. 노출을 많이 시키니까 MD한테 연락이 자연스레 오더라고요.”

지난 1년간 베스트셀러였던 소우주 관찰 시리즈 작품으로 제작한 봉투 제공=본인
지난 1년간 베스트셀러였던 소우주 관찰 시리즈 작품으로 제작한 봉투 제공=본인

문구는 블로그 예약판매와 텐바이텐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된다. 윤씨가 판매하는 문구류들은 각 시리즈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 덩굴나무, 확대경, 아라베냐 등 작품이 가진 특징을 드러낸다. 다른 발랄하고 귀여운 상품 이름과 달리 좀 더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사실 이름 없이 번호만 매겨서 판매할 수도 있어요. 번호를 매기면 장바구니에 담기는 쉽겠지만 정감이 안가잖아요. 이름을 붙이는 순간 소비자한테도 의미가 생기는 거죠.”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온·오프라인으로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의 사업 환경이 한국보다 좋고 작가로서 우대가 좋다. “한국에서는 배송 중에 상품이 분실되거나 상품 주문이 잘못 들어가면 100% 제 책임이에요. 근데 중국에선 상품 주문이 잘못 들어왔을 때 그냥 회사 측에서 쿨하게 추가 주문을 하더라고요. 비용도 다 주고요. 너무 감동했어요.”

오랜 기간 작가로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도 많았다. 소비자마다 주문한 중량이 모두 달라 배송비를 1000원으로 통일했을 때는 배송비가 비싸다며 한 커뮤니티의 작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제작 업체에서는 윤씨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일도 많았다. 100매를 잘못 인쇄하고 윤씨에게 책임을 떠넘겼지만, 한정적인 업체 수 때문에 무작정 항의할 수도 없었다. 

창작 빈티지 일러스트 작가로서 유일한 윤씨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유행은 언젠가 지나가지만, 제가 그리는 그림은 유행을 안 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하고 있는 문구류에만 얽매이지 않으려고요. 항상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분야에 도전해야죠.”

 

◆채식본: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활자인쇄술이 등장하는 15세기까지 유럽에서 그리스도교의 수도원이 만든 서적. 양피지나 송아지 가죽 위에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색으로 채색한다.